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나의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일요일 봉하를 찾아 관광객들에게 봉하를 소개하고 서거 얼마 전부터 자원 봉사에 참여하던 생활 패턴이 서거 이후 금요일에는 부산 쥬디스 백화점 앞에서 거행되는 추모제에 참가하고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봉하 분향소 자원봉사, 일요일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영농 관련 자원봉사하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지난 토·일요일도 예나 마찬가지로 봉하에서 자원봉사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영남 남부 지방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많은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비가 많이 오면 활동하는 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걱정이 많았는데 토요일 아침이 되자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만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봉하 분향소 자원 봉사
아침에 봉하에 도착하여 부산시민광장의 일원으로 분향소 방명록 접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온다던 하늘이 갑자기 맑아지기 시작하더니 찌는듯한 더위가 엄습해 오다 곧 하늘이 우중충해지며 바람도 많이 부는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로 다시 변해버렸다. 그러나 비는 거의 오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자봉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의 수는 일기예보 탓인지 지난 토요일보다는 좀 적었지만 오후가 되자 지난주처럼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분향소를 찾는 단체 조문객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두워지자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후 8시경이 되어 같이 자봉하던 부산시민광장 분들은 떠나고 나는 다른 분들과 함께 분향소 자봉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밤 늦게 대구아고라에서 오늘밤부터 내일까지 분향소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과 MB악법 저지 관련 판넬을 전시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분은 밤 12시를 넘겨 봉하에 도착했는데 대구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출발이 늦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분이 가지고 오신 판넬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여러점과 친일 뉴라이트 실체를 밝히는 판넬, MB악법 저지를 위한 판넬 그리고 용산참사 관련 판넬들이었다. 우리는 보슬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이 판넬들 전시를 위한 리허설을 실시한 후 판넬전시대만 남겨둔 채 비를 피해 판넬은 텐트 안으로 옮겨 보관했다.
아침이 되어 판넬을 다시 제자리로 옮기는 작업을 한 후 내용들을 쭉 읽어보았다. 용산참사와 MB악법 저지 관련 판넬은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들을 보기 좋게 재구성한 것이었으나 친일 뉴라이트 집단 관련 판넬은 모르고 있던 사항들이 좀 있엇다. 오세훈, 나경원, 박진 등이 뉴라이트 회원이란 사실 등...
봉하에서의 영농 자봉
아침 8시가 되어 분향소 자봉을 다른 팀과 교대하고 주변을 둘러본 후 봉하에 자봉하러 오기로 한 집사람과 만나 자봉 복장으로 갈아입고 지난 밤에 들은 바 있는 연지에서의 자봉 참여를 위해 연지로 향했다. 연지에 도착하니 자봉하러 오신 분들도 없었고 자봉을 주관하는 분들도 없었다.
일요일 공식적인 자봉이 오리 그물망 정리 작업과 장군차 묘목 심기 작업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오리 그물망 정리 작업이 연지 주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그 작업을 위해 작업장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어 장군차 묘목 심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작업장을 찾아가던 중 그물망 정리 작업하는 팀을 만나 그 곳에서 자봉 일과를 시작했다.
오리 그물망 정리 작업은 작년에 사용하고 대충 모아놓은 그물망을 재사용에 편하도록 펴서 사용하기 쉽게 말아놓는 것이었다. 이 작업도 보기와는 다르게 그물이 길고 엉킨 곳이 많아 꽤 힘든 작업이었다. 힘든 작업 중 자봉하시던 분이 막걸리를 사와 한두 잔 마시며 작업을 하니 군대에서 작업하던 것도 생각나고 힘드는 것도 잊으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물망 작업이 끝난 후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시간이 남아 장군차 밭으로 향했다. 장군차 밭에 도착하니 자봉 오신 분들의 오전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된 상태였고 작업대장님의 오전 자봉 잘못에 대한 지적이 있은 후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자봉은 12시 30분부터 있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집사람과 나는 이미 점심을 먹은 뒤라 연지에 가서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장군차 밭으로 갔다. 그 곳에는 자봉 오신 새로운 팀이 있었고 작업대장님의 장군차 묘목의 뿌리를 충분히 심어달라는 작업 설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작업 설명에 이어 작업 구역 배치가 이루어졌다.
장군차 묘목 심기 작업은 일종의 A/S 작업으로 장군차 밭에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직포를 깔고 일정한 간격으로 부직포를 절개한 후 그 곳에 심어놓은 장군차 묘목이 죽었거나 신통찮은 것을 새 묘목으로 교체하고 부직포를 절개해 놓은 부위에 장군차 묘목이 심겨져 있지 않은 곳이 있으면 그 곳에 장군차 묘목을 심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굉장히 간단한 작업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힘드는 작업이었다. 부직포가 절개된 부위가 좁은데다 장군차를 심어놓은 땅이 건조하고 척박하여 묘목의 뿌리를 제대로 깊게 심는다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쪼그려 앉아 하는 작업으로 허리를 펼 수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
장군차 묘목을 심으며 노 대통령 당신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장군차 밭을 둘러보시고 잡초가 많은 것을 걱정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셨던 곳인데 살아계셔서 잡초도 제거되고 새로운 묘목 심는 것도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럭저럭 힘은 들었지만 오후 자봉 오신 분들의 노력으로 묘목 심기는 끝났는데 척박하고 메마른 장군차 밭에서 묘목이 살아가려면 당장 물을 주어야하는데 밭에 설치되어 있는 물관을 통해 물을 주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묘목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일기예보에서 온다던 비라도 밤에 흠뻑 내려야 할텐데....
봉하 생태 환경 체험
