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에는 물고기 많이 잡기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5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전국에서 물고기를 가장 잘 잡는다고 소문난 조인(釣人)들이 모두 참가하게 된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그리고 각종 미디어와 언론들은 벌써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23일간 진행되는 이 대회에서 고기 잡는 도구는 작살, 낚시, 통발, 그물 등으로만 제한된다. 각자에게 공평하게 지급된 떡밥과 미끼 외에는 다른 것들을 일체 사용할 수 없다. 만일 규정된 떡밥과 미끼 외의 것들을 사용한 것이 적발될 경우 실격 처리될 수도 있다.
넓은 바다에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많다. 크기도 제 각각이고, 선호하는 먹이도 모두 달랐다. 그런데 과거 이 대회에서 지역별 떡밥을 워낙 많이 뿌려 놓아 그 맛에 길들여진 물고기들이 많았다. 한편 물고기의 개체 수가 다양해지고, 세대도 교체됨에 따라 차츰 새로운 미끼를 찾는 물고기들도 증가했다.
조인(釣人)들 중에는 물고기 잡는 도구에 따라 나름대로 신공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들 중 누가 어떤 도구를 사용해 가장하는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될는지 매우 궁금해 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말에 우승이 유력한 조인(釣人)들로는 현재 박 조인(釣人), 이 조인(釣人), 손 조인(釣人), 그리고 촉망받는 신예 유 조인(釣人)등이 손꼽히고 있다. 이런 유력 조인(釣人)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그들의 물고기 잡는 도구와 방법들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통발
박 조인(釣人)은 지역별 떡밥을 사용하는 통발을 주로 애용한다. 지역별 물고기의 입맛에 맞는 떡밥을 꽉꽉 뭉친 뒤, 통발 깊숙이 넣어 놓고, 그것을 물고기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에 갖다 놓는다. 떡밥에서 풍겨나는 냄새는 조류를 따라 흘러가 이 맛에 이미 중독된 물고기들을 금새 통발 주위로 끌어 들인다.
통발을 이용해 물고기 잡는 기술은 과거 이 대회에서 공인된 기술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이 기술을 통해 대회에서 승리한 사람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과거 10년 동안은 이 기술이 승리를 결정짓지 못했다. 떡밥에 중독된 물고기가 있는 반면, 이 떡밥에 질려 버려 애써 피하려는 물고기들도 꽤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승리를 위해 매우 효과적인 기술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정하고 있다.
통발 기술에 신공을 발휘하는 박 조인(釣人)은 사실 지역별 떡밥의 대가였던 독재자(獨材者 - 떡밥 재료를 모두 혼자 만든 자라 해서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의 딸이다. 지금 이용하고 있는 떡밥 역시 부친이 만들어 놓은 것을 토대로 바다 지형에 맞게 사용할 뿐이었다.
아주 오래전 재료인 떡밥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물고기들이 박 조인(釣人)의 통발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역시 독재자의 딸이라고 칭송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 조인(釣人)은 떡밥을 계속 만들어 내다간 결국 자신이 밥이나 떡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채, 떡밥 제조기술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작살
이 조인(釣人)은 물고기를 찾아 한방에 잡아버리는 작살을 주로 애용한다. 물 속에 직접 뛰어 들어가 두 손에 쌍 작살을 쥐고 물고기의 크기와 종류와는 상관없이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작살을 쏜다. 멧돼지처럼 밀어붙이는 그의 작살 신공은 매우 저돌적(猪突的)이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그의 신공에 죽어나간 물고기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의 작살에 맞으면 제대로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의 작살에 맞은 물고기는 살과 뼈가 떨어져 나가 더 큰 고기의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그의 작살에 잡혀 죽기 두려운 물고기들은 이리 저리 떼를 지어 도망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이 조인(釣人)은 도망 다니는 물고기를 필사적으로 좇아가며 작살을 쏘았다. 이 조인(釣人)은 사람들에게 “고기를 잡으려면 나처럼 이런 식으로 잡아야 해!”라고 과시하며 은근히 다른 조인(釣人)들을 멸시하는 언행도 일삼았다.
이 조인(釣人)은 자신에게 잡혀 죽기 싫으면 크고, 힘쎈 물고기가 되면 될 것 아니냐고 종종 말했고, 이 조인(釣人)이 말한 잡기 어렵다던 크고 힘쎈 물고기는 작살을 쏘기만 하면 먹잇감이 넘치는 이 조인(釣人)의 뒤만 졸졸 따라 다녔다.
