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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나 여럿을 만나다 - 3박 4일의 남도기행
해질녘바람 | 2007-07-06 00:51:48 | 조회 5391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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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는 월요일.

홀로 길을 떠났습니다.

 

홀로 걷는 자는 이따금 그 길 위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과 만납니다.

길 위에선 언제나 선택을 해야하고 선택으로 인해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돌아보기도 합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만큼은 아니라도

홀로 걷는 길은 펼쳐진 대로를 걷는다 해도 외롭고 고단한 일입니다.

 

 

끝도 보이지 않는 길에 서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돌아갈까, 아니 그것도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쉬자. 쉬었다 가자.'

'아니, 아니지 곧 해가 질텐데. 곧 해가 질텐데.....,'

 

 

누군가의 강요에 의하지도, 의무감에 의해서도 아닌데 홀로 걷는 자가 산 길을 벅찬 숨을 몰아쉬며 오릅니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챙겨 온 물 한 통 없이 홀로 걷는 자는 무엇엔가에 이끌려 산을 오릅니다.

 

"헉헉 헉헉 헉헉 헉헉"

'거기엔 아마도 굉장한 것이 있을 것이야'

'바람은 땀을 닦아 줄 것이고 난 그 자리에 앉아 잠시 쉬면서 고단을 풀 수 있을 것이야'

 

홀로 걷는 자에게 가장 큰 고통은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과 그 길의 끝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발 앞만 보고 가면 모든 것을 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만 더 멀리엔 낭떠리지도 있을 수 있고 행여 이마며 눈에 상채기를 낼 수 있는 나뭇가지도 피해야 하기에 무턱대고 발 앞만 보고 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흙과 돌과 계단과 나무들을 헤치고 산에 오른 홀로 걷는 자의 눈앞이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도착한 정상에는 이 어마어마한 광경이 홀로 걷는 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그 자리에서 홀로 걷는 자는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유는 그도 모릅니다.

그저 떠오르는 말이라곤 이것 밖에 없었습니다.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홀로 걷는 자는 어느 자리이든 거기가 끝일 수 없기에 황홀감을 뒤로 하고 힘겹게 걸어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홀로 걷는 자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홀로 걷는 자는 또 다시 홀로 다른 길을 찾아 나섭니다.

 

 

홀로 걷는 자의 앞에 나타나는 길들은 때론 험하고 좁고 가파른 길이기도 합니다.

길은 홀로 걷는 자에게 넌지시 화두를 던지기도 합니다.

 

"너는 누구인가"

"어디 참아낼만큼 참아내 보거라"

"길은 그저 길이 아니다. 네 마음이다"

 

상냥한 가르침과 엄한 꾸중과 혹독한 냉대가 길 위에서 홀로 걷는 자가 주워들은 얘기들입니다.

 

하지만 늘 길이 호통만 치거나 배우게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시 잠깐 숨 좀 쉬며 가라고 홀로 걷는 자의 발길을 붙잡기도 합니다.

 

 

 

어두운 길을 헤쳐 온 홀로 걷는 자에게 딱딱해진 발바닥 뿐만이 아닌 때로는 가슴 시릴 정도로 시원한 사이다를 눈으로 마시게 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길은 시작됩니다.

여전히 구불구불하고 딱딱하고 때로는 어두운 그 길을 다시 떠납니다.

 

 

하지만 홀로 걷는 자에게 이번 여행은 혼자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길의 끝에서 또 다른 홀로 걷는 자들과 만나 마음을 나눴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흐뭇한 또 다른 홀로 걷는 사람들......,

 

걸어 온 길들만큼이나 치열하고 뜨겁고 가슴 시리게!

 

홀로 걷는 자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 길을 갑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산짐승과 뱀들의 공격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뒤쳐진 이들을 챙기며 속도를 내지 못할 때도 있을 겁니다.

갈래길에서 이견을 가진 두 패가 다툴 수도 있습니다.

"이 길을 꼭 가야 하냐"며 중도에 시들해 질 수도 있습니다.

사무치지 않을수도 있고 그래서 꽃을 피워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만 합니다.

눈부신 풍광과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휴식을 길의 끝에서조차 만날 수 없다 해도,

그래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만 합니다.

