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소식을 접하고 처음 떠오른 두 가지는
언젠가 고인이 말했던 '춘래불사춘'과 오래된 영화 포스터의 글귀였습니다.
그는 우리가 만난, 우리가 사랑한, 우리가 버린 정치인일테지요.
여기서 우리는 비단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이기도 할겁니다.
노대통령 서거로 한 쪽은 눈치만 보고있고
한쪽은 대목만난 가게 주인들처럼 날뛰는데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저 뿐만이 아닐겁니다.
나는 말하자면 친노지만 촛불집회에 간 적도 없고 그를 마냥 지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했던 것 보다 평가절하 당했던 옛 지도자가 이렇게 애매한 분위기에서
슬금슬금 사라지길 원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이뤄지지 않을 사과요구나,
노통의 유지로 바뀐 자신들의 이념을 이때다 싶어 들이미는 사람들을 보며...
초조합니다.
무작정 촛불들고 나서라고 해도,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번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지금 저 같겠지요.
과잉수사였는지 보복정치였는지 보다도
그의 부정이 사실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애매한 상황에서
그를 위해 뭔가를 하기엔 그만한 정치인이였나, 혹시 나도 노사모에 세뇌되어서
헛꿈을 꿨던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겁니다.
그가 정말 지켜줘야 했던 지도자였나, 맹목적으로 믿기엔
사방에서 쏘아대는 반대의견들이 제법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섣불리 그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서는 사람들은 광적 노사모로 치부될테고,
그건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할것입니다.
또, 직접 움직였던 친노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더군요.
그들은 언제나 '성취감'이라는걸 크게 맛보지 못했습니다.
'촛불 들고 나서봤자 안 될 일은 안된다'가 크게 자리잡고 있더군요.
지금의 친노들은 늘 언론의 탓이고 (그게 사실이라해도) 우린 힘이 없고
토론회에서 조목조목 따져봐도 말빨로 치부되는 무리들,
진실을 밝혀봤자 어차피 누군가의 도구로 쓰일텐데 라는 패배감이 깊습니다.
넋두리 같기만 한 말들을 굳이 쓰는 이유는
누군가 뭔가 해주길 바라는 막연한 마음일겁니다.
누구에게 바래야 할까요?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친구들과 우스게소리로 얘기하곤 했었습니다.
'유시민은 노무현 애인이잖아' 하고 말입니다.
그냥 맹목적으로 당신은 그의 편인것 같아서, 그래서 객관성도 떨어지고
당신의 말은 무조건 그를 옹호하는거라 노통말을 두번 듣는것과 같다고도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럴때 찾게되는건 당신이군요.
지금은 생각보다 거대한 애도 규모에 숨죽이고 있지만
아마도 분명히 노통 두번죽이기는 언제가 됐든 일어나고 말겁니다.
그때 애매하게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모르다가 그쪽으로 휩쓸려갈까봐 그게 두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은 숫자일것같아 그게 싫은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대중이라는 무리가 그렇지 않습니까.
민주주의 민주주의 하며 대통령을 뽑아놓고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박정희 시절이 좋았다고 하는, 그런게 우리입니다.
당신들에게도 애증의 대상이겠지요.
나는 그가 적어도 사랑받는 대통령이었다는 것만이라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죽은 사람에게 말고, 세계와 역사가 적어도 그를 그렇게 봐줬으면 합니다.
그가 그저 별로 한 일 없이 5년을 까먹은 성적 안 좋은 정치인이자
그와 가족이 저지른 부정에 포기하고 자살한 나약한 정치인으로 잘못 보여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하다면 이번에는 기꺼이 참여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가 부정한 정치인이었는지, 그가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늘 두가지 의견히 극단적으로 갈려져있고 더구나 이제는 그가 없습니다.
더이상 평가 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그 사람이 이룬 것들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 지 모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당신을 찾았습니다.
적어도 그를 정치에 이용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요.
그저 힘없는 노통 지지자들의 외침이 아니려면,
그의 측근들의 주먹구구식의 몰아붙이기가 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합니까?
당신이 고민하고 당신이 제시해주세요.
나는 정치엔 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짜여진, 구색이 잘 맞는 쇼 말입니다. 그게 매끄러운 쪽이 이기는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다시 속는다고 해도, 어차피 속으며 살아온 국민이라는 이름인데 기꺼이 속겠습니다.
그를 무능력했고 나약했던 정치인으로 남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했던 일들과 그가 우리에게 이해시키고 끌어나갔던 세월들이 아까워서라도.
노통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우리대신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