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약 400년 전 조선조 17대 왕 효종 시절이다. 자기 앞 가름도 못하면서 오로지 숭명배금만을 외치다가 병자호란을 자초한 인조를 뒤이어 왕이 된 효종은 선왕의 ‘삼전도 치욕’을 갚겠다고 한창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청을 치는 북벌완수라는 특명을 받은 이완대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 밤잠을 설치던 때다.
그 때 한양 남산골에 한 기인이 나타났으니 바로 허생원(박지원의 허생전 주인공)이다. 무일푼 주제에 빌린 돈 만 냥으로 조선 물류시스템의 허를 찔러 양반들을 비웃으며 단번에 거금을 모아 세상을 희롱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완대장은 허생원을 야밤에 독대한다.
“이보시게, 내 단도직입하겠네, 어떻게 하면 저 청나라 오랑캐들(한양의 양반들은 망한지 오래인 명에게 아직도 사대를 하느라 청을 여전히 그리 불렀다)을 징벌하여 맺힌 한을 풀 수 있겠는가? 그대의 고견을 듣고 싶네”
“방법이야 있습지오. 하지만 장군께서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오"
“어허, 이 사람 참 듣기보다 깝깝한 사람이네, 선왕이 삼전도에서 칸을 향해 아홉 번이나 머리를 땅에 찧는 수모를 당하고 삼천리강토가 저들에게 그토록 농락당한 마당에 복수만 할 수 있다면야 무에 못할 일이 있겠는가? 아니 그런가 이 사람아?”
“그럼 소인이 묘책을 말씀드리지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손자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하오니 이 나라 양반 자제들 중에서 영민한 젊은이 수 천 명을 뽑아 상투를 풀고 변발에 호복을 입혀 청에 들여보내 최소한 2~3년을 적국에서 살게 한 후 다시 불러들이면 필히 적을 깰 방책이 설 것입니다. 내일이라도 주상께 진언하여 그리 하시지요.”
“허허, 듣고 보니 묘책이구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정말 그대는 허명이 아닐세 그려. 근데 사대부 자제들에게 변발에 호복이라. 자네 생각엔 양반들이 허할 것 같으신가?”
“양반이라면 누구나 망국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자들인데 어찌 망설인단 말입니까. 하물며 주상의 어명까지 받는 마당에”
“어흠, 변발에 호복이라, 난감하네, 이건 주상께서도 함부로 건드릴 문제가 아닌 듯하네, 여러 자제들 중 한두 명씩을 뽑아 사지로 보내 목숨을 내놓는 일이야 그렇다 해도 이건 사대부의 복식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내가 만약 주상께 이 방도를 진언했다간 내목이 열개라도 부족할 걸세. 조선의 양반들이 다 들고 일어날 지도 몰라. 이 건 선왕이 환생하신다 해도 될 일이 아닐듯 싶네.”
그리하여 효종조의 그 원대한 북벌계획은 ‘양반의 복식’이라는 예법 하나를 극복하지 못하고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오늘 가야산이 하고 싶은 말은 다름 아닌 조직의 유연성에 대한 것이다. 쩐의 전쟁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는 골드만삭스의 전사들이 말하는 전략의 첫째가 바로 유연성이라 한다. 이기고 싶으면 우리는 철저히 유연해 지고 적은 유연성을 갖지 못하게 하라는 말씀이다.
세상에는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처럼 유연성을 발휘하여 흥한 사례도 많지만 그 반대는 더 많다. 조선은 사대부의 명분이 백성보다 위고 나라보다 먼저였다. 그러니 안 망해? 조직의 경직된 논리와 유연성 부족으로 맨날 뒷북이나 치고 욕만 먹는 민노당이나 보안법과 사학에 목을 매고 사는 딴나라나 다 고질병이다.
개혁세력에게도 반성할 사례는 있다. 기득권 수구세력의 끈질긴 반개혁 저항에 직면해서도 많은 노빠들은 ‘노사모는 팬클럽이니까 정치조직화하는 불가하다’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자기들이 만든 대통령을 온전하게 지키지 못해 대통령의 수모를 보고만 있어야 했다. 노사모가 대통령 만들기에 이어 개혁완수라는 새로운 깃발을 세우고 흔들림 없이 열린우리당으로 일사분란하게 결합했더라면 반동과 지역주의가 저토록 활개 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유시민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다. 그의 인간미에 혹했던 그의 철학이 마음에 들던 그의 정치적 스탠스가 좋던 하여간 우리는 유시민을 향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가 대망으로 가는 먼 길에 힘들면 짐도 덜어주고 말동무도 하자고 모인 사람들이다. 우리 조직의 일차적 목표는 유시민의 정치적 대망에 박수를 보내는 일이다. 박수가 끝나면 더 차원 높은 곳으로 향할 지도 모른다.
한번 정한 조직의 사명과 목표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순간순간의 전략과 전술, 수단과 도구는 최대한 유연해야 한다. 우리 유빠들의 시민광장은 끼리끼리 모여 각자 지 돈 내고 지가 쓰니 회원자격이나 자원배분에서는 백프로 유연하다. 하지만 의사결정구조인 지역조직이나 직능조직에서는 한결 더 유연성이 요구된다. 일부 지역 회원들이 온라인의 시스템 여건상 피할 수 없는 한계를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한 말씀 올린다.
온라인에서는 기술적인 제한으로 인하여 권역이 도식적으로 나뉘어져 있더라도 오프에서는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오프상의 조직은 생활권과 일치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단위 조직은 목표달성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목표에 가장 효과적으로 도달하는 방법이라면 도식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비록 온에서는 경기서부라 하더라도 오프는 부천은 부천끼리 안산은 안산끼리 광명은 광명끼리 모임을 만들고 각자 대표도 뽑아 그 지역대표들이 권역대표단을 구성하면 된다. 땅덩어리가 제일 큰 경북도 온에서는 하나이지만 오프는 서로 찢어져 완전히 다르게 가야 한다. 처음부터 포항권/안동권/구미권/경산권이 따로따로 만나고 대표도 각각 뽑아 경북권역 전체를 이들 공동대표단으로 구성하고 한 발 더 나가서는 각 시군에도 조속히 책임일꾼을 세우고 조직을 확대강화하여 유빠의 행복바이러스를 신속하게 퍼뜨릴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조직이 시군지역까지 완성되어야 순조롭게 한 차원 높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조직의 구조상 유연성은 언제나 ‘빠르고 완전한 소통’을 전제로 한다. 행여 지나친 유연성이 중구난방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유기체의 몸처럼 시시각각 오감으로 소통해야 한다. 온라인 소통이 기본이지만 때로 공개하기 거시기한 은밀한 정담은 각자 핸펀이나 메일 혹은 귀엣말로 속닥거릴 필요도 있다. 문자로 말로 그래픽으로 표정으로 소통에 관한 한 그야말로 전천후 멀티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빨라야 한다. 그러자면 오프에서의 스킨쉽이 중요하다.
우리는 개방된 사회에서 경쟁자를 완전히 따돌릴 수는 없다. 다만 경쟁자가 눈치채는 순간 저만큼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앞서 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속도가 중요하다.
‘빠르게 그리고 유연하게’ 이 두 가지가 우리 조직의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다만 한시라도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목표가 분명해야 속도를 극복할 수 있다.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갔는데 엉뚱한 곳이더라. 이러면 안된다.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수단을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라. 그렇다. 목표지점에 빨리 갈 수만 있다면 비행기라도 뺏어 타라. 그래야 이긴다.

7월! 대의가 마침내 대세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