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민주신당이 창당되었다.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은 이미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거기에 대응할 반한나라당 연합체가 드디어 탄생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류가 없는 반쪽짜리 통합이지만 단숨에 85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 제2당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의 앞길에는 암운이 드리워져있다. 수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정책노선과 중심인물, 지분다툼과 급조정당,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참여여부, 그리고 모호한 정체성의 문제까지 복잡하기 이를 데없다.
정당은 정책적 지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내고, 선거에 이겨서 국정을 맡아서 자신들의 정책을 구현하는 정치집단이다. 이러한 기초적인 정의에 비추어 대통합 민주신당의 모습은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하겠다.
첫째, 정책노선의 차이가 극심한 제세력을 선거를 위해 모두 모아놓은 잡탕이다.
한나라당에서 정치적 호사를 누리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반한나라당 연합을 외치며 참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중심을 이루던 인물들이 스스로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책임을 지지않고 나와서 합류하였다. 시민사회에서 구태정치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더욱 구태스러운 방법으로 참여하였다.
둘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모두 외투만 바꿔입은 식상한 인물들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사면된 사람, 자신의 실패를 다른 이에게 핑계대고 도망친 사람, 수십년간 정치를 하며 국민을 실망시킨 사람들이 망라되었다. 그동안 우리정치권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반칙의 주인공들이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모두가 자신들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구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심지어 새로이 정치에 투신하는 시민사회 세력조차 대단히 구태스러운 지분협상을 아주 노련하게 해냈다. 모두가 대선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뭉치자던 구호는 매우 궁색한 것이 되고 말았다.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하겠다더니 사실은 아무도 희생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넷째, 창당과정에서 당연히 거처야할 단계들이 생략된 점도 걱정이다.
창당에 참여할 주체가 누구이고,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할 것이며, 정책적 지향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했다. 그런데 사실상 모두가 우선 모이고 보자는 식의 급조된 당헌당규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신들도 모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 그들이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국민이 알 도리가 없고, 지지할 명분도 찾기 어렵다.
다섯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참여여부가 아직도 불투명하다.
결국 대통합을 지향하며 창당을 했지만 대분열을 이룩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을 하면 간단히 대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거기에 시민사회 세력이 참여하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정체성의 문제점을 어차피 극복할 수 없다면 그길이 훨씬 빠르고 간편했을 것이다. 그러데 각자 당을 부수고 나가고를 반복해서 더욱 이상한 모양새를 만들고 말았다.
여섯째, 정책적 지향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입장이다.
반한나라당으로는 매우 궁색할 수 밖에 없다. 오로지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서 모인 집단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애당초 글러먹은 일이 아닐까? 인기가 없다고 참여정부와 차별화에 열중한 것은 그들의 자충수이다. 다른 모든 문제점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벗어나려고 YS와 차별화를 극렬히 시도하던 이회창씨가 그다지 효험을 보지 못하고 낙선한 사례가 있다. 측근들과 아들들의 연이은 비리로 지지율이 15%를 밑돌던 DJ와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물론 단적인 사례를 들어서 차별화를 비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승계하지 않고 차별화하면서 반한나라당 표를 모을 길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극심하게 국민의 지탄을 받던 시점에 노무현 후보가 했던 발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나가되 그 부채까지 외면하지 않겠다. 바로 그러한 당당한 태도가 국민에게 어필했던 점을 기억해야한다.
물론 당선후 모두 계승했는지, 부분계승했는지, 폐기처분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계승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태도야말로 국민이 지지할 명분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누릴 것을 모두 누리고도 결국 책임은 지지 않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던 정치인들은 어떤 국민에게도 지지할 명분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대통합 민주신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서로 갈라지거나 하나로 통합이 되거나 분명히 해야할 부분이다. 권리를 행사했으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없다. 자산은 승계하고 부채는 회피하려는 정치인에게 국민의 지지라는 상속은 가당치않은 일이다. 부채를 피하려면 진즉 자산을 누리지 말았어야 한다. 설혹 자산을 누리지 않았더라도 부채를 회피하는 태도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에 부적절하다.
지금이라도 당당히 외치라. 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모두 계승하겠다고 자산만을 계승할 것이 아니라 비판받는 부채까지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라. 그것만이 국민이 원하는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길이다. 그것을 회피하면 누구도 지지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차별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일의 대표주자인 한나라당에게 양보하라. 진정한 의미의 반한나라당 연합은 그 때에야 비로서 가능할 것이다. 당신들의 차별화는 국민의 입장에서 결코 비겁함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비겁한 책임 회피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부디 당당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