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대해서 몰랐다가 강연에서 알게 되어 들어와봤습니다. 감히 글을 남겨도 되는지 모르겠으나 이미 글쓰기를 눌러버렸으니 염치불구하고 나름의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저는 본래 의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의사들 사이에서 유의원님에 대한 대화는 거의 금기에 가깝습니다. 입학 때부터 '참여정부는 의사를 모두 공무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애시당초 선배 의사분들 보면 대부분 참여정부가 부족한 의료재정을 의사를 삥뜯어서 채우려고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갖고 계십니다. 더구나 유의원님이 장관을 맡으셨던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정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 중 약사 출신 인사가 많았고 보건행정 쪽은 약사들의 이익만 대변해준다는 피해의식 같은 것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런 집단에서 참여정부나 유의원님을 지지하는 입장에 있는 저는 약간 독특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개조론을 13일날 받자마자 재빨리 1독을 하면서 좁혀질 수 없는 의사들과 유의원님 사이의 거리를 다시한번 실감했습니다. 의사들의 이기주의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속에도 나름대로 정당한 주장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엉뚱한 대안에 매달리고 있는 의사들의 어리석음을 개탄할 수밖에 없었죠.
여하튼 유의원님의 강연을 실제로 듣고 나면 이런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로 친구 하나를 꾀어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긴 강연이 이어질 거란 저의 예상과는 달리 50분 정도 간략한 말씀이 있으신 뒤로 질의응답으로 진행하셨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것 몇가지를 질문드려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갑자기 말을 하려고 보니 정리가 잘 안되서 자꾸 꼬이더군요. 제 말이 너무 장황했던 탓인지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첫번째 질문의 답은 듣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미리 질문을 준비해 놨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저의 첫번째 질문은 세금을 방만하게 운영한다는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각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는가를 묻는 의도였습니다. 두번째 질문은 의사의 수를 늘리기보다 특정 진료과목으로 집중된 인력배분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가 묻고자 했던 것이구요.
그런데 워낙 언론의 악의적인 공격에 적응이 되다보니, 혹시 저의 의도도 굴절되어보이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다보니 질문이 더 꼬여버렸습니다. ㅜㅜ
저는 유의원님의 정책이나 의견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100%는 아니어도 8~90% 정도는 공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워낙 악의적인 비판에 시달리다보니, 간혹 정당한 비판을 듣게 되어도 반사적으로 방어본능이 작동해버린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 데에는 최근에 읽었던 오바마 의원의 '담대한 희망'이라는 책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미국과 우리의 정치현실은 차이가 많겠지만 책 전반부에 소개되는 공화당의 네거티브 공세나 보수언론의 행태는 한국과 흡사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책 초반부에 '민주당 정권하의 정부기관들이 세금을 지출하는 데 너무 방만한 태도를 보인 것이, 레이건이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저의 첫번째 질문이 떠오른 것이죠.)
'담대한 희망' 의 대단히 많은 부분에서 오바마 의원은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미디어들은 의도적으로 가공된 이미지만을 전하고, 그 앞에 정치인이 무력해지는 현실을 개탄합니다. 유의원님처럼 오바마 의원 역시 소통의 수단으로 저술활동을 택한 건 아니었을까요? 여기서 책 뒷표지에 나온 뉴욕타임즈의 서평이 눈에 띕니다.
"오바마는 실제로 글을 쓸 줄 아는, 그것도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감동과 진실을 담아 쓸 수 있는 희귀한 정치인이다"
저는 저기에 '오바마' 대신 '유시민'을 집어넣어도 꽤 잘 어울렸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오바마 의원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것처럼 유의원님의 책도 그렇게 잘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아마도 그러다보니 책 제목이 좀 더 대중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