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여론’이라는 이름의 야만
마침내 김병준 부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학계의 해묵은 관행’을 옹호할 뜻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대학사회와 학계에 뿌리내린 낡은 관행을 청산하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 김 부총리의 사퇴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나 투명성과 전혀 무관하게, 부패한 수구세력의 조직적인 공세에 의해 강박된 것이기에 가슴 아프다.
김 부총리를 사퇴로 내몰았던 이들은 애당초 진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국회 교육위의 청문회를 통해 진실이 해명되자 “이제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한나라당의 대변인이나, “이유야 어쨌건 사회적 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보수언론의 논평에서 그들의 속내가 드러난다.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닌가.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에게 쇳덩어리를 매달아 호수에 빠뜨린 후, 만일 살아서 떠오르면 마법을 부리는 마녀임이 입증되니 화형에 처하고, 떠오르지 못하고 익사하면 마법을 부리지 못하므로 무죄가 되는 중세 종교재판의 ‘마녀판별법’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이 정작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적 흠결 따위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죄’였던 것이다. 그들,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이 궐기했던 진정한 이유는 참여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을 입안했고 사학개혁을 주창했던 김 부총리 본인에 대한 거부감과 참여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 때문이었다.
그 동안 소리 높여 김 부총리의 도덕성을 질타하던 고명하신 교수님들이 막상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자 하루아침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도 우리 사회의 위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사안과 관련하여 열린우리당의 대응도 매우 부적절했음을 지적한다.
집권여당으로서 참여정부와 국정운영의 공동책임을 지는 처지임에도, 부당하고 가혹한 공세에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동조하더니, 뒤늦게 ‘사퇴의 용단’을 치하하는 모습이 차마 보기 민망하다.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정말 김 부총리가 사퇴까지 해야 한다고 여겼다면 국정운영전략에 무지한 것이고, ‘여론’이라는 이름의 마녀사냥에 굴복한 것이었다면 비겁했다. 만에 하나 이 기회에 서둘러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의도였다면 더욱 한심한 ‘정치적 자해행위’이다.
야만과 위선의 시대, 우리 시대에 대한 서글픔을 참을 수 없다.
2006년 8월 2일
참여정치실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