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들에게 요즘은 암흑의 시대이다. 그리고 유시민은 국민들이 희망으로 생각하는 인물중의 하나다. 하나의 개인으로서 호불호가 아니라 그가 오늘날의 한국에 정말 필요한 존재일것인가 하는 문제, 즉 시대적 요청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충족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분명 점점 더 중요한 질문으로 떠오를 것이다. 훌룡한 사람과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은 서로 강조점이 다르다. 나는 그것을 개혁적 인간상으로서의 유시민이라는 관점에서 논할수 있다고 본다.
개혁적 인간상의 제시는 사회변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물론 학식높은 철학자들은 인간이 아닌 개념을 통해 개혁의 요체를 논하고 정리할수 있겠지만 그것은 일반대중에게 파급되는 과정은 반드시가 아니라도 대부분 어떤 인간에 대한 공감으로 인해 일어나기때문이다.
가치판단은 어떤 구체적 인간상을 마음에 그릴때 더 쉽게 행해질수 있다. 예를 들어 인기 좋았던 대장금이란 드라마를 생각해 보자. 대장금은 거의 가공의 인물이지만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그 인물을 다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인물에 깊게 공감할때 우리는 어떤 가치적 윤리적 판단이 있어야 하는 순간에 이렇게 묻게 되는것이다. 장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더 구체적 인물도 있다. 우리는 묻는다. 김구라면 어떻게 했을까, 노무현 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병철이나 정주영이라면 박정희나 이승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떤 특정한 인물을 시대의 표준적 인간상 내지 개혁적 인간상으로 그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해방이후 손꼽을수 있을 정도로 가슴아픈 사건중의 하나는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을 개혁적 인간상으로 선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주권을 가진 자기 대신에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그를 앉히면 국민이 행하는 가치판단과 비슷한 가치판단에 따라 그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보기에 이익을 탐하는데 능력있는 인간을 나라의 조종탑에 앉히면 한국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그가 일할것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명박은 개인이나 기껏해야 아주 작은 집단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나머지 한국인들이 그것을 위해 희생당해도 개의치 않는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CEO와 대통령의 차이를 말한바있는데도 이명박은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유시민은 어떤가. 그는 개혁적 인간으로 어울리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생각하면 대한민국은 발전하는가. 무엇이 인간 유시민을 특별한 인간으로 만들며 무엇이 그의 특징인가.
유시민은 지식인이다. 이말이 그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이라고 부를 만큼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 애착을 가진다. 책을 읽고 쓰는 일에 애착을 가지며 인간관계 만들기와 유지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지식을 습득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좋아한다.
유시민의 인생을 보면 안다는 것과 산다는 것의 충돌이 그를 움직여온 근본동력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그는 아는 것에 따라서 살고 싶어한다. 진실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진리와 진실이고 그에 따라 사는 자유다. 그는 얽매이길 싫어한다. 다만 아닌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만큼 자신이 아는 것을 배신하기 싫어하고 위선적이기 싫어할 뿐이다.
이명박이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축적하는 일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라면 유시민은 앎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믿는 사람이라는 것은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낸다. 이익이란 배타적인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의 위에 올라서야 얻을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과 사상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지식을 가지고 생각을 할수록 짜릿한 보람을 준다. 지식은 개방적인 것이다. 나누는 것이다.
토론회를 회피하는 이명박은 권위주의적으로 남을 지배하는데 관심이 있지만 유시민과 같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거나 진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명박은 CEO들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한다면 유시민이 주목하는 것은 지식인의 사회일것이다. 다만 이 지식인은 아는대로 사는 위선이 없는 지식인이다.
나는 유시민이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거나 학식이 높거나 카리스마가 넘치거나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일정부분 유시민 스스로가 말하듯이 가장 열심히 공부했어야 하는 젊은 시절을 시대와의 불화로 덧없이 보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나라가 위선과 불의로 가득차고 아는 것과 한국사회의 현실이 큰 부조화를 이루던 시절에도 자신의 책상앞에 앉아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지식을 많이 쌓은 그런 사람도 한국에는 많이 있다.
유시민의 국제적 감각이라는 것도 유럽에 너무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유시민이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일정시간을 보내고 느낄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을것이란 생각을 나는 가끔한다. 유시민은 인간관계라는 간접경험의 폭도 좁은것같다. 유시민은 스스로 인정하듯 인간관계에 많은 시간을 쓰고 그런게 넓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유시민은 이 모든 것을 뒤엎을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열심히 배우고 아는 대로 산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합리주의 즉 권위에 굴복하여 사는게 아니라 독립적 이성을 가지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아는데로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너무 걸맞는 인생을 살아왔다.
유시민보다 아는게 많은 사람은 있겠지만 유시민보다 아는대로 말하고 행동하여 살아온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시민보다 똑똑하고 예측이 잘맞아떨어진 사람은 있겠지만 유시민만큼 판단한 대로 행동하고 살아온 사람은 적을 것이다.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 바로 유시민이다.
나는 대한민국이 정신적 식민지로 남아있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가치관 혼란이 생기는 이유를 합리주의의 실종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관습이나 권위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데로 살아가는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유시민은 대한민국의 개혁적 인간상으로 추천되어질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문제는 국민들이 그것에 어느정도까지 공감하는가 하는것이다. 이명박의 실패는 이명박 개인의 실패인가 아니면 권위주의적 정권의 실패인가. 올바른 박정희의 화신을 세우지 못한 것이 실패인가 아니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합리주의로 나가야 하는 것인가. 만약 다음 대선에서 합리주의라는 것이 중요한 논제가 된다면 유시민은 대선에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당선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박정희같은 영웅내지 독재자를 찾는 것이 국민의 관심사라면 유시민은 대선에 나와도 떨어질 뿐더러 나오지도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