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광장 6.10 집회에 다녀왔다. 오후 6시부터 12시 정도까지 돌아 다녔다.
원천 봉쇄 운운해서 다소 준비를 하고 갔는데 집회는 의외로 순조로 왔다.
전날 야 4당이 텐트를 치고 미리 점거했던 잔디 광장이 그대로 지켜졌다.
아침에 전경의 실패한 차벽시도까지 포함해서 이명박 정부는 그 선을 한계로 보았을 것 같다. 더 할 수 있었다면 반드시 서울광장을 봉쇄했겠지만 야당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를 포함하여 전 국민적 저항을 그 선까지 막아 내기는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참가인원은 뉴스가 약 7만이라고 한데 반해 집회 사회자는 15만이라고 보고했다.
이 집회의 크고 작은 함의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금은 핵심적인 것만 짚어보고자 한다. 내 입장에서 범 민주세력의 정권쟁취를 결승점으로 보았을 때
첫째 그 결승점에 비추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
둘째 당장의 국지전으로서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
가 핵심이다.
두 번째 측면부터 살펴보자면 당장의 국지전으로서는 판정승이었다고 평가한다. 케이오승이 아닌 이후는 정부 경찰 검찰 언론등 전 수구세력이 협박을 한 결과 하이힐과 유모차 부대등을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협박이면 하이힐과 유모차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제법이다. 하긴 집권하는 첫날부터 언론 플레이를 제1의 전략으로 삼았던 그들이다. 역시 언론과 방송을 내주고는 안 되겠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자존심의 근본인 서울광장의 폐쇄에 실패했다. 사람들의 얼굴엔 더욱 전투적인 분노가 흘렀으며 무엇보다 쌍용자동차, 화물연대 노동자, 용산참사 관련자들 및 그들의 이슈가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합류하였고 대학생들의 농성과 적극성은 작년 촛불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고해졌다. 이 정도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심판 전원 판정승이다.
첫 번째의 평가 중심은 역시 선거다. 나 같은 386세대에게는 선거전술이라는 게 매우 낯설다. 선거 따위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믿었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지금 연대에 근거한 선거전술을 중심에 두고 있으니 친구 만나면 말싸움 꽤나 하게 생겼다. 물론 기꺼이 논쟁하고 설득할 생각이다.
선거를 통한 정권쟁취의 기준에 비추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완승이다. 나는 이것을 이미 준비된 국민의 가슴에 던져주는 불쏘시개라고 비유했었다. 기회만 되면 그 불쏘시개를 던지고 각인된 이정표를 다시 확인하면 되는 거다. 하물며 이번 6.10집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점에서는 처음부터 유리한 입지인 만큼 더 첨가할 이야기가 없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한 방 크게 터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
민주당은 이 번 집회에 철야농성 투쟁을 성공리에 수행했다. 그들 속셈이야 누구라도 안다. 작년 촛불집회에 어정쩡 돌아다니다 떡고물 주워 먹으러 왔냐고 된통 혼이 났었다. 이번에 이렇게 안하고서는 아예 사표를 낼 지경이다. 철야농성 아니라 무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어제 오늘은 잘했다. 서울광장 쟁취 국지전에서 한 꼭지를 담당했다는 걸 인정하겠다.(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앞으로 잘해라. 제발 소인배 쪼다들처럼 놀지 말고 정신 좀 차려라.
정동영은 오늘 간만에 입을 열었는데 ‘대선에서의 패배가... 한 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 ‘죄진 자의 마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라고 했단다. 원래 정치적 발언이란 게 그런 거지만 정말로 기기묘묘하다. 웬지 이유도 없이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그 만큼 배웠으면 ‘선거에 눈이 어두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다음 대권에 자격이 없습니다. 오로지 민주주의를 위해 낮은 자리에서 헌신하겠습니다.’라고 통 크게 한 마디 못하나? 진짜로 그렇게 말하고 진짜로 그렇게 행동하면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아도 나중에 진정한 이득이 된다’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이 확실히 알려주지 않았나? 아직도 못 배우셨나?
어쨌든 당신은 내가 바라는 범민주세력의 연대에 가장 위험한 폭탄이다. 마음과 행실이 얄팍한데다 거느린 식솔이 한 다발이라 벌 짓을 할 조건은 모조리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정신 차려라. 민주주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해라. 두고 보겠다. 반드시 지켜보겠다.
내가 이들을 언급하는 것은 범 민주세력의 올바른 연대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시민광장의 속성상 그 입장을 명시해 두어야겠다.
‘친노그룹과 민주시민운동 세력의 개혁적 헤게모니하에 민주당을 포함한 전체 반 한나라당 세력의 연대’
이것이 현 시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연대이다. 그럼 이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시민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는 위의 ‘연대’ 개념에 얼마큼 동의하거나 반대할까? 전적으로 같은 생각들이실까? 아니면 냉장 내다 버려야 할 쓰레기 개념인가?
3.
특히 시민광장의 유사모님들 (이 표현에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고 누군가 알려주면 즉시 바꿀 것이다.)을 겨냥하여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어떤 분이 묻고 의심하기를 ‘시민광장에서 유시민씨에 대한 비판적지지 운운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정치인이나 다른 당의 이익을 꾀하는 사람들이다. 아크로폴리스 당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대답했다.
‘나는 지지하는 정치인이 없다’ 고 했다. 실은 과거에도 그 누구를 따로 지지해 본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조차 지지해 본 적이 없다. 노사모가 아닌 것을 물론 조문도 가지 않았다지 않은가.(이 부분은 따로 한 번 정리를 해야겠다.) 대신 ‘민주주주의란 혼자서 더불어 하는 것이라는 이론에 나름대로 감명 받은 바가 있다’ 고 말했다. 결국 혼자서 더불어 하는 연대가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이 개념을 어디에서든 주장하고 설득할 것이다. 이곳 시민광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알고 싶다. 아직 내가 말하는 ‘연대’의 개념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사실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이런 식의 연대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이다. 시민광장의 유사모님들이 보기에 나는 아무래도 민주당 핸들러(광고쟁이)인가? 아니면 유시민씨의 입지와 활동영역을 더 넓히는 작업이자 개념이라 말할 것인가? 어쨌든 나는 그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