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곰가방식 포메이션은 수비지향의 전술이다.
이번 아시안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 평범한 진리가 있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게임이다!"
나는 사실 베어백 (일명 곰가방) 감독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툭하면 지적되는 것이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문전처리 미숙"이요, 다른 하나는 "수비 불안"이다. 곰가방 감독은 이번에 수비불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어쨌든 아시안컵에 나가서 이란, 일본, 이라크 등을 상대로 4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어리고 경험없는 수비수들을 데리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곰가방 감독은 실패했다. 그리고 짐을 쌌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인데, 그놈의 골을 못넣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곰가방은 무척 불운한 감독이다. 곰가방식 4-2-3-1 포메이션은 실질적으로 수비를 6명 세우는 수비지향의 전술이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긴다.
이 전술로 이기기 위해서는 특출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어야 한다. 창조적인 패스와 공간 움직임으로 결정적인 '한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 말이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의 지단 같은 선수가 이런 역할을 했다. 이번에 우리나라도 박지성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허접스러운 스트라이커들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골가뭄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결론은 평범하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는 경기다. 극단적인 수비로 4강까지는 갈지 모르지만, 우승은 할 수 없다.
2.
참평포럼과 통합신당은 수비를 위한 조직이다.
곰가방 축구의 문제는 어찌보면 현재 민주개혁 진영의 문제와 흡사하다. 즉 극단적인 수비에만 치중할 뿐, 공격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말이다.
참평포럼이나 통합신당은 기본적으로 수비를 위한 조직이다. 참평포럼은 참여정부의 성과를 지키기 위한 수비조직이고, 통합신당은 민주개혁진영의 세력을 지키기 위한 수비조직이다. 경기를 이기려면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격에서의 한방이 없이는 우승은 불가능하다.
흔히들 간과하는 점이 있는데, 이번 대선은 국민들에게 과연 민주개혁세력이 "15년 장기집권"을 해도 되는지를 묻는 선거라는 점이다. 15년이면 아주 긴 세월이다. 박정희가 독재한 기간과 거의 맞먹는 기간이며, 그 길게 느껴졌던 전두환-노태우 시절보다도 긴 세월이다.
"장기집권인가? 정권교체인가?", 야당 하기 나름이다.
이런 선거는 기본적으로 야당이 한 50%는 먹고 들어가는 선거다. 한쪽이 10년 세월을 집권하다보면, 아무래도 피로감이 쌓이고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10년 세월을 집권한 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아주 만족스런 평가를 받아서 무난히 재집권에 성공하는 예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런 선거는 야당 하기 나름이다. 즉 야당이 권좌에서 쫓겨날 때의 문제점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수권능력을 키워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주요변수가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선거구도가 "불만스런 여당 대 개혁된 야당"의 구도로 짜이면 정권교체가 일어나는 것이고, "불만스런 여당 대 더 한심한 야당"의 구도가 되면 여당이 장기집권에 성공하는 것이다.
과거 영국의 보수당이나 독일의 기민당이 거의 20년 가까이 집권에 성공했을 때, 이들이 마냥 잘해서 연속 집권을 한 것은 아니다. 대안세력이 되어야 할 야당이 낡은 노선을 버리지 못하고 항시적으로 내분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이들 장기집권 세력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지만, 대안세력은 더 한심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들 나라에서의 정권교체는 블레어나 슈뢰더가 새로운 노선으로 야당을 혁신하는데 성공한 이후에나 가능했다.
한나라당 공격은, 탁월한 공격수의 몫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렇다. 참평포럼이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급격히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합신당이 아무리 과거 집토끼들을 다시 몰아와도 재집권이 가능한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비만으로는 대선을 이기기 어렵다. 탁월한 공격수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국가비전이나 도덕성의 측면에서 하나도 발전이 없었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검증의 촛점을 여권에서 야당으로 돌리는 것이 우리 편 공격수가 수행해야 할 핵심적인 임무다.
내가 아는 한, 한나라당은 이러한 "야당 검증"을 통과할 만큼 충분히 변화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더 퇴보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명박과 이회창을 비교해 보라. 도덕성 면에서 이회창이 백로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국가비전의 문제다. 한나라당은 외환위기를 초래해서 쫓겨난 정당이다. 그리고 이 경제위기는 한나라당 정권이 세계화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특히 금융자유화 과정의 관리 실패).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본인들의 실패에 대해 충분히 반추하고 충분히 반성했는가. 세계화의 도전, 그리고 양극화의 문제는 그때보다도 더 거세지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당시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을만큼 충분히 혁신되었는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운하와 줄푸세. 이런 구상으로 어떻게 세계화에 대응하고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말인가. 이런 구상을 들고 나와서 10년전 IMF의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뻔뻔스러운 일이다.
공격수 유시민 빨리 출격하라.
공격수가 필요하다. 한나라당이 1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혁신되지 않은 국정파탄 세력임을 폭로할 수 있는 공격수 말이다. 이런 면에서 손학규는 최악의 선택이다. 누가 누구를 공격한단 말인가. 누워서 침뱉기일 뿐이지. 게다가 손학규로는 수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지난 10년을 부정하는 후보가 무슨 수비를 하겠다는 말인가.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손학규는 최악의 선택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공격수 유시민 빨리 출격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골 좀 넣어달라는 얘기다. 이 간단한 결론을 위해 뭐하러 이렇게 글을 길게 썼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