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 만났던 '난(蘭)' 이야기입니다. 회사가 너무 어려웠을 때였으니까 모두들 마음의 여유가 없었겠지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그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버린 '난' 하나가 사무실 한 구석에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하도 안쓰러워 죽은 잎은 잘라내고 물도 주고 제 가까이 두고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해 겨울을 넘겼습니다.이듬해 봄이 되자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난' 하나야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 친구나 나나 생명의 무게는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몇번 회사를 옮기게 되고 옮길 때마다 저는 이 친구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제 곁에 있습니다.
이 녀석은 분명 촉이 3개인데 어떤 연유에서 인지 그 동안 쭉 2촉만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나머지 한 촉에서도 그 것도 5개의 꽃 봉오리를 달고 올라 왔습니다.
"웬일이야? 세상 사람들이 철이 들기 시작하니 너도 철이 드는 모양이지?"
회사에 출근하면 여느 때와 똑 같이 분무기로 물을 뿌려 주면서 아침인사를 나누는데 어제는 3개의 꽃대 중 한 개가 밤 새 열어 놓은 창문의 커튼 줄에 감겨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자세히 살펴 보았더니 이미 숨이 멋은 듯 했습니다.
"이런 이런, 밤새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까?"
혹시나 해서 꽃 봉오리의 가녀린 목에 테이프를 붙여 주었지만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종일 맘이 편치 않네요.
내가 네 속에서 무엇으로 살며 네가 내속에서 무엇이 되려 하는지 그걸 깨닫지 못하고 사람들은 항상 부질없는 요구를 합니다.
문득 대통합신당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 품고 있는 것은 무정란인 것을... 그 걸 품고 한 해를 다 보내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