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는 사퇴로 갈무리가 되어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일로 인하여 생각해볼 일들이 적지 않게 노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교수사회의 연구윤리 문제는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한 개혁대상입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무능하고 불필요하다는 질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완전하지 않다는 문제도 노출되었습니다. 야당과 언론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일고 있는 코드인사 논란도 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1. 대통령의 코드인사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지향에 맞는 인물을 기용하는 행태를 야당과 언론은 코드인사라고 하면서 비판합니다. 어느 대통령도 사실은 자신의 정책지향에 반대되는 인사를 기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약을 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자신의 정책에 맞는 인물을 기용하여 행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특히 정책적 지향에 맞는 인물을 기용하는 특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지역안배를 하면서 여론을 우호적으로 형성해 나가려고 노력하던 일이 종종 있었던 것에 비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확실히 자신과의 정책적 코드에 촛점을 두고 인사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인은 극심하게 갈라진 여론과 그것으로 인하여 가용인재풀이 좁아진 상황 때문으로 보입니다. 종종 야당인사를 국무위원에 기용하려다 반대에 부딛혀 좌초된 일이 있었습니다. 정권에 대한 보수언론들과 한나라당의 비판강도가 강렬하고 국민여론도 비판적입니다. 현정권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상당히 손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인사가 정권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활용할 인재풀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대통령의 생각도 철저히 잘 맞는 인사들과 일을 해야 하다는 쪽이어서 코드인사라는 용어는 현상과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코드를 맞추는 일이 나쁜 것일까요? 코드인사를 비판하는 쪽은 아마도 능력이 정책지향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꾸 주장하다보니 코드가 맞는 것 자체가 매우 불온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들리곤 합니다. 또 코드가 맞는다고 능력이 떨어진다는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습니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국정의 혼란과 비효율이 초래될 위험성도 비판속에 묻히고 맙니다.
행정부의 중요한 자리마다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을 기용하는 일은 권장할 일이지 백안시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하려면 코드가 맞으면서도 더 능력있고 깨끗한 인사를 찾아서 대안을 제시한 후에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마치 대통령과 코드만 맞지 않으면 좋은 인사라는 듯이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국익에 반하는 딴지에 불과합니다.
코드가 잘맞으면 그것은 대단히 좋은 인사입니다. 국민도 대통령의 정책지향을 분명히 알고 평가하여 지지와 비판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인물을 적당히 섞어서 정책의 기조를 알아볼 수 없는 인사는 오히려 배격해야 할 일입니다. 코드인사가 왜 나쁜 것인지 논리적 근거없이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비열한 일입니다.
2. 대통령의 코드인사 좌초
언론들은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부지런히 비판하더니 김병준 부총리가 사퇴하자 마치 국정에 큰 혼선이 빚어질 것처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자가당착의 모습이죠? 코드인사는 마치 좌초되어야 할 것처럼 주장하더니 그것이 관철되고 나서는 또 혼선이 어쩌고 대통령의 레임덕이 어쩌고 하면서 비판합니다.
마녀재판을 연상하게 됩니다. 성직자에 의하여 마녀로 지목된 사람의 몸에 돌을 달아서 물에 던지고 죽으면 그만이고 살아나온다면 마녀가 확실하기 때문에 사형을 시키는 것이 바로 마녀재판입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어야 하는 것이 마녀로 지목된 수많은 선량한 백성들이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의 언론들이 정권을 마녀로 지목하고 재판하려 합니다.
야당들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때마다 코드인사라며 어김없이 평가절하를 하곤 했습니다. 정치적 대립의 이익을 위하여 적당히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좋을 것이 없습니다. 코드가 안맞는 인사는 가능하지도 않을 뿐 더러 야당인사에게 제안하였던 입각제안은 그냥 거절 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혹독한 비판을 가했던 일도 기억해야 합니다. 마치 커다란 정치공작이라도 한 것처럼 비판했었습니다.
심지어 지역구도완화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대연정을 제안하니 술수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철저히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정권이 너무 잘못하고 있어서 바로 잡아야 나라가 망하지 않을 상황이라면 총리부터 모든 국무위원까지 야당이 인수하여 직접 하면 될 일입니다. 거절한 것은 현정권의 문제가 나라를 누란의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코드좀 맞춰서 인사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물러나고, 연구자의 윤리문제로 물러난 인사들이 아깝거나 아쉽지는 않습니다. 점점 국민의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기준이 높아지는 점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도덕성의 문제이지 코드인사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코드가 잘 맞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도덕성에 흠결이 있어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코드인사는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입니다. 다만 코드인사를 좌초시키려는 노력이 실현되면 그것이 국정에 커다란 문제점을 남길 뿐입니다. 문제는 코드인사가 아니라 인사시스템에 발생하는 장애입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백회무익한 코드논란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220V에 110V 코드를 꽂으면 안돼죠. 코드는 맞을수록 좋습니다. 안맞으면 불이 나거나 작동을 못하게 될 뿐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3. 문재인이 문제인가?
