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제 제 글 "신당이나 통합이냐" 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탁드리지만 싸우지좀 마세요. 그것을 위해서 글을 올린것이 아니니까요. 제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다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 생각이 맞으면 따르면 되고, 틀렸으면 비판하면 되고, 이도 저도 아니면 절충하면 되고, 그러면서 서로 배우는 것이지요. 정답은 없습니다.
제가 어제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현실정치는 이상정치와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인과 지식인이 구분되듯이 말입니다.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현실을 무시하면, 예상치 못한 더 큰 문제와 어려움에 봉착할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으로 많은 진보지식인들이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님은 "망하더라도 진보와 함께 망했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있습니까. 망하게 해선 안되죠. 비전투원 3000명규모 파병은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했을때 탁월한 외교적 성과였습니다. '이상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한교수님 말씀대로 파병을 철회하여,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당장 서울주식에 영향을 미칠것입니다. 그 책임을 한교수님이 지시겠단 말입니까? 진보진영이 지겠단 말입니까.
악플 한 20개 달릴 각오하고, 조금더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보죠. 통합민주당이 노전대통령과 친노세력과 결별을 선언하였다가 지금와서 참여정부의 계승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간사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다는 비판이 아주 많습니다. 일리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2008년 총선당시 반노정서는 전국민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통합민주당이 친노와 결별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개헌저지선도 유지하지 못했을것이고, 지금 미디어악법같은 한나라당의 개악시도를 저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의회가 그나마 이정도 유지가 될수 있는것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정동영의원을 무조건 매도만 할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있는 야당을 만들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이해할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통합민주당이 친노와 거리를 유지할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네들이 기회주의자였기 때문이라고 보기보다는, 시련이 와도 열린우리당을 좀더 믿고 지지하지 못한 국민들의 책임이 더 큽니다. 훨씬 더 큽니다.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잇는 신당을 창설하자는 의견은 숭고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상정치를 주장하는 이상주의자들은 현실정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작은 실수나, 혹 어쩔수 없이 이상을 실현할수 없는 상황에 아주 차갑게 등을 돌려버립니다. 그리고 나서 한토마나 시민광장에 글을 남기겠지요. "이제 유시민을 버린다" 라고요. 어처구니 없습니다.
한가지더 말씀드리면, 한나라당과 지지자들은 지도부의 결정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왜 그런줄 아십니까? 그네들은 존립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이 없어요. 그러니까 생존을 위해 단결을 합니다. 이념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겨우 30%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아내는 저력을 보이는 것입니다. 반면 진보진영은 어떻습니까.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은 진보에 다 모여있죠. 도무지 타협과 소통을 모르고 자신만이 잘났다고 개구리처럼 개굴개굴 울어대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이었어도 투표를 하면 다양한 의견의 스펙트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진 것이지요. 진보가 '무능'하다는 논리는 바로 '단결'을 하지 못한다는 데서 나오는 겁니다.
제가 51% 통합에 표를 던진것은 진보진영이 서로 갈라질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에 거대한 적이 있다면 내부가 단결을 해야지요. 똘똘뭉친다할지라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열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다분한 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