한나라당 여러분, 그리고 언론 여러분. 대통령과 한 판, 아니 여러 판 뜨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먼저 그 노고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나라당은 요즘 경선 준비로 갈길도 바쁜데 대통령의,
"제 정신 가진 민간자본이면 운하에 투자하겠나"
"'독재자의 딸'이라고 외국 언론에 나오면......,"
이런 발언들로 머리 뚜껑이 계속 열린 채로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말들로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답답하시죠? 그렇다면 입장 바꿔 여러분이 4년 반을 주야장천 대통령 발목 잡았던 인선문제, 정책문제들에 대통령은 얼마나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졌을까요? 네, 내용은 다른 '발목잡힘'이지만 동병상련입니다.
대통령에 대드는 한나라당을 보고 있노라면 '저렇게들 대통령을 모를까'하는 안타까움만 듭니다. 이제, 몇가지 대통령에 대한 포인트를 알려드릴 터이니 보시고 실전에서 잘 응용해서 선전하시기를 바랍니다.
대통령 그는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상대를 공격하려면 그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대통령. 그는 정치인이고 공직자입니다. 그러자면 그는 투명하고 깨끗해야 합니다. 사돈에 팔촌까지 뒤져서 권력비리가 있는지 낱낱이 헤집어 봐야 합니다. 4년 반 동안, 아니 2002년 후보로 나설 때부터 이리저리 그야말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뒤집어 봤으나 없죠? 그나마 대통령의 형님이 뭔가 일을 도모하려다 그것마저도 대통령에게 혼쭐(?)이 난 이후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고 있다는 걸 알 겁니다. 그러니 뭔가 비리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위장전입, 뭐 이런 거라도 있어야 어떻게 해 볼 터인데 참 답답할 겁니다.
그럼 대통령은 두려운 것이 전혀 없을까? 아뇨 있습니다. 지금부터 잘 들으세요.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딱 두가지입니다.
바로 영부인과 국민입니다.
과거 대통령 후보 시절, 한나라당에서 영부인 부친의 사상성을 갖고 비판하기 시작했을 때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그럼 나더러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아내를 버려야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차라리 정치를 버리겠다."
당시 한나라당은 사실상 영부인을 공격한 겁니다. 그렇게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영부인을 한나라당이 공격했으니 대통령이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대통령은 대놓고 국민들에게 물은 겁니다. 대통령의 이 말에 아줌마들은 "저 사람 멋지다!"가 된겁니다. 한나라당의 공격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죠. 안타까웠던 순간입니다.
그 때 한나라당은 영부인을 공격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공격의 포인트를 잘못 맞춘 겁니다. 이렇게 했어야죠. "노후보 부인의 아버지가 사상성을 의심받는 처지란 걸 안다. 하지만 지금 때가 어느 때냐, 도리어 한 사람의 정신과 의지때문에 그를 범법자로 만들어 버리는 '국가보안법'을 파기해야 한다"이렇게 했으면 당시 노후보는 적잖이 흔들렸을 겁니다. 어쩌면 순간 그로키 상태로까지 몰렸을 수도 있었는데 공격의 포인트를 잘 못 맞춘 한나라당에 의해 그는 더더욱 국민의 관심을 받는 후보에서 대통령으로 더더욱 가까워 졌습니다.
또 하나. 탄핵입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합세해 탄핵을 시켜버렸는데 이거 말펀치 하나 날려도 될 걸 엄하게 핵폭탄을 쏘아버린 격입니다. 대통령 주위에 민간인 즉 국민이 있는데 그걸 못보고 핵폭탄을 쏴버렸으니 국민들이 핵폭탄의 열기에 홀랑 데어버린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가만있는데 누가 내 머리카락 라이터로 홀랑 태워먹었다면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공격한 것인데 국민까지 타버렸으니 역풍도 대단한 역풍을 또 맞게 된겁니다.
그 때 한나라당은 이렇게 했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말을 참 가볍게 하는데, 우리 한나라당은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 아무리 연극일지라도 대통령에 대해 '***놈', '나라 망친 놈', '**값도 못하는 놈' 등등 이런 추한 말들을 하지 않겠다. 자고로 국민을 대표하며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말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며 스스로 자정의 모습을 보였다면 대통령은 크게 한 방 맞았을 겁니다. 핵폭탄이 필요한게 아니라 허를 찌르는 말펀치가 필요했는데 무기를 잘 못 골랐습니다.