그런 모습을 관전하던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고, 양심이 부패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회가 물고기 잡는 대회이기는 하나, 물고기를 잡아 죽이는 대회는 아니니 그런 모습은 대표 조인(釣人)이 될 자격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조인(釣人)은 나를 잡을려고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낚시꾼이 물고기를 살려서 잡든지, 잡아 죽이든지 무슨 상관이냐! 많이 잡기만 하면 되는거지!”
이 조인(釣人)은 자신이 쏘아대는 작살에 작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도 삽 같이 생긴 작살을 쏘아대고 있다.
낚시
손 조인(釣人)은 미끼와 포인트를 찾는데 주로 신공을 발휘한다. 그런데 정작 낚시 기술은 형편없다. 이것이 그가 주로 미끼와 포인트에 주력하는 이유다. 조인(釣人)이라 불려지기에는 쪽팔린 실력을 가졌음에도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유력 조인(釣人)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순전히 미끼와 포인트 찾는 신공 때문이다.
사실 손 조인(釣人)은 지금까지 통발기술과 작살기술의 내공을 가진 이들 주변에 포인트를 잡음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낚시질에 물고기가 입질도 하지 않자 불안한 나머지 최근에 자신의 포인트를 옮기고야 말았다. 두 번째로 포인트를 옮긴 손 조인(釣人)은 이번에는 동태를 미끼로 연말에 있는 물고기 많이 잡기 대회 우승을 노리기로 했다.
동태를 미끼로 사용해서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3류급 조인(釣人)들 다수가 손 조인(釣人)을 응원하기 위해 우루루 몰려가는 장면들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조인(釣人)에게도 원칙이 있다. 떡밥을 함부로 사용해서 물을 흐려 놓아도 안되며, 미끼는 반드시 물고기들이 먹을만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인트를 함부로 옮겨 다니면 안된다.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옮겨 다니기 시작하면 어떻게 조인(釣人)의 길을 걸을 수 있겠는가? 보따리 장사 하는게 낫지.
손 조인(釣人)은 아무래도 자신이 다른 3류급 조인(釣人)들에게 낚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자신의 낚시 신공을 존경하는 여러 조인(釣人)들이 자신을 따른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쯤일까? 손 조인(釣人)이 ‘아! 포인트를 옮기는게 아니었는데......’ 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오지나 않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그물
다른 모든 조인(釣人)들도 그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았다. 그물을 사용하는 것이 물고기를 많이 잡는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다 밑에서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사용한다는 것은 다들 너무 무모한 방법으로 인식 하였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조인(釣人)들은 그물을 투망으로 밖에 이용할 줄 몰랐다. 자신의 눈 앞으로 간혹 지나가는 물고기떼를 보고, 그때서야 그물을 던진다. 그럴 경우에는 잡히는 물고기보다 놓치는 물고기가 훨씬 더 많아진다. 사실 그물을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조인(釣人)만이 구현 가능한 기술이다.
유 조인(釣人)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생업이 아니었다. 낚시는 재미있게 즐기는 스포츠와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취미로 낚시를 즐기는 유 조인(釣人)에게는 낚시를 생업으로 삼는 다른 조인(釣人)들과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다를 향해 드리운 낚시줄 끝에 달린 바늘에 정작 미끼가 없다는 것이었다.
유 조인(釣人)은 물길과 해풍의 흐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고기떼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바다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예지력(叡智力)이 있었다.
유 조인(釣人)이 바다 속에 낚시줄을 드리운 이유는 물고기를 잡기 위함이나 낚시 바늘에 미끼를 달지 않은 것은 세월을 낚기 위함이었다. 그는 다만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종종 홀로 낚시대만 드리운 유 조인(釣人)의 모습을 비웃었지만, 대다수의 조인(釣人)들은 유 조인(釣人)의 그물 신공을 두려워 했다.
넓고 넓은 망망대해에 물길이 있듯이 물고기가 이동하는 길도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박 조인(釣人)의 지역별 떡밥 맛에 진절머리 난 물고기들과, 이 조인(釣人)의 작살을 피해 도망친 물고기들과, 손 조인(釣人)의 썩은 미끼에 실망한 물고기들이 떼로 지어 몰려 다녔다.
유 조인(釣人)은 어떠한 떡밥도 미끼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물만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다. 유 조인(釣人)의 그물 기술은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었다. 조류와 해풍의 변화에 따라 그물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물고기들의 길목을 지켰다. 길목을 지키며 그물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은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바다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기 위함이었다.
물고기 떼가 그물 안으로 들어 왔다 나갔다 하는 것을 지켜 보던 사람들은 빨리 그물을 당겨 물고기를 잡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유 조인(釣人)은 그물을 잡아 당기지 않았다. 그물을 잡아 당길 결정적인 때(時)가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때(時)가 올 때까지 유 조인(釣人)은 미끼 없는 곧은 바늘을 바다에 드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