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 대구강연 후기
/ 아랑아빠
순서는 기억나는 데로, 자판 나가는 데로입니다.
1.
예정시간보다 10분 이상 늦게 유시민 의원이 왔다. 사진으로 아는 김태년 의원도 온다. 내가 앉은 둘째 줄 자리 바로 앞 첫째 줄에 앉는다. 자리에 앉자 정장 입은 누가 와서 뭐를 챙기는데 하는 일이 수행비서쯤 되는 그 사람이 18년 만에 얼굴 보는 학교 1년 후배다.
"○준아"
"어, 형"
"이 번엔 줄 잘섰네."
우선 간단한 악수를 했다. 전대협 간부를 했던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는 처음에 GT캠프엔가에서 활동하다가 나중에 노무현 후보 쪽에서 일했다길래 하는 덕담.
2학년 4월에 구속되는 바람에 그 친구 입학하고 한 달 정도 얼굴 익혔을라나. 그래도 한 눈에 알아보고 거리낌 없이 반가운 건 지금 같은 길을 간다는 이유.
2.
경북대 총장을 하신 박찬석 우리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러 나가시는데 목발을 짚으신다. 사회자 왈.
"대구까지 서울에서 부터 자전거 타고 오시다가 다치셨답니다."
크게 한 번 웃으며 박수를 치는 데 정작 본인도 같은 말씀.
"내가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는데 이 번에 몇 사람이 서울에서 대구까지 자전거 타고 오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나서."
당사자가 얘기하니 이 번에는 아무도 웃지를 않는다. 이어지는 말씀.
"사실 우리 유시민 의원님이나 되니 이런 곳을 빌리지 한○숙, 신○남, 이○찬, 김○관, 김○규 같은 사람들 오면 여기 잡지 못합니다. 여기 한 무데기 앉아서 무슨 창피 당하려고."
모두들 좋다고 박수를 치는 틈에 사람 숫자를 세어 보았다. 의자수 448개에 의자 없어서 서있는 사람 100여 명. 내가 다 기분 붕 뜬다.
3.
사회적 신뢰가 없어서 일이 안된다는 예를 들다가 유의원 왈.
"서울대 동문 수첩 만드는 거 있짢습니까? 그 순서가 원래 문, 사, 철 이리 되는데 한 번은 가나다 순서로 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공대가 제일 앞이죠. 교수님들끼리 싸우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 만든 수첩 폐기처분하고 다시 만들었다는 것 아닙니까?"
청중들 다시 한 번 크게 웃는데 역시 제 앞줄에 앉은 박찬석 의원님. 옆 사람과 속삭이는 데
"우리 경북대도 그랬어요."
4.
"한나라당의 발전이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척도입니다. 고3 때 생물시간에 배운 내용 중에 최소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생물개체가 유지하는데 필요한 성분 중 최소한의 것 만큼만 성장한다는 법칙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한나라당이 제일 뒤떨어지니까 한나라당이 발전하는 만큼 딱 그만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차라리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입당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합니다."
그래 놓고는 1초도 안되서
"이건 농담입니다. 농담인 거 이시죠. 여기 오신 기자분들 내일 아침 신문에 '유사민 의원 한나라당 입당검토' 이런 제목이 나오면 큰일납니다."
모두들 박장대소.
5.
이 밖에 강연 중에 노대통령의 썰렁 개그 '좌파 신자유주의'가 다음 날 언론에 의해서 참여정부의 이념이 되었다는 내용은 '대한민국 개조론'에도 있고, 강연 서두에 "제가 몇 년 전 20대 대학생들하고 무슨 회의가 있었는데 거기서 '취업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각자에게 있다.' 이런 뜻으로 말했는데 다음 날 신문에 보도 되기를 '유시민 의원 청년실업은 각자책임'이렇게 보도 되었었다고.
하여튼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활기차고 중요하면서도 유쾌한 명 강연 잘 듣고 왔습니다.
초딩, 정치 조기교육 받다 - 대구강연 후기
/ 가늠
띠리리리~~
"언니야, 나 못 갈 것 같다. 감사 나왔어 T.T"
'아잉, 그럼 나 혼자 외롭게 가야 되나'며 눈길을 돌린 순간 초딩 3년 아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엄마 따라 강연 갈래?"
