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행보가 분주하다.
선진평화연대라는 조직을 출범시키며 대선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누구 말대로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이니 어찌 말리랴만, 소위 범여권이라 이름한 지대에서 손학규에게 노골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대통령도 일갈하셨지만 손학규를 범여권 인사로 구분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넌센스인가.
이 땅에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해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그는 어디에 있었으며 그가 한 역할은 무엇인가. 2007년 지금 왜 새삼 그가 민주평화세력 또는 반한나라당의 후보군속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죽이 되든 떡이 되든 손학규는 한나라당 안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의 날개를 펼쳤어야 한다. 그것이 정당정치를 근간으로하는 대한민국에서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취했어야 할 정석적인 행동이다.
92년의 3당야합으로 민주세력이 양분되면서 독재정권의 후예들이 정권 5년을 더 가져갔고 이후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교체하고 구조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애쓰던 10년에도 그는 여전히 한나라당에서 한나라당을 위해 부역했던 사람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래를 한다. 민주정권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이탈하면 그 무리들의 잔악함에 대한 책임도 사라지는가. 엊그제까지 그 역시 그 무리속에 엄연히 그것도 책임을 과하게 지고 있었던 한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왜 지금 반한나라당이고 범여권인가.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으니까 반한나라당이 된 것 아닌가. 한나라당 경선통과에 자신이 있었다면 그는 결코 탈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대선으로 가는 길에 탈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쓴 것 뿐이다. 다른 무슨 이유가 더 있나.
민자당,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3선 국회의원, 경기도지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선 후보 경선 직전에 유불리로 탈당한 무책임한 사람이 범여권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 2007년 6월의 부끄러움이야 말해 더 무엇하랴. 이 모두가 범여권에서 거론되는 면면의 능력부족 때문이라지만.
손학규의 개인적인 이미지와 정치 행보를 동일화하는 오판과 동정심이 일부 있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앞장서 그에게 면죄부를 만들어 주고 있는 반한나라당 전선의 사람들을 이해해 주기는 힘들다. 얼마나 못났으면 어제까지의 한나라당 대선주자 손학규를 붙잡는단 말인가. 왜 그의 철새적 행동을 용인하다 못해 버선발로 반기는가.
민주화 운동을 한 과거는 과거대로 이후 한나라당에 부역한 행보는 행보대로 손학규는 정확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범여권의 인물난 속에 파이를 키운다는 의미에서 전향적 동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만, 이런 공학적 계산이 들어가는 현실 자체가 이미 우리에겐 치욕이며 슬픔이다.
손학규가 최종 승자가 될리도 없다 보지만 만일 그리 된다면 그가 없는 15년 동안에도 묵묵히 끈질기게 버텨온 이땅의 침묵하며 헌신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민주화 세력의 양심과 자존심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은 왜 간과하는가.
또한 그를 내세워야 할만큼 범여권에 정말로 인물이 없다면 우리는 무능 10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만다. 2007년 대선을 경선직전 말을 갈아 탄 어제의 한나라당 주자들끼리 경쟁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손학규는 손학규의 길을 가게 하라. 독자적 노선으로 독자적 후보가 되겠다면야 그것까지야 누가 말리랴. 시베리아 벌판으로 나왔으면 스스로 길을 뚫고 만들어야지 무임승차를 할 생각도, 허용해서도 안된다. 그건 게임의 반칙이다.
통합파들이여 부디 정신 챙기시라.
인물난이 아무리 심해도 범여권의 대선주자를 한나라당 출신으로 치룰 순 없는 것 아닌가. 손학규에 대한 평가는 공과 사를 구별해서 적용하라.
범여권이란 이름으로 한바탕의 굿판을 준비하는 이들이여, 무능하다 소리에 진저리 나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받을 카드와 안받을 카드, 약인지 독사발인지 정도는 구별 좀 하자. 이명박 박근혜가 웃고 있다.
손학규의 '상처뿐인 영광'이 될리도 없고, 어제 유시민 의원이 말한 '품격있는 패배, 질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의연하게 도전해야 할 때가 있다'는 그 말이 민주화 세력의 현실이 되어선 안되겠지만(^^) 헛발질은 제발 그만 좀 하자.
대통합을 한다면서 이렇게 비참하게 나오니까 뭔가 한번 민심의 대 역린이 있을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맞다. 틀렸으면 교정하고 옳지 않으면 옳은 쪽이 싸워 이기면 되는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던가. 힘을 키우지 않고 하는 비판은 그것도 허무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민주적 정통성과 일관성,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을 찾아 내자. 분명히 있다. 그 사람을 찾지 못하고 2007년 12월, 경건한 역사의 법정에 세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능한 민주화 세력이란 말을 들어도 더이상 변명할 말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원칙을 원칙답게 하고 이치를 이치답게 제자리에 놓는 것, 이제 그것을 추동할 세력은 유티즌밖에 없다. 유빠들이여, 일당백 정신으로 무장하고 다시한번 무원칙과 몰상식을 퇴출시키기 위한 기쁜 전장터로 나설 채비를 하자. 바야흐로 때가 무르익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민주화 20년이다. '손학규의 이름으로' 한나라당과 한판 전쟁을 벌이기엔 많이 낯뜨겁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