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조직을 벗어나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 조직을 벗어나 도시와 동떨어진 자연이 펼쳐진 숲 속으로 들어가더라도 그 곳에도 조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들도 저마다 독특한 조직을 유지한 채 하늘을 향해 뻗어 있으며, 바위와 계곡 사이를 흐르는 물도 산이라는 조직을 거스르지 않고 물길을 만들어 냅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과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이 존재하고, 햇볕과 그늘이 생존과 도피의 틀을 제공하는 자연은 누가 뭐래도 잘 짜여진 훌륭한 조직입니다.
높은 빌딩을 건축하는 것도 치밀하게 설계하고 조직해야지만 하나의 완성된 건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마천루 사이를 지나는 공기의 흐름도 고려해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모든 건물은 설계자의 머리 속에서만 있었던 것들입니다. 설계자의 치밀함과 미적 감각이 총 동원되고 수 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자재를 통해서 드디어 우리 눈 앞에 보이는 건물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직에 대한 생각이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몇 분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특히 현실정치에서 정당생활을 하신 분들에게서 느끼게 된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분들이 조직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아 때로는 조직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직에 대한 오해와 이해
‘조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여러분은 어떤 것이 연상되십니까? 덩치들이 “형님!”하며 넙쭉 엎드리는 조폭이 연상되십니까? 아니면 갈굼의 악몽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군대의 추억을 떠올리십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조직은 아무래도 상명하복의 수직적 관계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이른바 트리구조입니다. 군대 뿐만아니라 정부 권력구조도 그렇고, 웬만한 대기업의 의사결정구조도 매우 유사합니다. 이러한 조직은 목표 지향적이기에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하고 시간이 단축되어 일사불란하게 업무를 처리하거나, 위기 대처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조직에는 이와 같은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IMF 이후에 선진경영형태인 팀별, 혹은 프로젝트형 조직이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연봉제(팀별 성과로 차등 지급)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연공서열 형태는 기업 조직에서는 조만간 사라질 전망입니다.
그리고 조직이라는 것이 차츰 발전하여 더 나은 수준의 조직체계를 갖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조직을 처음 구성할 때는 항상 신선하고 열성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사람들의 노력이 조직을 운영해 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사람들을 유지해 가는 체계로 변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한번쯤 경험했던 일입니다. 그렇기에 거대한 기업도 무너지고, 성과에 못 미친 팀은 도태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진리는 아니라 할지라도 자연계와 더불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법칙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훨씬 발전되고, 뛰어난 조직이 있습니다. 이른바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물망 조직입니다. 그물망 조직은 매우 유연하며 소통지향적이라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최근 발달된 통신기술과 장비로 인해 이른 조직이 현실에서도 가능할 정도로 성큼 우리들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목표지향적 조직인 트리구조를 창이나 작살로 비유한다면, 그러한 조직에서는 원하는 물고기를 향해 창을 정확하게 던질 때 한 번에 한 마리의 물고기만을 잡을 수 있습니다. 반면 소통지향적인 그물망 조직은 절대 물고기를 향해 그물을 던지지 않습니다. 물고기가 지나는 목에 그물을 드리우고 신나게 떠들고 즐기며 물고기를 몰아가는 것입니다. 때가 되면 그물 가득 물고기가 차고 넘칩니다.
정당이라는 조직
현재 열린우리당은 마지노선을 7월 14일로 연장해서 대통합 결정을 미루어 놓은 상태입니다. 선관위에 경선 등록을 위해 필요한 날짜를 역산해 보니 마지노선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이런 일정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행보는 안개속이라 논객들마다 정세분석이 제 각각입니다.
이럴 때는 읽는 이마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알아서 해석할 수 있는 점괘같은 분석이 매우 효과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엊그제 유시민 의원이 말한 ‘마당’이라는 발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마당은 ‘대통합 신당’을 말하는 것이다.”
“아니다. 마당은 ‘지지자들의 세력화’를 말하는 것이다.”
“아니다. 마당은 ‘열린우리당의 사수’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하는 모두가 날카로운 논객들이고, 어떤 분들은 현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분들이기에 어느 한 견해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눈팅들과 국민들의 바람이 움직이는 통로마저 외면해서는 또한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시민광장이라는 놀이터가 특정 정치인 지지자들만이 모여 세력화를 진행중인 존재라고 보는 분들이 다수 계십니다. 그런데 정당의 관점에서 봤을때는 제대로 된 조직도 구성되지 않았는데 무슨 ‘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 듭니다. 다만 저는 소통의 활성화를 통해 정치에 대한 접근이 무겁고 딱딱하지 않고, 어린 아이 손잡고 같이 참여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선거법에 따라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 선거가 진행되고, 후보선출 방식에 따라 정당을 대표하는 대통령후보가 결정됩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정당의 목적이 되어버린 정권창출은 정당의 다른 기능과 의무는 모두 생략해도 용납하자는 의식이 팽배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종이당원 이야기도 부끄럽지 않고 서로 주고 받는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은 유시민의 등장을 두려워 하는 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정당이라는 조직을 거의 지배하고 있고, 새로운 정당을 조직해서 대통령 선거에 임하겠다는 그들이 ‘유시민’이라는 정치인 한 사람의 이름을 애써 회피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유시민’이라는 이름에는 조직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속한 조직
과거 수천억은 있어야 치를 수 있었던 대선은 조직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판가름이 났습니다. 조직을 운영하는데는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부족한 정당은 조직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해야만 했지요.
전국 각 지역으로 흩어진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의 전화비 내는 돈부터 시작해서, 아무리 자원봉사라는 허울을 갖다 붙여도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아주머니들이 손가락 하나를 치켜 세우며 기호 1번을 외치겠지요. 그게 다 돈입니다.
딴나라당은 전국 각지에 분명 광범위한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거철마다 가동되고 사람들을 동원시킬 수 있는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떼기하고, 공천경매하고, 아무리 부패해도 딴나라당을 위해 선거운동 하실 분들 많이 있습니다. 어느 분 말마따나 신이 내린 정당이니까요.
‘유시민’이라는 이름에는 딴나라당을 능가할 조직이 있습니다. 대통합 명분으로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면서도 ‘유시민’이라는 이름에는 고개를 저으며 비토하고, 왕따 시킵니다. 심지어 유시민은 안그래도 많은 대선 후보들 가운데 1/n에 불과한데 나와봐야 뭐하겠느냐는 투의 말을 태연하게 짖어대는 개도 있더군요.
그렇다면 ‘유시민’이라는 이름이 가진 조직은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글을 처음 시작할 때 언급했듯이,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조직을 벗어나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한번쯤 여러분들은 어떤 조직에 속해 있나 생각해 보십시오. 직장? 가정? 교회? 동창회? 향우회? 또 있습니까?
제가 여러분이 속한 조직을 또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반드시 참여해 주십시오.
당신은 시민입니다.
YOU 시민입니다. 이것이 당신이 속한 조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