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힘
2002년 12월 19일 저녁. 저는 아는 언니의 생일을 맞아 시내의 술집에 있었습니다. 그날이 대통령 선거날 이였는데도 7개월이 모자라 투표권도 없었을 뿐더러 그닥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아 언니의 생일 케이크에 초를 켜고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생맥주를 들이키고 있었지요.
자정쯤 되고 우리가 켠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났는데 갑자기 시내가 들썩이더니 술집 창 밖으로 ‘노란풍선이 환호와 함께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 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나 보구나..“ 그때 술집에 들어와 우리에게 노란 풍선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2002년 민주당 광주 경선때 이인제 대세론을 꺽고 돌풍이 일 즈음이였습니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니 당연히 관심이 가더군요. 그리고 노사모라 일컬어지는 자발적 지지자들을 알게 된 것도 그 때였지요.
연예인 팬클럽은 많이 봐왔어도 정치인 팬클럽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그동안 너무 평가절하 되어왔기 때문이지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직접 몸과 돈을 바쳐 신명나게 활동하게 만드는 노무현 이라는 사람의힘.. 유례없는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는 궁금해 졌습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의 한가운데에는 노무현을 위해 잘나가던 칼럼니스트의 붓을 꺾은 유시민도 있었지요.
나의 창조적 소수 유시민
오프모임의 단골 질문인 “유시민을 왜 좋아하게 되었나요?“ 이제 대답하기에 입 아픈 저 질문의 대답은 제가 생각하는 유시민은 토인비의 역사사관인 <창조적 소수>에 걸맞다는 사실입니다. 획일과 평준화를 부정하고 꿈과 의지, 노력, 능력이 무기인 사람. 그것은 그의 대선공약 중에 하나인 사회투자국가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한참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의문과 고민을 안고 있던 20살, 그가 쓴 <서른살의 자화상>을 읽고 섬광이 스치듯 온몸과 정신이 번쩍 들어 며칠간 고민을 거듭하다 더 큰 꿈을 품게되어 멀쩡히 잘 다니던 첫번째 대학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것이지요. (뭐. 마음이 덜 사무쳤던 탓인지 아직 원하는 꿈의 꽃은 피우지 못하였지만 말입니다..^^;;)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저는 유시민도 궁금해 졌습니다. 당신은 누구길래 나를 고민하게 하고 나에게 더 큰 꿈을 품게 하고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오르게 하는지.
충청도 새파란 처녀가 생전 처음 가보는 인사동의 유시민 지지자 번개 모임에 가보겠다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파출소에 길을 물어 발을 담근지 벌써 햇수로 4년째네요. 참 추웠던 날이였데 그날 먹던 막걸리 맛과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한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이 여지까지 저를 이끄는 힘의 밑바탕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전혜린과 기형도를 좋아하던 염세적이고 개인주의자였던 제가 첨맘님과 함께 참정연, 열린우리당, 시민광장을 거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의 가치는 세상과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희망의 증거를 가슴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시민은 매번 새롭고 유쾌하고 즐거운 꿈을 꾸게 합니다.
저는 지식소매상을 자처했던 칼럼니스트 유시민때 부터 그를 좋아했었습니다. 개혁당 후보로 고양시 덕양갑 재보궐 선거에 당선 되면서 그는 국회의원으로 이름 앞에 타이틀이 바뀌었지요.
정치인으로 변모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 하겠다 라고 한참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지만 저는 사회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그가 하는 정치는 분명 유쾌할 것이며 선명할 것이며 희망을 품게 할 것이다 라는 확신이 있었고 지금까지 그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재선의원이 되고. 열린우리당 상임 중앙 위원이 되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거친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성공은 어쩜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는 정치인의 이상적인 모습을 생각 했을 때 진보, 보수, 국민의 신랄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놓은 그의 정치는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고 외롭더라도 옳은 길을 가는 선각자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런 그가 또 한번의 꿈을 꾸게 합니다.
그는 대통령 출마선언을 하면서 노무현의 참여정부를 계승하여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과 글로벌 시대의 중심이 되는 선진통상국가.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강하고 품격 있는 평화선도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멀쩡한 백두대간에 운하를 파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둥, 무조건 감세를 하겠다는둥 하는 말도 안되는 공약을 내세워 국민의 눈을 흐리는 모 대선주자들과는 차별화된 그야말로 컨텐츠 빵빵한 공약을 들고 우리앞에 나온것입니다.
분홍 옷을 입고 그를 위해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3000명의 유티즌 앞에서 “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 기쁜 마음으로 선언합니다.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 하겠습니다 ” 라고 당당히 말했을 때 저에겐 단지 청년에 고뇌에 공감하는 글을 써주는 글쟁이로 시작한 유시민의 작은 날개짓이 어느덧 커다란 바람으로 불어 국민과 국가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지도자로 변화했음을 실감하고 감격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나중에 2002년 노사모의 활동을 알게 되면서 그 신명나는 일에 동참하지 못했음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제가 존경하는 어떤분이 저에게 “ 한번쯤 인생에서 올인 할 수 있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와 나를 넘어 역사가 될 제 2의 노사모로서의 목표. 그 벅차오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이 저마다 살길을 모색하며 하나둘씩 사회로 흡수되고 있을때 처음엔 홀로 떨어져 제 인생의 6개월을 투자한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먼훗날 지금의 6개월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기쁨으로 다가올꺼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유시민 의원님과 더불어 제가 정말 존경하는 신영복 교수님께서 쓰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이런 글이 있지요 .
“ 민중은 당대의 가장 기본적인 모순을 계기로 하여 창조되는 ‘응집되고 증폭된 사회적 역량’ 입니다 ”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로 대변되는 수구세력에 맞서 응집된 우리 유티즌 개혁 세력이 부디 잠재적인 역량을 100% 발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1219에 같이 얼싸 안는 기쁨을 누리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에 환희가 피어나 먹먹해지곤 합니다.
18일날 전날밤, 설레임과 함께 가시밭길을 가게 될 지도 모를 인간 유시민에 대한 어렴풋한 연민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제 17대 대통령 후보가 된 첨맘님, 그리고.. 함께 길을 가는 우리 유티즌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대번개 때 대형 현수막으로 걸린 신영복 교수님의 글이였지요.
“ 함께 여는 새날, 네손은 내가 잡고 내손은 네가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마음이 사무쳤으니 우리는 분명 꽃을 피울것입니다.
1219까지 지치지 말고 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