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선생,
이 도시엔 경계망이 대단하오.
하루 세번 교대되는 경비 초소의 무장 군인들
시간은 촘촘한 그물망처럼 규격이 단단하오.
소통은 벌써 끊겼소이다, 거리마다 화농한 살덩어리
불그스름한 피고름이 질펀하오.
주민들은 몰지각 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소.
몇 그램의 몰핀과
몇 박스의 신경 안정제를 부탁하는 바이오.
싸움이 무슨 쓸모가 있겠소.
산자들에 의해 죽은자의 시신은 매일 밤 소각된다오.
공문서의 철이 두터워가는 건 수모일 뿐이지요.
살균제의 씩씩함이란
여기선 끝장난 일 아니겠소.
바람이 심하게 부는구려.
병균을 실어 나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매체는 없지요.
전염 속도를 지연시킬 방책을 또 찾아봐야겠지만
문제는
선생,
이 편지 역시 서랍 속에 던져기기 십상이라는 걸…….
* 이연주, '집행자는 편지를 읽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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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얼 바라
무얼 집행하고 있는 걸까.
당신 닮은 우리,
사람이 살고 있는 곳
그곳에서 여전히 바람이 실어 나르는 전언
읽을 수 있는 가슴 간직하고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