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김은 주유천하를 하던 중 유시민 의원이 펴낸 ‘대한민국 개조론’이 배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당장 주유를 중단한 뒤 ‘모처’에서 차분하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조 때 영남의 거유(巨儒)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목숨을 걸고 나어린 군왕 명종에게 벼슬을 사양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유시민 의원은 오늘을 사는 민주사회의 진정한 주권자인 국민을 군왕으로 간주하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냉엄한 현실과 그 해결방안을 적시하며 나름대로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힌 것입니다.
하늘은 푸르렀고 화분 속에서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난초가 그윽한 향훈을 토해냈으며, 차츰 삿갓김은 ‘난초 불붙으니 혜초 탄식한다’에 이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요즘 세상을 ‘단절의 시대’라고 말하곤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이같은 단절을 자주 경험합니다.
어떤 때는 마치 두꺼운 유리벽으로 갇혀 있는 듯한 절망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마치 수평적 사고방식과 수직적 사고방식 정도의 차이랄까요?
삿갓김 후배 : (게슴츠레한 눈으로 쐬주병을 들어보며) 아니 아직도 반병이나 남았어?
삿갓김 : 뭐라구? 반병밖에 안 남았다구? 아, 주모, 여기 한 병 더 주슈! 빈대떡 하나도.
후배 : 아니 형, 더 드시려구?
삿갓김 : 아니 아우야? 그럼 이제 겨우 아홉 병으로 종을 치자는 게냐?
이렇게 어느 날의 삿갓김이 처한 상황처럼 ‘사달의 출발점’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비롯되지만 그 후유증은 실로 심각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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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심각한 담론의 분열에 직면해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진보와 보수파 사이에 접점이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접점조차 없으니 교집합이 나올 수 없고, 교집합이 없으니
타협이나 통합은 더욱 어렵지요.
만나지도 못하는데 무슨 수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습니까?
소통이 막히는 곳에서는 분열과 대립이 자랍니다.
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야 하는데,
이렇게 상대방 주장의 핵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은 채 오직
그 주장이 내포된 약점만 끄집어내어 공격함으로써
자기 견해를 정당화하려는 풍토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더 행복해지기는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개조론 46~47쪽, <소통이 막힌 곳에 대립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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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은 세계화와 양극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나아가 대한민국을 더 발전시키고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정책조합 또는 국가발전전략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단호하게 결론을 맺습니다.
“대한민국은 밖으로는 세계화 시대의 선진통상국가로 나간다.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기 위해 안으로는 사회투자국가를 건설한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선명하게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선진통상국가와 사회투자국가로 나아가는 길만이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통상국가로 자리잡은 우리나라가 선진통상국가로 나아가려면 노동, 금융, 경쟁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고, 적극적 해외투자와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합니다.
사회투자국가란 기존의 소극적 개념의 복지국가의 개념을 넘어 국민 개개인의 인지적,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더 키워서 국민들이 서로 믿고 협력하며 살아가도록 하여 국제경쟁력을 그만큼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국가를 가리킵니다.
이 책 속에는 자연인 유시민,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 유시민, 학부모 유시민, 기자(?) 유시민, 정치인 유시민, 경제학도 유시민, 국회의원 유시민,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의 면면이 모두 녹아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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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나라, 불행한 국민' / '선진통상국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
'사회투자국가, 지구촌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 / '비전 2030, 사람이 희망이다'
'대한민국, 진화는 계속된다' / '전통적 복지정책과 사회투자정책'
'사회서비스 시장과 일자리 창출' / '책임성 없는 진보, 일관성 없는 보수'
'의료급여제도 혁신' / '약제비 적정화와 한미 FTA'
'건강투자정책' / '파랑새 플랜' /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국립정신병원'
'시한폭탄 국민연금' / '공적개발원조(ODA)' / '민주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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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6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각 꼭지마다 빛나는 정신과 그로 인해 배어나오는 아픔과 한숨 때로는 눈물자국이 동강(冬江)의 바람처럼 삿갓김의 가슴을 베더군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국립정신병원’ 에서는 집단 이기주의가 얼마나 심하게 그리고 비열하고 교활하게 우리 사회 곳곳마다 독버섯처럼 퍼져가고 있나 하는 현장을 심층 취재한 듯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립정신병원은 대부분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이거나 의료급여 수급자들인 정신질환 환자들이 입원하여 겨울과 여름을 나며 정신질환 회복 환자들이 꽃배달 사업도 하고 카페를 열어 커피도 팔면서 재활과 사회적응 훈련을 하는 곳입니다.
이 병원은 지은 지 45년이나 된 냉난방도 안되는 ‘썩은’ 건물이라 정부는 오래 전부터 1만3천평의 이 병원 터에 새 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국회에서 번번이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혐오시설’인 이 병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지역발전을 할 수 있다는 광진구청, 지역의원, 건설업자, 일부 시민들의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같은 이유로 이 병원을 내쫓는 것은 문명국가가 해서는 안될 추한 짓입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념에 찬 각고의 노력끝에 정신질환을 앓는 자녀들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와 통원치료를 하고 상담을 하던 어머니들의 눈물의 호소에 보답을 해주었습니다. 2007년 예산안에 기본 설계비 8억원을 포함시켜 국회 심의를 통과시켰던 것입니다.
유시민 의원 스스로는 ‘대한민국 개조론’이 이미 나와 있는 참고자료를 많이 인용한 일종의 ‘집단창작’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오직 하늘만 아는, 유시민 그 자신만의 영혼의 터널을 지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은 삿갓김이 눈물 글썽이며 읽어내려갔던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즘 삿갓김은 눈물이 많아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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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전면적인 붕괴를 방불케 하는
사회적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판국에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데도 국민들은 태평스럽게 지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려는 법률 개정안에 대해 국민 70%가 반대합니다.
여유만만한 국민이라서 그럴까요?
그게 아니라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혼자 생각하다 보면 저는 이따금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개조론 57쪽, <고령화, 장수의 축복이 부르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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