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람이 불었습니다. 다시 노랑 리본이 나부꼈습니다.

고양광장으로부터 받은 시소 100부를 가지고 수원역 광장에 갔습니다. 추모제 예정 시각은 저녁 8시였으나 조금 늦춰지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참여 시민이 많이 모이지 않았더군요. 다시 차려진 분향소엔 간간히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시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는데 한참 동안 가져가는 사람이 없으니 늦바람 대표님 왈, "이따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께 나눠드려야겠어요." 하셨는데 웬 걸, 어두워지면서 시민들이 몰려드니 순식간에 100부가 동이 나 버렸습니다.


곧 추모제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묵념과 추모글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야호님이 낭독한 추모글은 너무나 절절해서 사진 찍던 저는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습니다. 애초엔 1부 추도식에서 49재 종교의식을 거행하려고 했던 건데 해가 넘어간 후에 재(齋)를 지내는 게 예법에 맞지 않다 해서 취소하면서 마지막으로 시민추모위원들이 분향하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본격적으로 2부 추모 문화제가 이어졌습니다. 춤꾼인 이 문이님이 애절한 음악에 맞춰 진혼무를 추는데 제 가슴은 아리지만, 그 분이 내려보신다면 빙그레 웃을 것 같았습니다.



해금 연주가인 유찬숙님의 연주가 이어졌습니다. 한참 듣다 보니 귀에 익은 곡들이 흘러 나왔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상록수, 사랑으로였습니다. 그 분이 좋아하셨다는 해금 소리로 그 분이 즐겨 불렀던 노래를... 아!

명성황후 주제곡으로 성악가 조수미가 불렀던 '나 가거든'을 예고 1년 여학생이 아주 멋지게 불렀습니다.

추모시 낭송 시간엔 수원광장 능금님이 안 희정님의 글('이제 49일이란 시간도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을, 시를 낭독하듯 아름답게 읽어나갔습니다. 아름다워서 슬픈, 슬퍼서 아름다운 글이었습니다.

다시 추모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성악가 이종융 교수님이 부인이신 정효섭님의 반주에 맞춰 두 곡을 부르셨는데 이탈리아 어로 불러 무슨 곡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날이라 전자 키보드 반주임에도 선뜻해주셨습니다.

수원민예총 소속의 '뮤즈'팀이 오카리나와 플룻 연주를 해주셔서 아름다운 선율에 둥둥 떠다녔습니다.

노래패 '소나무'의 힘찬 노래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언제 적에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노래에 맞춰 율동이 바로 나오는 걸 보니 좀 해본 것 같은 시민광장 회원 세 분.



이번엔 연극인이신 표 수훈님의 퍼포먼스가 이어졌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순서! 우리 경기남부 광장의 자랑, 밴드 '노브레이크'의 공연 순서가 되었습니다. 얼레지님과 아드님의 기타, 황구님(슈룹님 따님)의 드럼 연주에 이어 노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비갠후님과 느티나무언덕님의 기타, 은비까비님의 키보드가 추가되고, 윤 도현(너를 보내고), 안 치환(개새끼들), 라이어밴드(사랑한다 더 사랑한다), 김 광석(일어나-앵콜곡)을 합한 가창력으로 업그레이든 된 첫마음님의 보컬이 단 네 번의 연습 결과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수 정도로 훌륭한 공연을 해내셨습니다. 완전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안 치환의 '개새끼들'을 부를 때는 다 같이 목놓아 '개새끼야!'를 외쳤고, 마지막 곡인 김 광석의 '일어나'를 부를 땐 다 같이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사회자인 흑금성님이 우리한테로 와서 하는 말, "미쳤어, 미쳤어!"




아쉽지만 이렇게 추모문화제를 마감했습니다. 영상과 음향 등을 무료나 실비로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순식간에 광장은 정리 정돈이 시작되었습니다.




분향소를 철거하기 전, 시민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헌화하고 임금께 드렸다는 네배반 절을 하고 더 이상은 없을 분향소를 영원히 철거했습니다. 그 분의 영정 사진을 다시 꺼내는 일도 아마 없겠지요.







영원히 못 잊을 2009년 5월 23일부터 일주일간 분향소를 운영하고 2009년 7월 10일, 49재까지 훌륭히 마무리해주신 수원시민추모위원회에 감사드립니다. 여기에 시민광장을 대표하여 참가한 분이 늦바람님이시고, 자봉한 분들은 대부분 시민광장 회원이었습니다.
모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p.s.
수원 신문에 기사가 났네요.
http://www.urisuwon.com/sub_read.html?uid=6336§ion=section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