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연이은 어머니의 마른 기침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어슴푸레한 벽시계를 살펴보니 새로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더위 탓에 잠을 설쳤지만 거실에 누워 잠을 자던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어머니 방으로 갔다.
"어무이요, 와 자꾸 지침(기침)을 하능교?" 어둠 속에서 조그맣게 웅크려 계신 어머니의 작은 실루엣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응, 요즘 자꾸 그라네. 작년에 걸린 감기가 다 안낫다 아이가." 나는 어머니의 나무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아 당신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이제는 살점보다 어깨뼈가 더 도드라진 여든 두해를 사신 어머니의 육신을 만지니 참으로 서글픈 새벽이다.
작년 겨울부터 내내 그러했다는 말씀을 하시니 자식 입장에선 그저 죄송스럽기만 하다. 건성건성 말로만 '어무이 몸 잘 챙기소.'하는 변변치 못한 자식의 바램도 세월 앞에 장사없다시던, 훈장보다 더 깊게 패인 당신의 주름살을 바라보는 이 자식은 그저 억장이 무너집니다.
"좀 더 자지 와 일어났노?"
"아이라예, 잠 다 잤어예."
어깨를 이리저리 주물러 드리면서 창 너머 산삐알에 무슨 괴물처럼 쭈그리고 앉은 대형 교회당을 쳐다보았다.
"어무이, 요즘도 절에 댕겨오능교?"
"하모, 일주일에 두번 화욜하고 수욜에 법당서 하는 무료 급식 도와주러 나간다 아이가."
"잘 했심더. 어무이같이 나(나이)많은 노인네들은 자꾸 움직거리야 그나마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거라예. 그라고 사람들 만나서 이런저런 이바구 나누면서 소일하는 것이 정신 건강도 좋고예."
"내사 마 그 가도 별로 도와주지는 못하고 반찬값이나 십시일반 좀 내노믄 그카는게 외려 맘이 편한기라."
"잘 하셨심더." 우리 6남매가 매월 십시일반으로 드리는 용돈을 모아 당신보다 더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주신다니 내심 존경스러울 뿐이다.
"강아야, 니는 정치에 관심많은께 요번 대통령 누구 찌글끼고?" 하고 대뜸 물으신다.
"허허. 아직 누가 나올지 모르니 두고 봐야죠. 암튼 한나라당은 아니죠."
"노무현이는 북한에 간다더만 요즘 뭐하노?"
"나쁜 놈들 때문에 고생이죠 머."
"여는 이맹박이 될꺼 같은데?"
"무신..글마는 절대 안됨더. 어무이~ 혹시 이맹박이 한테 맘 있능교?"
"그기 아이고, 절에 가보믄 맹탕 하는 소리가 이맹박 이맹박 해쌌는다. 그 사람이 갱제 살릴거라면서. "

"그 사람들 뭘 잘 몰라서 그래요. 어무이는 제 말 듣고 옛날에 주식 사셨죠? 지금 그게 얼마나 올랐죠? 2배 반이나 올랐죠? 정부가 깨끗하니까 외국 투자자들이 인정하고 몰리는 거에요. 그리고 옛날처럼 대통령이랍시고 기업들에게 뒷돈 챙기고 그러지 않으니 자연히 자신들의 기업에 재투자할 여력이 생기는거고, 정부의 땜질식 반짝 경기부양이니 선심 정책 남발 등등 이런게 없으니 나라 전체의 틀이 탄탄해 지는 겁니다. 쉽게 말해 이젠 기업들이 자가발전을 하고 있는 셈이죠.
이거 모두 노무현 정부의 보이지 않는 업적이에요. 그리고 경제란게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는게 아니에요. 이맹박이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지고 있답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업적은 적어도 3년 뒤엔 확실히 나타날 겁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주식을 계속 가지고 계셔도 되요. 제 말 믿으세요. 적어도 5배는 오를 겁니다."
어머닌 내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치신다.
"그래, 니말대로 되믄 얼마나 좋겠노. 니가 하루 날잡아서 우리 절에 가서 늙다리들 설득 좀 하면 좋겠다. 욕하는거 들으믄 만정이 떨어진다 아이가."
"허허. 그라까예? 하지만 저보다 어무이가 조금씩 말씀드리는게 더 효과적이에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인터넷이니 신문이니 잘 보지 않으니 그냥 옆에서 누가 그러면 그런갑다 하는 묻지마 성향이 있는데요, 어무인 다른 말씀 마시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사논 주식 얘기만 하세요. 그게 얼마에 샀는데 지금은 얼마고 앞으로 더 오르게 된다고 그게 다 경제가 좋아진 증거라면 다 알아들으실 겁니다."
"알았다. 그라꾸마."
나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어머니께 불쑥,
"어무이, 유시민 복지부 장관 아시죠?"
"알다마다. 와?"
"혹시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올지 모르거던요."
"오, 그래? 그 사람 쌈시불(쌍거풀)도 크고 잘 생겼더라." 흐흐흐. 역시 어무이도 잘 생긴 사람에게 반하셨군.
"그 사람이 복지부 장관하면서 어무이처럼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어린이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정책도 많이 폈어요. 제가 요즘 그 사람 대통령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 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고요. 참, 어무이 저번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청와대에 제가 올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동영상 기억하시죠? 컴퓨터 안의 티브이요. 그런거 비슷한거 요즘 몇 개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어무이 아들하고 같은 나이고요."
"나도 그 사람 좋더라. 항상 웃는 얼굴에다 잘 생기고 "
"허허. 그라믄 전 걱정 안합니더. 어무이, 절에가서 친구분들 만나시면 유시민 유시민 괜찮다더라.그러고 다니세요. 그래야 손자, 손녀들이 더 좋은 세상에 살죠."
"알았다, 문디야."
"좀 누우세요. 이번엔 다리 좀 주물러 드릴께요."
본가에 놀러가서 어제 새벽녘에 있었던 늙으신 어머니와의 정치 얘기가 요즘 말로 "뷁"스러웠습니다. ^_+
지금 복잡하고 어려우시죠들? 저 역시 이런저런 생각하면 골치만 아픕니다. 어떨 땐 단순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기도 합디다.
그나저나 올 12월 10일쯤 나올 조중동의 기사를 미리 생각해 보면 얄미워 죽겠습니다. 12월 19일을 기점(수요일)으로 한 달력을 보니 이넘들 분명히 좌우 날짜를 휴가내서 스키타러, 겨울산 구경하러 가자며 젊은이들 꼬드겨 선거에 관심없게 만들 수작을 부릴테니까요. 너무 섣부른 생각일까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