"어디에? 싫어"
"경북대인데 무지 좋아, 누가 나오게?"
"유시민!"
"와우, 울 아들 어떻게 알았어, 눈치하나 끝내 준다. 따라가면 맛있는 거 사주지~~"
"뭐 사 줄 건데. 응? 응?"
"너 원하는 거 사주지"
"알았어, 난 오늘 자장면 먹고 싶으니까 그거 사 줘"
강연 끝나고 나면 자장면 집에 문이 열렸을까?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너라도 데리고 가야겠다. 그나저나 아이들을 흔히 스폰지 두뇌라고 하는데 관찰력 하나는 대단하다.
한 번도 유시민이 어떻고 얘기한 적 없는데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라던가 인터넷으로 시민광장 들여다 보는 모습이 몇 번 노출되었는데 바로 직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어라, 약간은 냉소적인 시선을 보이던 남편이 전화와서 경북대로 가겠단다. 와~ 1명 보내고 2명을 낚았네? ㅋㅋ 인원수복 하고 경대로 go~~
경대 입구부터 연분홍색 풍선을 장식한 터라 강연장 따라가는 길이 꽃길인 듯 기분 좋은 착각을 하게 했다. 강연장이 꽉차고 드디어(15분 정도 초과 후)시민님이 연단에 서신다. 제목이 [청년취업과 사회서비스 시장화 전략]이어서 주로 청년취업 문제에 대한 강연을 했다.
'대한민국 개조론'에 사회서비스 시장과 일자리 창출에 관한 부분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 대한 부연설명이라고 보면 되겠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차세대 필요충분조건 일자리는 사회서비스분야인 보건, 복지, 문화, 체육 등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복지 부분은 늘 관심이었는데 딱히 청년들에게만 고할 말은 아닌 듯 나의 뇌리에도 확실하게 인식되었다. 시민님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닌 개인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어제도 시민님이 특유의 화법을 구사했는데 "주식보다 가장 위험한 투자는 교육투자다"라는 말이다. 취업과 관련해서 고학년 저취업(저생산)사회 구조를 꼬집은 것이다.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장 많은 가계비에서 지출 되는 교육비가 그만큼 성과를 못 거두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 스스로도 개별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선배로서의 충고도 있지 않았다.
사회서비스 분야의 활성화라는 해법을 만들어 놓고도 바로 도입할 수 없는 것은 기업과 대학 사이의 부조화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말씀도 하셨다.
청년실업문제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노력 부분이다. 대선 주자들의 달콤한 일자리 창출 공약은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권력욕에 급급한 몇몇 주자들과 대비되는 솔직한 고백이 아닐 수없다.
옆에서 열심히 '유시민'을 그리고(시민님이 말라 보이는지 볼살에 'ㄱ'자를 넣었음) 있는 아들은 취업 문제로 고민하지 않을까? 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조금 든다. '정치조기교육'을 받은 우리 아들,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지만 "유시민"이란 이름을 알아준 것만도 고맙다.
예전에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1980년 5월 18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라"는 화두를 던져 주었을 때 궁금해서 애간장이 탔던 기억이 있다. 애간장이 타는 지적 욕구가 생기기를 바란다.
덧붙임
부산에서 오신 '개나리'님을 만났는데 참 대단하세요. 저 보다는 한 연배하실 것 같은데 단독으로 오셨고 시민광장에 보탬이 되고자 알바도 뛴다고 하시더군요.
시민님은 참 행복하신 분이네요.^^ 그리고 사인 받느라(줄 엄청 길었음)줄 서 있다가 '김반장'님을 만났는데 눈팅만이 스타를 알아 보잖아요. 아는 체 했죠. ㅋㅋ 사진보다 젊어(어려?) 보이시더군요.
짧게나마 두 분과 얘기 나누고 작은 교감을 나눌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사인 받을 때 시민님께 약한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 말고 "사랑은 실천으로" 메시지 남겨 달라구요. 나라를 사랑하고 왕(국민)을 사랑하는 분이 꼭 실천으로 보답해 주십사하고 말씀 건넸지요. 저 자신에게도 하고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