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다시보는 유시민의 수난시대(2005년, 김정란 칼럼)
njbora | 2009-07-13 09:23:24 | 조회 1094 인쇄하기
http://www.usimin.co.kr/39391     


트위터 페이스북

[김정란 컬럼] 유시민의 수난시대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3-20 18:18]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의원이 연일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공격당하고 있다.

바야흐로 유시민 수난시대가 시작된 듯하다.

기득권 세력의 입장만을 성실하게 반영해주면서 유독 개혁적 정치인들만을 골라서 당선무효형을 때리고 있는 사법부는 유시민에게서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려고 벼르고 있는 듯 하고, 열린우리당 동료 의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유시민을 공격하고 있다.

“유시민은 안된다”라는 문희상 의원의 발언에 이어 정청래 의원이 국내 최대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 사이트 게시판에 나타나 뜬금없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더니, 이어 송영길 의원이 공중파 토론에서 야비한 마타도어를 하기에 이르렀고, 김현미 의원은 이를 받아 유시민을 지지하는 의원은 다섯 명도 안될 것이므로 당의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했고, 임종석 의원도 앞서 그 의견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마치 나폴레옹을 막기 위해 신성동맹을 맺었던 19세기 유럽 열강의 오만한 군주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터넷은 이들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달아올라 있지만, 정작 공격당하고 있는 당사자인 유시민의원은 묵묵히 얻어맞고만 있고, 최소한의 방어도 하지 않고 있다. 때리면 때리는대로 맞겠다는 식이다.

이들은 왜 이렇게 유시민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열린우리당 당의장에 출마하고 있는 당의장 후보들의 몇몇 캠프에서 유시민을 예선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전략적 배제투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유탄은 신기남 전당의장에게 날아가 그를 무참하게 쓰러뜨렸고, 유시민은 살아남았다. 그러자 무엇인가 다급해진 것일까? 반유시민 신성동맹은 빠르게 가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방식은, 이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지며 싸웠던 그 사람들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비한 것이었다.

정작 이 신성동맹의 수장 격인 문희상 의원은 “유시민은 안돼”라고 굵직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준 뒤, 팔짱을 끼고 앉아 있고, 젊은 임종석, 정청래, 송영길, 김현미 의원 등이 행동대원으로 나서서 유시민을 공격한다. 유시민이 당의장이 되면 “큰 일이 날 것”, 즉,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협박성멘트조차 발설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반 유시민 신성동맹의 주된 논리 : 유시민은 분열적 개혁주의자, 즉 위험한 급진주의자이다. 유시민은 비토 세력이 많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았던 논리 같지 않은가? 수구 기득권 세력이 김대중을 쫓아내기 위해서 주구장창 써먹었던 논리. 김대중은 빨갱이다, 김대중은 비토 세력이 많아서 안된다. 이 두 가지 언표는 두 겹의 정치적 상징기제를 작동시킨다.

기표(記表)는 이중의 기의(記意)를, 그 모호성을 가능한 한 의도적으로 부풀리면서, 정치적인 게임의 장에다 풀어놓는다. 팩트는 없다. 단지 부풀려진 가짜 기표가 있을 뿐이다. 김대중은 위험인물이므로, 우리 사회의 불안요인이 된다. 게다가 그는 힘센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으므로,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김대중을 지지한다고 해도, 그를 통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

그런데 너무나 흥미롭게도 김대중 죽이기에 이용되었던 이 데마고기를, 송영길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정통개혁주의자>(이 말은 김대중 문파에서 정치에 입문한 계보를 지칭한다. 21세기 벽두에 우리는 문파 소속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개혁을 할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검증받아야 한다는 중세기적 멘탈리티를 목도하고 있다.

개혁할 거면, 문파의 도장을 받아서 해야 한다. 개혁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이런 반개혁적 언술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그 언술에 대해 아무런 자의식의 균열도 겪지 않는 것이 우리 나라 정치인들의 의식 수준이다)들이 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들의 상처가 되었던 칼을,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자를 향해 날리는 광경을 우리는 무참하게 지켜보고 있다. 대체 이들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민주화를 위해 투신했던 것일까? 게임의 법칙조차 제대로 준수하지 않을 거였다면?

전혀 맥락이 다른 문제를 <김대중>이라는 막강한 기호 곁에 억지로 붙들어매어서 호남의 지역 감정의 수혜를 보려는 송영길 의원의 행태 앞에서는 말문이 막혀 버릴 지경이다.

특정인을 게임의 장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이 모호성의 데마고기, 가짜 언술이 김대중 시절과는 다른 전선으로 타격지점을 이동시켰다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그 전선이 어떻게 이동했는가를 살펴보면, 유시민이 어느 자리에 서있는가가 분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가 어째서 개혁 아젠다를 선점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선명해진다. 한국사회 전반을 향해 발설되던 그 데마고기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발설된다. 유시민이 서있는 정치적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소프트웨어 교체 작업. 정당개혁. 당을 국회의원의 손에서 당원들의 손으로 옮겨가기. 반유시민연대는 그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정치를 쥐락펴락 하던 시절의 편한 정치를 원하는 것이다. 그들이 유시민 의원과의 이런저런 개인적인 갈등에 의해 반유시민 전선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언표로 구성할 방법은 없다.