오후 자봉이 끝난 후 헤어지려는데 작업 대장이신 농군정호님이 오늘 좋은 구경거리가 있다면서 지금 논에서 종 다양성을 점검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라며 한 번 보러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한 자봉 일행은 정호님의 제의에 쾌히 승낙하고 함께 종 다양성을 점검하는 행사장에 도착하니 몇 분이 논에서 수서곤충들을 채집하고 있었는데 이 논은 봉하마을 친환경 농법 중 하나인 우렁이 농법을 시행하고 있는 논이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논도 습지의 일종인데 친환경 농법을 사용하는 논에서 습생하는 곤충들의 종과 개체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점검하고 있습니다"라는 정호님의 설명도 이어졌다.
그곳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벼줄기와 논두렁에 붙어 있는 분홍색 우렁이 알이었다. 어찌 보면 오디처럼 생긴 것이 저다지도 아름다운 색깔을 보이는지... 그리고 그곳에는 풍년새우를 비롯해 물방개, 물자라, 도둑거미 등 많은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 논이 농약을 치지 않아 생물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살아있는 논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리라...
종 다양성 점검 행사장을 나온 후 정호님의 배려로 화포천 견학이 이어졌다. 화포천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정호님의 "화포천은 길이가 22.5㎞이고 유역면적이 165㎢인 대단히 큰 하천으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100대 하천 중 하나입니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나는 사자바위에 올라 몇 번 화포천을 바라보았고 배수장 바로 옆 화포천은 가보았지만 제대로 된 화포천을 보지는 못했는데 정호님과 함께 도착한 곳은 아름다운 100대 하천 중 하나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갈대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화포천 정비를 위해 보트를 띄운다는 장소가 나타났다. 이곳에서도 예나 마찬가지로 정호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풀은 마름인데 수질정화에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는 등 주변에 서식하는 수초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을 빠져나와 두 번째 도착한 곳은 화포천 위 조그만 다리가 있는 곳으로 화포천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서 바라보는 화포천은 사자바위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잔잔한 수면과 함께 시야가 확 틔며 풍부한 수량과 넓은 강폭 그리고 많은 수서식물들로 화포천이 늪지로서 잘 보전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노 대통령께서도 퇴임 후 이곳을 방문하고는 왜 진작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알지 못했던가 하며 아쉬움을 토로하시며 화포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는 정호님의 설명도 있었다.
정호님의 설명을 들어면서 노 대통령 당신께서 생전에 봉하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화포천을 꼭 둘러보고 가시라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당신이 그토록 애정을 가지셨던 이 화포천을 잘 가꾸어 명품 봉하를 빛내는 상징물로 만드는 것이 노 대통령을 존경했던 남은 자들의 몫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을 위해서라면
힘들고 바빴지만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봉하에서 알게된 분들과 오후 늦게 간단한 다과와 담소를 즐기고 집으로 출발한 시각은 밤 10시 경이었다. 무박2일의 정말 힘든 여정이었지만 명품 봉하 가꾸기에 일조를 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장군차 묘목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비가 와야 될텐데 하는 걱정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차창에 반가운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봉하를 굽어살피기 라도 하듯이...비는 밤새 내려 약 100밀리 정도 왔다고 하니 장군차 묘목은 제대로 뿌리를 내렸으리라...노 대통령 당신께서도 하늘에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분명 기뻐하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즘 봉하 자봉을 하며 노 대통령님 당신의 유지이기도 한 명품 봉하를 만드는 일과 일반 국민들의 봉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봉하 제대로 알리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당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이셨던 언론개혁, 시민주권운동, 지역 균형 발전 등은 말할 것도 없지만...
노 대통령님은 생전에 봉하를 사랑했고 봉하가 친환경적이고 살기좋은 농촌으로 거듭나길 바랐으며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화포천 정화작업과 친환경 농법인 오리농법을 이용한 벼농사를 몸소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봉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봉하마을 주변을 소개하며 볼 것이 많은 곳이니 꼭 둘러보고 가시라고 마을 소개를 아끼지 않았던 분입니다.
이처럼 노 대통령님의 봉하마을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습니다. 노 대통령님을 존경했던 우리들은 당신의 유지인 봉하마을 가꾸기에 더욱 더 신경을 쓰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봉하가 당신의 뜻대로 살기 좋은 마을이 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민주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한가지 봉하마을 바로 알리기를 통해 노 대통령님이 재평가받고 참여정부가 재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노 대통령님의 퇴임 무렵 조중동의 노무현 까대기는 봉하마을에 집중되었습니다. 봉하에 호화 풀장을 갖춘 어마어마한 아방궁이 있다는 둥 봉하에 노무현이 퇴임을 대비해 450 억원을 투자했다는 둥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댔고, 급기야 한나라당에서는 봉하에 1000 억원이 투자되었다며 노 대통령이 자신의 퇴임을 대비해 마치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혹세무민을 했습니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봉하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바로잡아 주는 것이 조중동이 얼마나 엉터리 신문인지를 알리는 길이며 노 대통령을 바로 알릴 수 있는 출발점이며 참여정부의 업적이 재평가받을 수 있는 출발점이라 생각됩니다.
이제는 노 대통령님을 존경하는 남은 자들이 당신의 서거를 애도하는 것을 넘어서 노 대통령 당신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유지를 받들어 명품 봉하를 만들고 당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봉하 바로 알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화포천의 새벽

아름다운 화포천의 풍경

배수장 옆 화포천 나루터

화포천이 잘 보존된 습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

화포천의 아름다운 수생식물
PS : 사진 무단 복제 양해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