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8.18전당대회를 통해서 민주신당으로의 흡수합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지난 2003년 11월에 창당한 후 3년 8개월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정치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정치적 실험은 결국 참여한 정치인들의 무능력과 이기심으로 무너져 버렸다.
부패정치 청산, 지역주의 극복, 상향식 정치등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매우 훌륭했다. 실질적으로 당원이 당비를 내고 권한을 가지는 지배구조를 만들었고, 비교적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였다. 미약하나마 지역주의를 넘어서려는 노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당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인들의 당 체제에 대한 거부감에서부터 서서히 열린우리당은 무너져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돈을 내고, 시간을 내고, 열정을 보탰던 당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정치적 기득권을 상실할까 불안해하며 도망가기에 바빴던 정치인들에게 모든 잘못이 있다. 그들은 그동안 당을 위해 노력했던 당원들에게 매우 추악한 정치인들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과거에 비하여 현격히 정치인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태는 너무도 저열하였다.
지난 2.13전당대회가 절차상의 하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당원으로,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당이 잘되기를 바랬으나 결국 기간당원제를 무력화시켜버린 그날의 기억은 마치 악몽과 같다. 그래서 결국 되살릴 희망의 없다고 판단해서 탈당을 하였다. 옳지 않은 대세의 형성에 동의할 수 없었기에 조용히 탈당을 선택하였다.
물론 끝까지 남아서 당을 사수하려는 당원들의 충정을 잘안다. 그들이 이기지도 못할 어려운 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미리 탈당하여 그들을 전혀 돕지도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치 그들을 배신한 것처럼 마음이 아려온다. 너무 성급한 탈당 결정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미 지켜질 수가 없게 되었다. 이미 기간당원제를 폐지하는 순간 전혀 당원들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모아도 15%에 미달하는 표로 무엇을 저지할 수 있겠는가?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이다. 합당 결의에 반대표를 던지다고 해서 15%로 85%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시점에 열린우리당의 합당을 반대하고 사수를 외치는 일부 정치인들의 뒷북 정치가 아리송할 뿐이다.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뒤늦은 사수를 외치는가? 외친다고 그것이 가능한 상황인가?
김혁규 전의원은 한 때 앞장서서 대통합을 외치던 사람이다. 그가 열린우리당을 사수할 의도가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이미 대세가 모두 기울어버린 지금 불참을 선언하고 의원직 사퇴 및 당사수를 외치고 있다. 참여를 하더라도 전혀 신당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시점에 그의 선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남들은 모두 떠나고 이미 다 기울어버린 열린우리당에 최근 입당하여 당사수를 외치는 강운태 전장관의 경우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열린우리당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탄핵에 적극 가담했던 사람이 왜 뒤늦게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지켜려 하는 것일까? 좀 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항상 열린우리당의 창당초심을 주장하던 김원웅 의원의 경우는 그나마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기간당원제를 골간으로 하는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제를 허물면서 이미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왜 진즉 강력하게 당을 지키는데 몸을 던지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어차피 지킬 수도 없게된 마당에 무엇을 위해 당을 지키려는 것일까?
물론 자신의 입지만을 고려한 이기적 동기에서 그 분들이 행동한다고 매도할 일은 아니다. 당의 소멸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수 많은 당원들을 차마 외면하기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옳은 대의는 사라지고, 옳지않은 대세가 이미 형성되어 버린 시점에서 순수하게만 그들의 속내를 해석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좀 더 일찍 그러한 선명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첫째, 당을 사수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표결로 흡수합당을 저지할 대의원 수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이미 기간당원제 폐지의 시점에서 그러한 구도는 모두 완성되고 말았다. 이제 목소리를 높이고 반대의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밖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둘째, 표결로 안된다고 난장판을 만들 수도 없다.
표결로 이기지 못하니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 남아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과거 민주당에서 탈당하며 당무회의를 물리적으로 저지당한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과연 민주주의와 부합하는 일인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한 짓은 국민의 혐오감을 증폭할 따름이다.
셋째, 당대당 합당과 흡수합당은 단지 자존심의 문제일 뿐이다.
당대당의 동등한 합당이라면 제3지대 신설합당밖에 없다. 시간상의 문제와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서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해체후 개별입당이 아니라면, 당이 공식적으로 의결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흡수합당이라는 형식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자존심에 손상이 좀 가는 정도이다. 흡수합당도 당대당 통합인 것은 분명하다.
넷째, 사수할 수 없다면 결국 정치를 그만두거나 새로 창당을 하는 길밖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왜 강력히 대통합을 막는데 힘을 모으지 않았는가 묻고싶다. 당원들이 그렇게 절규하며 2.13전당대회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때 지금 사수를 말하는 예비주자들은 무엇을 하였는지 묻고싶다.
결론은 그리 의미가 크지 않은 뒷북정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민주신당의 꼴이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도무지 정체도 불분명하며, 그들이 펼쳐 나갈 정치에 대하여 전혀 신뢰를 가질 수가 없다. 선거가 끝나면 곧 또 다시 뿔뿔히 흩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부질없는 정치인들의 불장난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제 사수할 길이 없는 정당을 뒤늦게 사수선언하는 정치인들의 의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당원들의 절절한 심정이야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힘을 모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부질없다는 것이 현재의 정세를 바탕한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차라리 당당히 민주적 반대노력을 기울이고 안되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리적인 행위를 해선 공멸이다.
차선의 길이라면 신당에 참여해서 그나마 납득이 가능한 후보를 돕는 것과, 신당에 참여는 하지 않고도 국민경선단으로 더 나은 후보를 고르는 노력을 하는 길이 있다. 도저히 그마저 안되면 탈당하고 다시 새로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정치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테지만 그렇게 민주정당의 전형을 만들어서 제시하는 의미를 찾을 수는 있다.
이제 선택의 문제만이 남아있다. 먼 이상을 추구하는데 작은 씨앗을 심을 것인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선이나 차악이나마 선택해서 도울 것인지를 선택할 일만 남았다. 전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일에 너무 많은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찾아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좀 더 냉정한 현실파악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뒷북은 아름답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