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님으로부터 마석 모란공원 모임에 초청을 받고 마음 속으로부터 즉각적으로 이번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금의 한국의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상황 속에서 각성과 지혜 그리고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는 역시 역사 속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위해 고난을 감내하시고 피와 눈물과 땀으로 헌신하시고 섬기신 분들의 삶에 대한 기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다소 늦게 도착했는데 아무도 안 보여서 무작정 묘역 안으로 들어갔는데 처음 저를 반겨주신 분은 계훈제 선생님이셨습니다.^^ 99년 3월 대학로의 선생님 노제에 참석했었는데 이렇게 7년 만에 묘소를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묘소 옆에 세워진 비석에는 박용길 장로님과 신영복 선생님이 쓰신 영혼을 깨우는 멋진 글이 새겨져 있더군요.
잠시 후에 늦바람님과 달뫼인님, 흙사랑님, 메피스토님을 만났습니다. 이 분들은 이미 민주열사들의 묘들을 돌아보고 오셨습니다. 늦은 저에 대한 배려로 늦바람님이 저를 선택하신 몇 분의 민주열사 묘로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먼저 문익환 목사님 묘소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저는 다른 어느 묘소들과 다르지 않게 소박한 문 목사님의 묘소를 보고 역시 목사님 답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 목사님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얼굴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 94년 1월 경실련 대학생회 겨울 캠프가 광주 전남대 수련원에서 있었는데 이부영씨 강연회에 문 목사님이 함께 오셔서 이부영씨가 강연할 때 뒤에 서서 강연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을 바라보시던 모습을 제가 뵈었지요. 캠프가 끝나고 며칠 후에 문 목사님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묘소 앞의 유리관 안에 누군가가 갖다 논 "문익환 평전"이 놓여있더군요. 통일의 선구자, 겨레의 벗 목익환 목사님... 님의 뜻 이 겨레 속에 이루어지소서...
그 다음으로 찾아 뵈었던 분은 전태일 열사였습니다. 22살의 청년으로서 고통받는 어린 여공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서 자신의 생명을 바쳐 잠들어 있던 이 땅의 양심을 깨웠던 300만 노동자의 대표자 기독청년 전태일... 그 분의 묘소에 이제서야 찾아뵈었습니다. 이념 이전에 연민과 사랑이 있었다는 것...우리 다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모란 공원에 가서 놀랐던 것은 제가 익히 이름을 들어 아는 분들 외에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시다가 목숨을 잃은 분들이 참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다가도 외롭고 힘들고 지쳐서 체념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땅의 구석구석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양심을 지키며 사랑과 평화, 정의를 위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성서에 나와 있는 말씀처럼 이 땅의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곳에서 사랑과 평화, 그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거룩한 영의 인도를 받아 결국 협력해서 선을 이룰 것입니다. 언젠가는 사랑과 평화와 정의의 나라가 이 세상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믿음을 갖고 꽃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꽃나무를 가꾸는 마음으로... 물과 거름을 주는 마음으로... 내가 뿌리 씨앗이 언젠가는 뒤에 오는 사람들이 열리는 먹음직한 맛난 열매를 수확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모란공원에서 이 땅의 사랑과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멋들어진 삶을 살다가 우주를 돌아가신 그 분들에게서 역사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진실에 대해서 한 수 배웠습니다요...^^
모두들 원탁에 둘러앉아 아구찜과 황태찜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밤이 깊어가는 것도 모르고 마음을 열고 다양한 주제에 관해서 대화와 토론을 했지요... 저보다 늦게 오신 한스님 그리고 뒤늦게 합류하신 로스트에이지님과 사모님 모두들 반가웠습니다. 특히 아버지뻘 되시는 나이 이심에도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고 제 말에도 귀 기울여 주신 너무나 즐거운 대화를 나눠 주신 달뫼인님 참 반갑고 고마왔습니다요^^
달뫼인님이 안타까와하셨던 것이 민노당 당원들은 모란공원에 많이들 찾아오는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나 당원들은 이곳을 거의 찾지 않고 찾더라도 사진이나 찍으러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염원하시는 모란공원지기 달뫼인님의 바램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많이들 모란공원을 방문해서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진지 모임도 언젠가 한 번쯤은 모란공원에서 하는 건 어떤지요?... 서울에서 대중교통 이용하면 딱 2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올 가을에 함 모란공원에서 모임 가져봅시다요...^^
아마도 늦바람님이 이번 방문에서 문익환 목사님과 계훈제 선생님,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묘소만 안내했던 것이 다음에 또 와서 다른 분들의 묘소에도 방문하길 바라셨던 게 아니었는지... 이 곳에는 조영래 변호사, 박종철 열사, 안병무 박사님 등등 무수히 많은 민주열사들이 잠들어 계시답니다...
제가 잘 몰랐던 박래전 열사 묘소를 내려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묘소 옆에 걸린 플랭카드에 "주인이여 깨어나라"는 글귀가 세겨져 있더군요... 이 말을 보니 가슴에 필이 꽂히더군요... 民主의 의미를 다시금 기억하게 해 주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잠들어 있는 주인들이 깨어나길 그래서 당당히 자신들의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길... 우리 모두 기도하고 나름대로 깨우기 위해 헌신하는 창조적 소수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