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반달 가깝게 나는 가만히 가만히 당신을 생각하면서 보냈습니다.
다들 비운의 정치가라고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당신이 행복한 정치가였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 당신을 알게된 그때부터 생각해보지요.
노사모에 첫발을 디딘 그 때 내 생전 처음으로 정치가한테 돈을 보냈던 그 때부터...
당신이 대통령이 되던 날 새벽에 미친 듯이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불과 일 년이 지나자마자 저는 노사모를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고 느낀 저였습니다.
이제와 미안한 마음은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당신에게는 엄청난 것을 요구하지 않았나 하는...
그런 죄책감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탄핵 당했을 때
이십만이 촛불을 들고 시청앞 광장에 모였더랬습니다.
어느 정치가가 그런 행복을 맛보았겠습니까?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난 날
나는 그제서야 당신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당신은 멋지게 지역감정을 해체시켰다고 느꼈습니다.
내 친구... 회사가 부도 나서 집이 날아가고 난리가 나도 울지 않던
부산이 고향인 김사장이 눈물을 흘리더군요.
....분하고 화가 난다고요.
영주 출신의 아가씨도 펑펑 울더군요.
우리가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그렇게 묻더군요.
충무가 고향인 내 친구 만화가는
눈이 벌개져서 술을 마시며 말이 없고
포항이 고향인 내 만화가 친구는 그의 아내가 전하는 말로...
충격으로 몸살이 나서 이틀을 앓았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도 그렇게 울지 않던
충청도가 고향인 나의 그녀도 당신의 영정 앞에 고개 숙이고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 뺀질맞은 서울 출신인 나도 눈물이 났습니다.
무슨 이야기인 지 아시겠지요?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 위의 사진... 경향신문에 난 사진입니다.
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떠나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노제에만 오십만이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영정에 분향한 사람이 오백만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 어느 정치가가 죽으면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만큼 눈물을 흘려줄까요?
많은 정치가들이 당신을 부러워할겁니다.
그래서 당신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할 겁니다.
그 것만으로도 당신은 성공한 겁니다.
당신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뒤를 또 다른 바보가 따라갈 겁니다.
그러니 행복해하세요.
당신을 기억하는 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