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산을 하나 넘었다?
김병준 부총리가 환하게 웃으며 사퇴 의사를 밝혔던 지난 수요일, 열당 대표 김근태가 유력 찌라시의 고참 논설위원과 다정하게 전화통화 하며 했다는 말이다.
'작은 산을 하나 넘었다.'
뿌듯했던 거다. '결국 해 냈어! 나 잘 했지?' 수구논객께 드리는 자찬의 보고를 넘어, 청문회를 통과했고 대통령이 임명했던 부총리를 끝내 끌어 내린 건 온전히 집권여당 대표 '김근태의 힘'이라는 사실을 머리 조아리며 확인받고 싶었던 것. 토닥토닥 화답하는 찌라시 논설위원 '그래, 얼마나 힘들었겠니.'
노골적이고 의기양양한 암시도 겸했다. 이 산 저 산이 지금 눈에 어른거리는 거다. '문재인은 안 된다. 찌라시가 그러더라. 민심이도 그런다고.' 기세 좋게 한 마디 날리며 지금 오르고 있는 산. 대통령의 인사권 무력화를 통한 청와대 무장해제의 산. 그리고 수하 소총수들이 먼저 길을 닦고 있는 노무현 제거(출당)의 산. 물론 한화갑이 절대 못 받는다고 함께 못 박은 유시민 포함.
요즈음 너나 할 것 없이 아침 저녁으로 매일 오르는 노무현 때리기 범국민스포츠 동참의 산. 그렇게 하니 자신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는 것 같은 열당 대표 이하 당권파 비당권파 할 것 없는 열당 의원들의 착각산. '압도다수 오른쪽 민심 여러분, 고생 많으셨죠? 이 김근태, 오만한 노무현과는 달라요. 전향했거든요.'
정계개편의 큰 산
'딴당에서 그러는데, 노무현의 종부세가 전 국민 중에서 무려 1.6%의 땅부자가 납부할 부동산 세금폭탄이라면서요? 것 땜에 우리 열당이 5.31 참패를 당했다면서요?' 강남기득권 민심에게 머리를 조아려랏. '부동산 세제개혁 후퇴'는 김근태의 힘으로! '딴당에서 또 말씀하시길, 역시나 노무현이 재벌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구요?' 거대재벌 민심에도 머리를 조아리잣.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김근태의 힘으로! 지금은 '빅딜'중.
노무현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이 모든 것이 '서민을 위하고 성장도 이루는' 김근태의 능력! 누가 나를 어눌하고 우유부단하다 했는가? 나 정동영보다 실용주의 더 잘 하지? 이제 '완전 비호감' 노무현 말고 우리를 지지해주면 안 되겠니?
오오~ 마침내 그 웅자를 드러내는 정계개편의 큰 산. 고건님 조순형님 추미애님 이인제님 모두 함께 오르실 그 이름도 거창한 '비노무현 반한나라 중도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의 산. 그 때나 지금이나 토씨 하나 달라지지 않고 찌라시를 장식하는 단어. '비노 반노의 노무현 흔들기'
사실은 천년만년 금뺏지 보장을 위한 비영남 지역주의 볼모정치의 야합산이요, 변함 없는 개혁실종과 수구복종의 댓가로 얻어질 금권부패 기득권 동원정치의 부활산 뿐일지나, 김근태의 눈에는 언감생심 청와대의 봉황금침도 어른거리고, 그 야합산의 등정코스를 개척한 자신에게는 최소한 위세짭짤한 맹주보료 하나 정도는 보장되는 것으로 여겨질 터. 아아~ 좀체로 다스려지지 않는 저 고문후유증이여.
니가 해라, 탈당!
'제발 이대로 레임덕까지'. 연일 열당 독려 속에 신이 난 좃선찌라시, 노짱의 반응이 궁금 지대루다. 이대로 노짱이 무너져 내린다 하기에는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관저에 머물며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있는 대통령을 향해 하루에도 몇 번씩 질의서를 날린다. '침묵 속의 노대통령', '혹시 사표반려? 설마 임명강행?', '끝내 레임덕 자초?'
망설임 없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전해졌다. '당의 지도부 전원은 빠짐없이 청와대로 들어와서 직접 대화하자.' 휴가 마지막 날, 대통령의 점심식사는 당의 모든 지도부와 노짱의 핵심참모가 함께 하는 마치 여야 대표회담 같은 맞짱 토론장.
