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신당과 관련해 정치공학적 입장과 더불어 섭섭함과 까칠함이 교차되는 시점입니다. 생활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지 몇 개월 되지도 않는 생초짜가 그래도 시민광장에 집필일꾼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사람이 되다보니 이 판국에 펜대 돌리고만 있을 수 없기에 허접한 글을 통해 입장을 말하고자 합니다.
대세와 대의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함께 할 두 세력입니다.
물리적인 법칙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힘을 나누기가 쉽지, 합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면 탈당이 쉽지, 합당은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세라는 바람과 쏠림을 얻기 위해 인위적인 합당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지금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탄생한 90년 3당 합당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 당시 민자당은 분명 대세를 얻었고, 대의는 저버렸습니다. 한나라당이 오늘날까지 대세를 얻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 때 대의를 위해 “이의 있습니다. 저는 반대합니다.”를 외치며 불끈 쥔 오른 주먹을 번쩍 든 노짱의 사진을 보면 지금도 그 때의 일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역사에 가정이란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만, 그 당시 노짱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지금쯤 다선 국회의원이 되어 한나라당에서 개혁진형 계파를 형성해서 아래로는 고진화나 원희룡 같은 사람을 이끌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었다면 오늘날 저 자신을 포함해 우리들은 매우 씁쓸한 역사를 살고 있겠죠. 유시민은 계속 지식소매상으로 남아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머물렀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오늘”도 가정이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역사의 현장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세
열린우리당 정치인들 중에 많은 이들이 대세를 이야기하며 탈당했습니다. 물리적으로 세력을 갈라 놓는 바람에 열린우리당 쪽으로 쏠림을 이루는 대통합은 사실상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한 대통합이 대세를 이루는 형국입니다. 외통수 전략입니다. 제3지대 통합신당측이 백보 양보해서 열린우리당과 당대당 대통합신당이 성공한다고 해도 대세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가 기대하는 대통합신당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유시민 의원님의 “원샷 대통합” 의 핵심은, 대통합한 뒤 국민경선을 해서 누가 이기는지 겨루어 승리하는 후보의 정책노선을 대통합신당의 정책노선으로 정하고, 당권과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모든 권한을 승리한 후보에게 맡기자는 겁니다.
대통합을 전제할 때는 “원샷” 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공천권을 계파끼리 안배하고, 당권과 정책까지 양보하자는 세력이 대세를 이루면 우리들이 바라는 정당개혁의 꿈은 요원(遙遠)해 집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그렇다고 제가 대통합을 반대한다고는 쓰지 마십시오. 듣지 마십시오. 그리고 쓰지도 마십시오. 다음을 읽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엎질러진 물입니다. 다만 지금이라도 외통수만 믿고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병행하여 추진해야 합니다.
대통합을 위하여 노력은 하되, 빠른 시일 안에 통합이 되지 않으면 후보를 내세워서 대세 경쟁을 하면서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거든요.”
- 6월 2일 제1회 참평포럼 월례회 노무현 대통령님 강연 中에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지난 어록을 발췌해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즉, 첫째, 우리가 경선을 위해 '큰 마당에 모여' 대통합신당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그렇지 않더라도' 열린우리당 내에서 경선할 수도 있고 이후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도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세는 인정하더라도 우리까지 쏠리는 것은 좀 섭섭합니다. 당대당 대통합에서도 누가 대세를 쥐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은 느긋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너무 조급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라고 말하면서 그 때(時)가 올 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백 만 송이 장미꽃을 피우면서..
대의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대의는 참여민주주의입니다. 언론에서 우리들을 친노세력 지지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 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친노세력이라는 계파가 아닙니다.
우리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시민주권, 참여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소비자주권을 행사하는 단체입니다. 일반적인 정치 세력과 동질 그룹으로 묶어 놓은 교묘한 상징을 거부합니다.
“그러나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대통합신당, 참여정부의 국정실패를 주장하는 대통합신당에는 반대합니다. 그런 대통합신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통합신당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통합신당입니다. 이런 정당에 저는 절대로 발을 들여 놓지 않을 것입니다.
스무 명이 아니라 열 명의 국회의원이 남는다고 해도, 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긍정하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정당의 당원으로서 끝까지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 7월 14일 참평포럼 경기,서울 창립대회‘인사말’中에서

대통합신당에 함께 하려는 모든 분들은 이러한 대의를 지켜 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님의 시대정신과 참여민주주의 가치를 소홀하게 대우하지 마십시오.
대통합신당에서 참여민주주의 가치를 지켜 주신다면, 그 안에서 깨끗한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겁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합시다. 꼼수와 계파간의 이권 조율은 당분간 유보합시다.
그렇게 대의가 지켜진다면 비록 우리 몸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입더라도 최선을 다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계승을 위해 소비자 주권 운동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다가오는 12월 19일, 또 한번 국민과
함께 기적을 만들어 냅시다.
이상으로 생초짜 생활정치인으로써 입장정리 합니다.
대한민국을 삽 들고 땅 파는 나라가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에게 투자하는
지식문화강국으로 만들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