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대통령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대하여 개인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오늘부터는 네티즌들의 후보자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선관위의 판단에 따라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의 문제점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1. 공무원의 중립의무
지금 선관위와 노무현 대통령간의 쟁점은 간단히 추려서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에 대한 적용법위와 법률간의 상충점 및 현실과 법의 충돌, 그리고 헌법의 정신과 선거법의 모순에 관한 부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전선거운동의 개념과 적용범위에 대한 차이입니다.
국가공무원법에는 대통령을 중립의무를 지켜야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법에서는 선거중립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명시적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두 법이 서로 모순된 부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당원이거나 특정한 정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법은 대통령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분명히 정파성과 정책지향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그것이 진정한 중립의 의무에 합치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헌법은 포괄적으로 언론, 출판, 결사, 사상의 자유를 모든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선관위나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스스로의 사상이나 특정인에 대한 비판의 자유까지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대통령에게 중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의 정책이나 성과를 모두 비난하는 야당의 공격에 대하여 반론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전 선거운동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아직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있지도 않으며, 본인은 헌법에 의하여 출마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선거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무리한 것입니다. 적용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경고를 하는 것은 심각한 월권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그것이 후보자에게 적용되는 것인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인지, 대상에 따라서 행위도 각기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논란거리가 많습니다.
결국 선거법은 대통령에게 위선을 떨지 않으면 안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선거법의 재목을 위선 권장법으로 바꿔야하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 국민의 입을 막는 선거법
오늘부터 일반 네티즌이 인터넷상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현하거나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의사를 표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선거법을 매우 엄격히 해석하여 국민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고, 근본적으로 선거법이 잘못되어 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건 오늘부터 국민은 선거법과 선관위가 무서워서 자신의 진정한 의사도 표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과 다른 법률들에 각기 배어있는 주권적 사항을 선거법과 선관위가 결과적으로 제약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적 수준에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국민의 의사표현을 이렇게 심각하게 제한하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의사표현을 이렇게 제한한다면 결국 거대언론이 여론을 조작해서 선거의 결과를 왜곡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엄격히 법을 적용하자면 언론의 비판이나 찬성도 지면에 나타나서는 안될 것입니다.
국민의 비판 의사나 찬성 의사가 마음놓고 결집하거나 나누어지지 못하는 억압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것입니다. 선거법이 국민의 기본권은 물론이고, 이것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역으로 지배하는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저히 민주국가의 선거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법이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무겁게 느껴집니다.
국민의 정치참여를 매우 불온한 행위로 보고 규제하고 있는 것이 선거법입니다. 거짓이 아닌 사실을 말해도 유불리에 따라서는 처벌받을 수도 있는 것을 법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설혹 사실일 경우 처벌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이 무서워서 사실에 입각해서 판단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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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구의 책임인가?
사실 지금 이렇게 논란의 중심이 되어 있는 선거법은 정직하고 옳바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헌법과 법률이 상충하고, 법률과 법률이 상충하며, 현실과 법률이 상충하는 이러한 현상은 누가 만든 것일까요?
아마도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한편으로는 법률안을 심의할줄 모를 정도로 무식하며, 심의를 대충하고 입법할 정도로 게으른 대한민국의 국회에 있을 것입니다. 입법부가 입법을 하는 과정에서는 법률안을 발의하고, 소위를 거치고, 소관 상임위를 거치며, 법사위를 통과해서 본회의에 부의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률들이 여기저기 문제점 투성이입니다.
첫째, 국회에서 헌법기관으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우리사회의 여전한 특권층입니다.
여전히 누리는 혜택이 많습니다. 물론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것을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그것을 잘 지키고 자기들끼리 나눠먹기 위해서 선거법을 엄격히 만들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의 참여나 행정부 및 사법부의 선거관여를 제한하는 것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여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들의 협잡과 장사속이 들통나기 쉽다는 염려가 작용한 것으로 봅니다.
둘째, 우리의 국회에는 전문성이 매우 떨어지는 정치꾼들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재경위원장을 의대출신이 하고 있는가 하면, 각 상임위는 힘을 가진 순서로 돈되는 데를 찾아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게다가 능력있는 전문인들이 국회에 진출할 기회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말하자면 줄 잘서서 공천받고, 국민의 눈을 잘 속여서 지지를 받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의 세상이 바로 국회입니다. 법률안을 잘 만들고 잘 다듬을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셋째, 항상 거대 정당간의 주고받기식 교환으로 대강 머릿수 채워서 법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의결에 참여하면서 법률안을 읽어보지도 않는 경우가 태반일 겁니다.
읽어봤다는 의원들도 보좌관이 읽고 요약해준 것이나 대강보고 의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이 그들의 무성의한 입법활동을 감시하지 않으니 당연히 당리당략만을 기준으로 게으른 심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엉터리 법률을 양산하고 정작 중요한 민생법안들은 방치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마구 제한하면서 자신들은 마음놓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국민위에 군림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암담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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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민의 참여와 관심만이 해답이다
공무원의 중립이란 매우 기계적인 수준에서만 규정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최종적으로 누구를 지지하고 반대하는 마음까지 단속할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사실로 비난하거나 선전하는 행위를 단속의 대상으로 해야합니다.
인적 물적 국가자산을 활용하여 반대 또는 지지하는 행위는 당연히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정당활동이나 정치활동에 대하여 규제를 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어령 비어령하는 법은 고쳐야 합니다. 그럴 경우 대통령의 정치활동이나 발언은 허위사실을 빌어온 것이 아니라면 저절로 허용되고 대통령은 위선을 떨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국민의 참여는 당연히 늘어날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민의 눈에 투명하게 보여지고 평가받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첩경입니다. 국민의 참여를 제약하고, 주권자인 국민이 투표외에는 의사표현도 못하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면 당연히 헌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결국 허위의 사실이 아닌 사실에 입각한 모든 주장이나 의사표현은 함부러 제한해선 안될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을 잘못뽑은 댓가로 국민이 겪는 불편이 이렇게 크다면 역설적으로 더더욱 국민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누가 헌법의 정신도 모르고 엉터리 입법을 하는지, 누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국민의 참여를 제한하는지, 누가 게으르게 직무태만을 저지르고 있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국회의원도 아닙니다. 판사들도 아닙니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잘못 뽑은 정치인들로 인하여 입는 피해도 고스란히 국민들의 것입니다. 국민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모든 일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거나 태만하면 당연히 종업원은 노력을 게을리하고, 댓가는 많이 받으려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만 잘 뽑아도 대한민국은 강대국입니다. 우리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의 '그들만의 리그'를 막아내기만 하면 대한민국은 곧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모두 정신차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