한나라당도 그렇지만 언론도 마찬가집니다.
요즘 들어 자꾸 대통령의 말을 가지고 공격을 하는데 그거 대통령에게 아무런 내상도 입히지 못합니다. 잘 보세요. 대통령의 운하 비판 발언의 방점은 '제 정신'에 찍혀 있지 않습니다. 사실은'민간자본'이죠. 민간자본이란 뭔가? 한마디로 돈되느냐 안되느냐만 가지고 운하를 판단한다는 겁니다. 민간자본이 안들어 온다. 그 말은 즉 돈 안된다는 얘기고 그 핵심을 가지고 한나라당은 얘기를 했어야 합니다. 운하, 돈 된다. 이러이러한 이유가 충분하고 이러이러한 계획이 있어서 충분히 설득력있는 얘기다. 이렇게 응수를 했어야 맞는 겁니다.
대통령은 내용을 가지고 얘기했는데 그걸 말꼬리로 잡아 응수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관중들이 속으로 비웃습니다. 박근혜씨 보십시오. 이 사람은 그래도 대통령을 조금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로 인해 피해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 독재자의 딸로서 이런 발언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거든요. 이 사람 무서운 사람입니다. 공격의 포인트와 무기를 잘 고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거의 타고난 싸움꾼같아 보입니다.
언론도 그래요. 대통령의 취재시스템 선진화방안을 언론탄압으로 몰고갔죠? 대통령, 얼마전에 회갑을 넘긴 양반입니다. 그만큼 세월 속에서 경험치가 충분하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 양반한테 꼬리꼬리한 냄새 나는 구태발언으로 언론이 맞받아치니 관중들이 이럽니다. "뭐야, 언론탄압? 이 사람들 진짜배기 언론탄압을 안 당해 본 사람들이구먼?" 이러는 겁니다. 그러니 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겠나요.
차근차근 설명할 테니 잘 들어보세요.
대통령이 취재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왜 내놓았을까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언론 그리고 기자들의 문제는 스스로가 잘 알잖아요. 그렇죠? 그걸 감춘다고 될 일이 아니죠. 공공연한 '카더라'가 제일 많고 또 무조건 믿어버리게 되는 '카더라'는 사실 언론과 기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국민들은 거개가 "언론과 기자는 문제 많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믿고 일을 추진한거구요. 거기다 대고 '언론탄압'을 부르짖으면 국민들은 "언론, 진짜 문제 많다"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더 이상 '카더라'가 아니고 '진짜 문제'가 된거죠.
언론에선 대통령이 그저 비서진들이 전해주는 보고에 의해서만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하시죠? 에이~ 그건 대통령을 진짜 모르는 겁니다. 이건 사실 비밀인데 가르쳐 드리죠. 들은 얘기이고 출처는 밝힐 수 없습니다.
현재 청와대의 결재시스템인 '이-지원'을 만들 때의 일화입니다. 한 업체가 한동안 청와대에 상주를 하면서 시스템 구축을 해 나갔습니다. 비서진들과 하루 한 번 꼴로 업무 관련 회의를 하는데 상당히 빈번하게 대통령이 그 회의에 참석을 했더랍니다. 문제는 이 양반이 그 회의를 듣고만 있는 게 아니라 꽤 깊숙한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질문을 던지고 한계를 받아들이며 적극적인 회의 참가를 하더랍니다. 놀랄 수 밖에 없죠.
사실 우린 온라인의 모든 것들을 쉽게 쉽게 쓸 줄은 알지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상당히 복잡하고 오프라인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들이 오고 간다는 걸 아는데, 아니, 나이로 보나 뭐로 보나 그리고 변호사 하시던 대통령이 온라인 시스템의 원리를 알고 회의에 들어오신다......, 그저 놀라기만 하면 이 글의 의미가 없죠. 그래서 또 대통령에 대한 힌트 나갑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제를 잡고 뭔가 일을 해 나간다는 건 그건 상황 파악 끝났다는 겁니다. 짐짓 아는체 하며 덤벼드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언론에 대해 한 말씀 하시는 건 그간 상황 파악과 시뮬레이션 등 준비를 끝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도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인지라 지금껏 언론들이 어떻게 움직여왔는가만 보고 예측을 할 수 밖에는 없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니 대통령의 시뮬레이션 안에서 그대로 움직여가고 있는 건 언론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은 얼추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간다는 걸 의미합니다. 17일, 대통령과 언론과의 대화가 공중파로 생중계 된다죠? 이 글 읽고 선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언론은 대통령과 한 판 논쟁을 붙어야 합니다.