나의 후배들과 나의 아이들과 나의 조국이 내가 걷는 만큼 행복해질수 있기에

우리는 이 길을 반드시 걸어가야 합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함께 꾸는 꿈.

 

우리는 이 길을 가야만 합니다.

 

사진/글 : 해질녘바람

     

기행, 강연, 부산
덧글쓰기 | 전체글 16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온새미로  

마음을 담은 사진, 글 모두 멋지십니다~
07-07-06

.....  

짝짝짝 ^0^

이렇게 홀로 걷는 이들이 모였다..... 아 이부분에서 저는 DSLR족들끼리 주막에서 대포라도 한잔씩 하는 장면이 나올줄 알았다는 ^^ 반전 넘 멋졌습니다,

걸어 온 길들만큼이나 치열하고 뜨겁고 가슴 시리게!
홀로 걷는 자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07-07-06

나비효과  

아. ^^ 멋지십니다.. ^^
07-07-06

바람아 불어라  

우리는 이 길을 가야만 합니다. -2

함께 가겠습니다.
07-07-06

....  

...떠나구 싶퍼져.....
07-07-06

참사람  

분명 가야할 길이 있고 가야만 하는데 왜 이곳저것을 두리번 거려야 하는지 가는길에 돌맹이도
친구가 될수있고 들풀도 친구가 될수 있는데 참 사람친구 맞나는게 쉽지않은 세상 입니다.
유시민 사람친구가 되기에 넘치는 사람인데 왜 이리 세상은 사람을 보는데 어렵고 동역자를 찿는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이해찬은 큰 사람친구일수 분이라 생각 하는데 그분이 친구가 되길 거부하면 어찌 해야 합니까? 유시민의 큰벗이 되고 우리의 큰벗이 되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한번만더
수레바퀴를 돌리면 되는데 어찌해야 합니까? 거친 들판으로 나가면 우리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데
어찌 합니까? 유시민과 우리의 벗들이 유시민과 이해찬의 바퀴를 돌리려 하는데 어찌 해야 합니까?
07-07-06

감자호크  

투쟁의 시대를 극복하고, 자유와 이성의 시대를 또 극복하고......고독한 몽상가면 어떠랴~??

'가치'가 있슴에 행복한 것을~!!!
07-07-06

세나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겁니까?

잘 돌아가셨죠?
광날모 ... 언제든 다시 뭉칩시다.
07-07-06

가야산  

참 좋다.
07-07-06

진달래  

부산에서 뵈었는데 이렇게 좋은 곳을 여행하시고 부산에 오셨군요.
정말 아름답고 멋진 사진입니다. 마음이 눈이 시원합니다!!!!
07-07-06

가단  

역쉬...... 직업이 조아야 한다니까. 좋은 풍광 많이 보시니까. 광고 카피도 잘하시리라~
그래서 대항항공 광고도 하셨지!?
해질녘바람님 울 광안리 날밤까고 사진 찍었는거는 오쨌는교?
멜로 보내주시던 함 올려주이소...
제 기억으론 한책 등등 갑짱 아입니까....(쪼매 아부) 부탁합니다
tae1337@hanmail.net
07-07-06

정은수  

좋은 글 이렇게 공짜로 읽어도 되는건지^^ 좋은 글 감사합니다.
07-07-06

..  

사진 속 장소가 어디인지 궁금하네요...
가보고 싶은 곳인데....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07-07-06

수박(수구박멸)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과 사진들...감사합니다.
07-07-07

해질녘바람  

가단 / 광안리에서는 사진 한 장도 안 찍었습니다. ^^;;

.. / 사진에서 처음 갈대밭과 원경 등은 순천만이고요 좁디 좁은 바위사이의 길과 꽃은 여수 돌산도의 향일암, 이후 비내린 길과 백로가 노니는 논은 청학동 가는 길입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참 좋은 곳 많습니다.. ^^
07-07-07

..  

예... 순천만, 여수 향일암, 청학동....
기억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좋은 곳 정말 많죠...
이외에도 많이 아시는 것 같은데요...
가끔 팁으로 이런 좋은 글과 사진 올려주시는 거 부탁 드려도...^^
감사의 마음으로 좋은 구경한 보답을 대신하겠습니다...^^;
07-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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