공석인 법무부 장관에 문재인 변호사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오랜 동지이기도 하고 청와대에 오래 있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제법 코드가 잘맞는 인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과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알레르기 반응을 하고 있는 점은 이해가 안됩니다. 문재인이 뭐가 문제죠?
오랜 인권변호사 생활로 신망이 높은 편입니다. 현직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습니다. 정권말기에 대통령의 권력누수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결점이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검사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점은 검찰을 개혁하는데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장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일이 있기는 하지만 뭐 결정적인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부산정권'을 운운한 일만 살펴볼까요? 그거 굳이 비판하자면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정도의 비판밖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이 부산출신이고 부산출신이 정권에 많이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는 현정권을 친호남 정권쯤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강도높은 반론에 불과한 일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TK정권으로 불리고 김영삼 정권이 부산정권으로, 김대중 정권이 호남정권으로 회자된 것에 비유하면 부산정권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죠. 물론 취지와는 달리 언론들이 부분인용하여 지역주의 조장으로 공격할 수도 있고, 부산이 아닌 타 지역에서 반감을 가질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발언한 신중하지 못한 부분은 비판받아야 할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도, 논문의 중복게재도 한 바가 없는데 그가 왜 문제의 인물로 거론되야 할까요? 야당은 항상 그렇고, 언론도 의례히 그렇다고 치더라도 여당은 무엇이 불만일까요? 대통령의 레임덕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김근태 의장이 불가론을 강력히 주장하는 모습에서 역할을 잊어버린 축구선수가 생각납니다. 수비수가 상대공격수의 공을 멋지게 가로챈 후에 자기측 골문에 강력하게 차 넣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요. 여당이 야당의 편인지 대통령의 적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4. 각자의 위치에 충실하면 된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과 포지션에 충실하면 될 터인데 아무렇게나 뒤 엉켜서 우왕좌왕하니 비효율과 혼란이 커지는 것입니다. 공격수는 공격에 최선을 다하고 여력이 있다면 수비에 가담하면 됩니다. 수비수는 수비에 최선을 다하고 여력이 되거나 좋은 기회가 오면 오버래핑을 할 수 있습니다. 역할을 완전히 혼동하여 난잡하게 움직이는 팀은 백전백패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로 위임한 권한을 최대한 살려서 국민의 안위와 국익을 장기적 관점에서 추구해 나가면 됩니다. 국회는 대의정치의 정신에 충실하면 됩니다. 입법이나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에 국민의 뜻을 충실히 반영하면 되는 일입니다. 야당은 견제에 중심을 두고 여당은 국정운영에 중심을 두고 본분에 충실하면 됩니다. 언론은 여야를 모두 균형있게 보고 잘못을 비판하면 되는 것이죠. 국민은 여론형성과 투표와 자신의 생업에 역할을 하면 됩니다.
인사의 문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대통령이 알아서 임명하고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철저히 지면 될 것입니다. 도덕성의 검증도 능력에 대한 검증도 잘해야 합니다만 코드도 잘 맞도록 적절한 인사를 임명해야겠죠.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쯤으로 치르고 말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하여 국민의 여론형성에 기준을 제공해야 합니다. 야당은 무조건 반대, 여당은 무조건 찬성 입장에서 공방할 일이 아닙니다. 국민이 맡겨준 권한과 의무를 철저히 행사하고 이행해야 하겠죠.
언론은 특정 정파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 아니라 깊이있는 취재와 공정한 보도를 하면 될 것입니다. 오버해서 반대를 충동질하거나 모조건 옹호하는 일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비판은 더더욱 확실한 논거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막연히 국민의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파시스트나 나치의 기관지를 자임하는 자기비하일 뿐입니다. 심판이 한쪽 편에서서 돕는 일을 해서야 훌륭한 경기가 안되지 않겠습니까?
국민은 차분히 지켜보면서 균형있게 판단하면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지성향에 따라서 무조건적 입장선택을 해서는 안되죠. 자신이 지지하는 쪽은 살인을 해도 용서가 되고 반대하는 쪽은 길에 침만 뱉어도 사형에 처하는 태도는 국익에 해롭습니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코드인사가 아니라 코드인사가 좌초되는 쪽입니다. 그리고 과정입니다. 과정이 모두 충실한데 결과가 항상 잘못나올 가능성은 없습니다. 코드인사는 권장할 일입니다. 검증의 대상은 도덕성과 능력이지 코드는 당연히 맞아야 할 필수요건입니다.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오버하지 않으면 다 잘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