이길 수 있을까요? 지금껏 언론이 가져왔고 또 계속해서 가져갈 패러다임으로는 대통령 못 이깁니다. 대통령은 이미 준비 끝났다니까요? 그럼 포기를 해야 하는가? 아니죠. 방법은 있습니다. 일단 "기자실 통폐합이 언론탄압은 아니다."로 대통령에 잽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기자실에서 일어났던 언론들의 담합, 기자와 정보원 사이에서 일어났던 협잡에 대해 일부 '이유'있다라고 훅을 날려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한 비판여론을 언론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들의 매체에 일정 부분 할애해서 가감없이 다뤄야 하고 그것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대통령에 카운터 펀치를 날려야 합니다. 이러한 공격은 대통령도 시뮬레이션 해보지 않았던 사안들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휘청하게 되고 생각보다 쉽게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승리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가만 보면 대통령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게 모르게 노출을 해오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청와대로 어린 친구들을 초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어떤 교과목을 가장 잘 하셨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국어와 역사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이 얘기는 김병준 전 비서실 정책실장의 저서에 오탈자 수정부분을 지적해주는 대통령의 문서를 통해 사실로 드러납니다. 이것 또한 그를 알 수 있는 여러가지 힌트 중에 하나죠.
대통령은 스스로 글을 씁니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능력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의 글쓰기는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지요. 여기서 대통령에 대한 또 하나의 힌트를 드립니다. 이것 역시 들은 얘기고 출처는 밝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비서진들에게 항상 이런 말씀을 하신답니다. "카피를 가져와라." 복사의 의미인 카피가 아니라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들이 쓰는 그 카피입니다. 이건 무슨 얘기냐.
난 광고쟁이이고 카피라이터이기 때문에 어떤 카피가 좋은 카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광고 카피는 일단 쉬워야 합니다. 소비자층의 가장 중심부인 중학2, 3학년이 들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카피는 현란하게 멋부린 말이 아니라 핵심을 바로 치고 들어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온갖 정보들이 쏟아지는 이 때에 주변머리만 긁어대는 카피는 전혀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합니다. 그리고 좋은 카피는 새로운 시각의 발견이지 발명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카피는 위의 좋은 카피의 조건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카피입니다. 의미 없는 멋부림이 없고 그저 가구의 차원이 아니라 과학이라며 한 침대의 인식을 격상시켜 버렸습니다. 좋은 카피죠.
대통령의 "카피를 가져와라"라는 말은 몇 십, 몇 백장의 보고서보다 압축에 압축을 가한 핵심, 즉 알맹이를 가져오라는 겁니다. 이거 굉장히 무서운 말입니다. 특히나 으레 현란한 도표와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아 장 수 채우는게 마치 보고서의 덕목인냥 생각해 왔던 사람들에겐 눈 앞이 캄캄해 지는 얘깁니다. 핵심보다 포장에 더 머리를 굴리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핵심 찾아내는게 어디 쉽겠습니까? 그러니 대통령 보좌진들과 비서진들은 늘 날밤을 까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한번쯤이라도 대통령과 일을 해 본 사람은 대통령이 무서운 사람이란 걸 잘 압니다.
도대체가 허술한 데가 있어야죠. 핵심을 파고 들어가 파악을 하고 일을 맡기니 이거 일 하는 사람들은 요령도 못 피웁니다.
한나라당 여러분, 그리고 언론 여러분. 여러분은 현재 이런 대통령과 맞짱을 뜨고 있는 겁니다. 호락호락 만만한게 아닐뿐 아니라 거대한 산과 맞닥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패러다임을 바꾸십시오. 대통령이 국민들의 눈을 이만큼 높여놓았기에 더 이상 꼼수는 통하지 않습니다. 국민들도 이젠 주변머리보다 핵심에 점차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통령을 이기려면 대통령보다 먼저 핵심을 찾아내고 선수를 쳐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여러분들은 대통령이 살아있는 한(퇴임이 아닙니다.) 대통령에게 늘 얻어터져야 할 겁니다.
끝으로 내가 어떻게 대통령에 대해 잘 아는가 의아하실 겁니다. 사실 대통령과 나는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아니, 나 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이 점이 사실상 대통령이 무서운 가장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