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중대한 선언을 하게 된다. 소위 ‘닉스쇼크’로 불리는 이 선언은
브레튼우즈 협정의 폐기와 달러에 대한 금 태환의 정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것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엄청난 전쟁비용 때문에 누적된 재정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미국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닉슨쇼크 이 후 그 때까지 금이 했던 역할 즉, 경제적 가치의 기준을 잡는 역할을
달러가 지금까지 대신 해왔다.
그러나 2007년 중순부터 시작된 미국 발 금융위기로 달러도 한계에 봉착했다.
달러가 한계에 왔다는 것은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구축된 일극지향의
세계경제구조가 붕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역시 미국중심의 세계경제구조 속에 깊숙이 편입돼 있다.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80년대 말부터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달콤한 감언이설을 퍼뜨렸다.
미국중심의 단일한 경제구조를 만들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이 그것이다.
말 안 듣는 놈들은 군사력으로 손을 봐줬다.
미국이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경제구조를 만들면 자손만대 거저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중심의 일극지향의 경제구조의 핵심은 금융의 세계화다.
제2세대 제국주의라고도 불리는 금융의 세계화는
주변지역을 정치적,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포기하고
금융을 통해 핵심적인 시스템만을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라 부른다.
한마디로 금융의 통합을 통해 팍스아메리카나를 이룩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에 따라 미국 내 산업구조도 변화를 겪게 된다.
90년대 이후 미국은 전통적인 제조업 대신
지식기반산업이라는 정보통신과 금융업에 올인 했다.
미국 자동차의 상징인 GM이 파산하려고 해도 미국정부는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아마 70년 대 같았으면 의회에서 특별지원법을 만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미국의 자국 내 산업구조 개편 의도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등 독점력을 가진 정보통신회사들이 출현했고
월스트리트의 급속한 팽창을 가져왔다.
그런데 미국은 달러가 금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축통화의 지위에 있는 동안
지나치게 과잉소비를 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누적돼 왔다.
현재 우리가 겪는 금융위기의 근본이유라는 미국의 부동산 버블을 더 깊이 추적해 들어가면,
90년대 말에서 2000년 대 초의 IT산업의 거품과 FRB의 저금리 정책,
석유패권을 위한 이라크 전쟁,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에 대한 미 정부의 묵인 같은 것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거대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미 국민들의 과잉소비를 부추기는 것들이었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와 아들 부시 정부 초기까지 ‘골디럭’이란
사상 초유의 경제호황을 누렸다.
골디럭이란 이 시기에 발생한 고성장 저물가의 경제현상을 말한다.
스태그플레이션과 반대개념으로 보면 된다.
비록 10여 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본주의 역사상 이례적인 달콤한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골디럭은 IT거품과 위안화 저평가에 기반한 것이었다.
고성장은 지식경제라는 IT가 이끌었고
저물가는 중국의 값싼 공산품의 공세가 만든 결과였지만,
둘 다 비정상적인 이중거품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은 9.11 이 후 막대한 전쟁비용을 쏟아 부었다.
지난 5년간 이라크전쟁에 투입된 전비만 8천 억 달러다.
미국정부가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쏟아 붇고 있는 공적자금과 같은 규모의 비용을
이라크에서 사람 죽이는데 썼다.
경제는 단순히 돈이나 물건의 생산, 유통, 소비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당대의 도덕적 기준과 전체사회의 공익적 가치에 따라 형성되는 하나의 가치질서다.
그런데 지난 시기 미국경제는 가치기준이 도덕적이지 못했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공공의 감시도 작용하지 못했고,
석유를 위해 피의 대가를 받친 이라크 전쟁은 도덕적 기준이 무너진
미국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더구나 이라크 전쟁 같은 경우, 그 전쟁비용은 경제적으로 큰 효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집행된 전쟁예산이 전체 미 국민에게 고루 분배된 것도 아니고
군산복합체를 운영하는 부자들에게 집중됐다.
이들은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의 주요고객들이다.
즉, 미국의 전쟁비용은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부동산거품에 기반 한 파생금융상품을 매입하는데 투입됐다.
따라서 미국발 금융위기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미국의 국가신용만을 근거로 한 달러중심의 현재의 세계경제체제는,
이제 체제의 근본이 된 달러의 가치하락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구조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며, 이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다.
현재의 신자유주의체제의 근원적인 극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가치에 대한 집착과 끊임없이 인간의 물욕을 자극해 유지되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시장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좌파의 논리도 아니고 시장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시장과 떨어져서 살수 없다.
다만, 탐욕이 더 큰 탐욕을 부르는 시장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
이것은 현재의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세계경제체제의 새로운 대안은 어떻게 하면 분배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력한 만큼의 정직한 노동대가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경제시스템을 만들 것 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난 30년 이상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가 이제 끝물에 왔지만
어처구니없게도 한국은 2007년 대선에서 끝물에 온 신자유주의를
긍정하고 수긍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국민적 탐욕의 끝을 보여줬다고 할까......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 부동산과 경제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은 금융의 안정이며,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교란된 금융상황에서 성장드라이브를 거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건 지난 1년 반 동안 이명박이 입증한 바 있다.
이명박을 선택한 것은 앞으로도 몇 년간 우리를 매우 고통스럽게 할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사적인 전환을 헤쳐 나가기엔
이명박은 너무나 단순 무지하다는 점이 우리의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