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놀이
따닥따닥 탁탁
명절날 아이들이 화약을 가지고 논다
문득 떠오른다
옛날 서캐 터지던 소리
어느 세월에 일일이 손톱으로 해보겠나
호롱불에 슬쩍 갖다 대면
따다닥 탁탁 바로 그 소리
짜릿짜릿한 소리
듣고 있을 만하지 않던가
내 친구 소병국씨는 텔레비전에 나와서
장한 생각이라고 떠벌였다
이와 서캐가 발을 못 붙이게
그놈들의 은신처 솔기가 밖으로 나오게
속옷을 뒤집어 입자고
싱거운 사람
진작에 좀 말하지
레밍턴타자기
스무 해 전쯤 내가
은사님 연구실 지키고 있는데
외환은행 무슨 부장인지 찾아왔다
직원들 시험지 만들자고
내가 토닥거리는 타자기를 지켜보더니
그가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그 물건이라고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서
고장이 안 나서 안 팔려서
망해버린
레밍턴사 제품이라고
졸본 이남
그분이 뉘 집 어머니시던가
꿀 한 사발 팔아보자고
머나먼 전라도
서해바다 찰랑이는 데까지 흘러왔더라만
겨레의 미더움을 어찌 모를쏜가
마음 탁 놓고
낯선 마룻장에 짐 내리고 밥 한술 얻어 뜨고
문딩이자슥
못내 귀엽단 듯이 내 머리 쓰다듬어주던
옛날 경상도 아지매는
우리네 슬픈 어미가 아니던가
안동 청송 거창 함양
깊숙한 그 고을 잘 모른다마는
나는 믿는다 거기
마음의 어미 아비들 살고 있음을
또 나는 안다 조선땅 푸른 하늘 열린 뒤
언제
영호남 사람들
어디 어디 사람들 백성끼리
치고받아 웬수진 역사 없음을
* 심호택 - <최대의 풍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