에두르는 수사의 화법은 원래부터 지니고 있지 않은 노짱. 그의 거침 없는 말이다. 하지만 간곡한 다짐의 요청이자 덕담이다.
'지금 당이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상황은 현재권력(청)과 미래권력(당)간의 권력투쟁이다.'
'하지만 (역대 정권 말기에) 대통령 하겠다고 대통령 때려서 잘 된 사람 한 명도 없다.'
'먼저 당은 (딴당과 찌라시에 대한) 패배주의를 버려라. (창당정신의) 역사적 정통성을 굳게 지키면 우리당은 반드시 국민통합의 주역이 된다.'
'대통령은 절대로 탈당하지 않는다. 퇴임 후에도 (정치개혁이 완성되는 그 날까지) 당원으로써 백의종군할 것이다.'
'그래도 탈당하고 싶은 사람은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지 말고 자신이 탈당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주의에 젖어 우리당이라는 배에서 내리고 싶은 자. 보신주의에 취해 우리당이라는 배를 정계개편으로 포장된 지역볼모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는 자. 정작 먹이는 챙기지도 못 하는 서투른 생존본능으로 어설프게 대통령과의 차별화 운운하지 말고, 그 뻔한 야합의 시나리오 관철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지 말고 지금 그 자부터 탈당해라 이거다.
2007년의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면 마땅히 우리당이 중심이 되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서 새겨야 할 일. 고건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중심당이 오매불망 외치고 있는 '우리당 해체 후 반한나라 헤쳐모여당' 따위에 끌려가지 말라는 거다.
지금은 전쟁상황
와이에쓰가 그랬었지. '깜짝 놀랄만한 젊은 후보를 숨겨 놓았다'고. 딱 와이에쓰 닭대가리 수준의 찌라시들. 노짱 발언의 핵심은 간 데 없고 조기 레임덕 미수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 듯 신나게 긁어댄다. '고건이나 정운찬, 혹은 박원순', '대통령의 외부선장 영입 운운은 레임덕 차단을 위한 꼼수', '지금 대통령이 정계개편이나 주도할 땐가', '열당, 대통령에게 도로 군기 잡혀', '그래도 당청갈등 멈추지 않을 듯'
대통령 때리기에 휴식은 없다는 듯 그 날 청와대 회동의 뒷담화라며 조금 전 정동영계의 채수찬이 그랬단다. '대통령의 말은 항상 맞는데 국민에게 거부감이 든다. 좀 예쁘게 말했으면 좋겠다.' 오~ 언젠가 들었던 김영춘의 말과 놀랍게 흡사하지 않은가? '유시민 의원은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를 어디서 배웠을까?' 대략 때리기의 재료로 말 버릇이 나올 때면 갈 때까지 간 거다.
대통령의 자신감 다짐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비겁한 자들이 많다면, 이번 달 말 '고건의 희망호'가 떠오를 때 우리호를 하선하는 자들이 제법 있을 지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연말 쯤 헤쳐모여의 깃발이 한창 어지러울 즈음이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비겁한 자들이 우리호를 집단으로 하선할 지도 모른다. 아마도 어떻게든 우리호에서 노무현을 탈당시키는 데에 실패할 경우.
지금 노짱은 참여정부 하반기의 흔들림 없는 개혁의 국정과제 수행의지를 선언했다. 내·외부의 '권력투쟁'에 맞서는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아마도 대연정 제안 이후에는 가장 비장한 모습으로. 대통령의 저 선언을 마땅히 받아 주어야 할 그의 부재가 하염 없이 아쉽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에 맞서 당·청이 굳게 하나가 되자며 단호하게 '전쟁'을 선포해 줄 그 사람 말이다.
북핵위기, 신용대란 등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했던 노무현 대통령. 찌라시가 동을 뜨자마자 눈병처럼 번져 나갔던 대통령 때리기 국민스포츠. 그리고 집권여당 민주당의 때리기 동참과 볼만했던 그 난닝구들의 이전투구. 그 첫 절정의 2003년 여름, 정치인 유시민은 어떤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전쟁상황입니다! 온갖 빌미로 온 천지가 노무현을 흔들어대던 작년 6·7월의 상황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이고 이 전쟁은 앞으로 5년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혹시라도 미리부터 야당할 각오 다지지 마라.
정당개혁, 멈출 수 없는 장기과제 맞지만 아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겨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그렇게 허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다려라 2007년, 선장은 반드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