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일날인 어제 밤에 "화려한 휴가"를 봤습니다. 제가 알기로 원래는 5월에 개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연기해서 7월에 개봉하게 된 것으로 아는데 아마 5월에 개봉했으면 저 안 봤을 겁니다. 저 신파조 영화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화려한 휴가"가 개봉을 연기한 것이 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됐건 당시에 개봉했던 영화 "밀양"을 밀어주는 결과를 낳았지요. 어제 영화 보니 여주인공 이요원의 영화상에서의 이름이 "밀양"의 전도연과 마찬가지로 "신애"더군요. 믿음과 사랑...
영화는 예상한 대로 신파조였고 웃음과 눈물을 선사하는 영화였습니다. 뻔한 신파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다소 이성적인 사람에게서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 것은 역시 이 영화가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1980년 5월...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 지금의 20대들은 이 사건을 명시적으로 기억하거나 경험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어제 영화를 보면서 주변에서 훌쩍거리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대부분 20,30대...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 사건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5월광주에서의 정치군인들의 권력욕에 의해 자행된 폭력과 이에 대한 의로운 저항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라는 역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수구언론과 수구정치인들의 세뇌와 우민화를 목적으로 한 공세 앞에 젊은 세대들이 무장해제 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화려한 휴가" 를 보며 다시금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민주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뒷세대들에게 예술을 통해 전하려는 김지훈감독을 비롯한 제작자들이 있고 이에 호응하여 감각적인 상업영화가 아닌 진실한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영화를 보아주는 젊은 관객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서 가슴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5월 광주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당시 목숨을 바친 분들이 후세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다시금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작고하신 518의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씨가 예전에 TV에 나와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5월 광주의 정신은 "대동"과 "진보"라고... 만약에 도청에서의 최후의 항쟁이 없었다면 87년 6월민주항쟁도 없었을 거라고... 영화 속에서 김상경이 연인 신애에게 마지막 선물로 주었던 십자가 목거리...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는 가장 명시적인 은유였습니다.
역사의 발전을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길을 걸어갔던 실제의 역사적인 인물들... 광주에서도 있었고 그 이전의 민주화의 역사에서도 있었고 그 이후의 민주화의 역사에서도 있었던 그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피가 오늘날과 같이 우리가 자유와 평화와 정의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아닐런지요.

그러나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듯 역사의 수레바퀴를 꺼꾸로 돌리려는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잃어버린 자신들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 똘똘 뭉쳐서 역사의 반동을 도모하고...
아마도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십자가목거리를 선물받은 신애는 죽은 아버지와 연인의 뜻을 이어받아 살아남은 자로서 정의를 위한 한길을 분명히 걸어갔을 거라고 믿습니다.
마치 1980년 5월 광주를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사랑과 평화와 정의를 위한 저항과 투쟁의 한길을 가서 결국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성공시켰듯이...
영화는 여전히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십자가를 지는 의로운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호소하듯 "임을 위한 행진곡" 으로 마칩니다.
"사랑과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리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리 산자여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