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를 보아도 사람의 생명만큼 존귀한 것은 없다.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를 얻는 것보다 소중하다. 그런데 23명의 소중한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그 소중한 목숨들을 억류하고 있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그들은 모두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안타깝고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1. 누가 그들을 거기에 있게 하였는가?
종교인들은 종종 순교를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산다. 그것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이슬람 과격분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기독교도의 경우도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있어왔다. 때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으로 종교적 신념을 지키다 순교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납치된 교인들의 경우 순교를 목적으로 그곳에 간 것이 아니다. 다만 아프간의 곤궁한 인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간 것이다. 만일 지금과 같은 사태를 예견하였다면 그들은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외교부가 분명히 위험지역으로 분류하여 자제를 요청하였지만 그들은 정작 위험성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었을까?

교회의 목회자들은 종종 무모한 것을 믿음으로 잘못 가르치곤 한다. 만용을 담대한 용기로 오인시키는 일이 적지않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 것이 결국 신자들로 하여금 위험한 사고를 치게 만든다. 사람의 무모한 만용을 하나님이 보호하신다면 사람들은 확실히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다. 일은 자신이 저지르고 신은 그것을 수습하라는 태도는 확실히 섬김이 아니라 종을 삼는 행위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견의 경우도 그러한 일이다. 심지어 외교부의 자제요청을 좌파정권의 선교방해 행위로 인식하는 일도 있다니 어이가 없다. 정권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의도의 설교가 신도들을 위험으로 내몰 수도 있다. 그런 거짓말들이 바로 신을 섬기지 않고 신을 자신들의 종으로 삼는 행위인 것이다.
마치 위험하지 않은데 외교부가 위험성을 과장하여 선교활동을 막는 것처럼 주장한 사람들은 이 사태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그곳의 어려움에 처한 민중들을 돌보고자 달려간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그곳에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가서 선교활동을 하도록 조직하고 지원하고 위험성을 축소평가한 사람들이 책임질 일이다.
2. 교회에 가서 염불하는 행위
아프간은 사실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미국이 감행한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저항세력은 괴멸되지 않았다. 세계최강의 미군이 그렇게 공을 들이고도 여전히 치안을 확보하지 못한 곳이다. 탈레반의 저항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종종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곳은 온통 이슬람교도들의 세계이다. 정통적이고 평화를 갈망하는 이슬람 세력도 있지만, 원리주의와 과격한 테러를 주도하는 세력도 있다. 그리고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의 이슬람 공격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기독교인들이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평화롭게 예배를 진행하던 교회당에 난데없이 스님이 들어와서 목탁을 치고 염불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그런 행위는 교회와 신도들을 향한 종교적 테러행위이다. 아마도 당한 사람들의 분노는 엄청날 것이다. 타인의 종교나 신념에 그러한 테러를 가하는 것은 대단히 야만적인 행위여서 누구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아프간에 간 교인들이 노골적으로 기독교를 전파하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의 입장에서는 기독교인들의 선행조차 결코 달가울 수가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납치해서 뭔가를 요구하는 행위는 자주 있던 일이다. 그들에게 기독교인은 어쩌면 교회에서 염불하는 스님보다 더욱 적대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곳에는 가지 말아야 했다.
3.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
종교적 사명감에 위험을 과소평가한 본인들의 책임이 적지않다. 그것을 무모한 수준으로 이끈 목회자와 파송단체의 책임은 더욱 크다. 그리고 위험지역에 여행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교부가 나름의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한 본인들과 그들의 그러한 여행을 부추긴 단체와 목회자들의 책임이 지대하다. 또 미국의 침략전쟁에 우리젊은이들을 파병한 것도 정부의 잘못이다. 비록 전투병은 아니라도 우리의 파병은 분명 미국의 침략전쟁을 합리화 시켜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책임을 논할 때가 아니다. 다시 반복되지만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모든 일에 앞서 우리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비록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머뭇거릴 이유는 없다. 책임은 그들을 구하거나 그들이 모두 희생된 이 후에 따져도 늦지않을 것이다.
그리고 속히 우리의 파병부대를 철군시켜야 한다. 미국의 선언처럼 이미 공식적인 전쟁이 끝난 지 아주 오래되었다. 복구나 의료지원도 이제 크게 도움될 시기가 아니다. 우리가 그 전쟁의 당사자가 된 입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석방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철군시기를 더욱 서두르는 것도 필요하다.
또 그들을 납치한 무장세력이 주장한 것처럼 탈레반 포로들과의 교환도 아프간 정부와 미국에 요청해야 한다. 물론 들어줄 것 같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볼 수 밖에 없다. 무장세력에게 우리의 의지는 분명하지만 우리가 원하는데로 할 수 없는 상황임도 설득해야 한다. 과정에서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생명을 구하는데 아낌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의 임무는 말을 안들어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국민까지 포함한 모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한시도 정부의 본래적 존재의미를 잊지말고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그들이 살아돌아올 수만 있다면 뭐든 아낌없이 줘야할 것이다. 책임은 그들을 구하고 난 후에 얼마든지 따져 물을 시간이 있다. 지금은 책임이 아니라 정부의 임무를 잘 수행할 때이다.
비록 무모한 만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인 그들이 모두 무사귀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만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사람이 저지른 일에 하나님을 종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은 신을 섬겨야지 신을 부려서는 안된다. 종교는 도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