유시민을 배제시키고 당권파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모든 정치문제를 원내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 당권파를 통해 정당개혁을 실현할 가능성은 실제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심리적 동기에 의하여 유시민 때리기에 가담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추후에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 데마고기는 원내와 원외 양쪽을 향해 다른 기의를 발설한다. 원내용 : “얜 형님한테 찍혔어. 그러니까 얘랑 놀지 마, 알았지? 걔한테 힘 실어주지 말란 말야. 국회의원 생활 편하게 하고 싶으면 알아서 해.” 왼외용 : “니덜이 아무리 얘를 이뻐해 봐야 소용없어. 우리가 협조하지 않을 테니까. 니덜 우리사회 개혁하고 싶지? 그런데 걔가 당의장 되면 당이 깨질지도 몰라. 당이 깨지면 누가 개혁하지? 힘없어서 당하는 거 지겹게 봤지? ”

위험인물로 딱지붙여서 왕따시키기. 기호학적 사기술. 인간이 지구상에 살아온 이래로 변화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기득권 세력은 언제나 이런 기호학적 사기술을 이용해 딱지붙이기를 해 왔다. 그들은 존재가 언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존재를 규정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던 것이다. 물론 워딩은 훨씬더 순화되기는 했다. “빨갱이” 대신 “분열적 개혁주의자”로 바뀌기는 했으니까. 그러나 정치적 효과는 똑같다. 위험인물이므로 일찌감치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누구에게 위험한 인물일까? 유시민이 한 대 얻어맞을 때마다 그의 후원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개미들은 유시민이 당하고 있는 수난을 즐거운 게임의 코드로 전격적으로 전환시키면서, 점점더 그에게 올인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당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었을 때 개미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것처럼.

유시민이 주장하는 내용 중에 이른 바 “급진적”이며 “분열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있는 사회에서라면 지극히 상식적인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한 정치적 내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 폐지가 “급진적”인가? 당의 의사결정구조를 진정한 상향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급진적”인가? 대체 무엇이 “급진적”이며 “분열적”이라는 말인가? “분열적”이란, 철저하게 원내 역학 구도를 말하는 듯한데, 대체 유시민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다섯 명도 되지 않는다면서 무슨 “분열”을 걱정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원내대표와 당의장의 역할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의장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당원을 대표하는 자리이다. 그 동안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당원들에게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당의장이다. 그러한 그런 방식으로 당을 개혁할 생각이 없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민주당을 부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는가?

특정인을 왕따시키고, 자신들에게 돌아갈 권력 지분을 공고하게 만들 생각만 하고 있는 “무늬만 개혁주의자”들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 유시민은 권력이 시민에게 돌아가는 진정한 권력 형태의 변화를 위해서 몸을 던졌고, 그리고 그 노력은 온갖 미움과 질시를 받으면서도 중단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면서 그의 진정성에 설득당한 것이다. 그가 네티즌들을 비롯한 개혁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멍청이가 아니다. 그들은 지난 수 년 동안 무서운 속도로 매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회로를 구축해 왔다. 그 회로를 통해 정보들이 취합되고 정보들에 대한 분석 방식이 공개적으로 그 정합성을 시험받고, 정합성을 증명받은 분석 방식은 보이지 않는 “시민의 뇌”를 통해 선택된 뒤, 지식 구축의 회로에 들어간다. 이 대중적 지식의 육체는 아주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이 지식의 육체는 유시민이 선동해서 그에게 선동당하여 유시민을 지지하는 바보들의 생각 없는 육체가 아니다. 오히려 시민들이 유시민을 징발한 것이다. 글쓰면서 게으름이나 피우고 싶어하는 섬세하고 명민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이 행복한 개인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그를 끌어내어 부려먹고 있는 것이다. 소위 <개혁>을 주창하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그토록 무지하다니, 걱정스럽기 이를 데 없다.

유시민이 당의장에 당선되든 그렇지 않든, 반유시민 연대에 섰던 국회의원들을 유권자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수동적인 정보의 수신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정보를 분석적으로 선별하고 취합하는 단계를 벗어나, 정보를 생산해 내는 단계로 들어가 있다. 그들을 우습게 보지 말라.

유시민을 부려먹고 있는 개미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되었다. 혹시 유시민을 두들겨패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하방경직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한번 상승을 경험한 정신은 결코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 왕따 노무현을 대통령 자리로 밀어올린 시민들이다. 그들은 결코 뒤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유시민 역시 그들에게는 하나의 효과적인 상징에 불과할 뿐이다. 노무현의 몸통, 유시민의 몸통은 한번 도약을 맛본 시민들의 집체적인 육체이다. 그런데, 그 육체는 “말하는 육체”, 사유의 매체인 육체이다. 바스티유는 무너졌지만, 국회의원 나리들은 앙시앙 레짐을 조물락거리고 있다.

우리는 1789년 프랑스의 민중처럼 곡괭이를 들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는 우리의 육체 안에 사유를 집적해 넣는다. 당신들이 유시민을 때리면 때릴수록 사유를 집적해넣은 그 육체들이 앙시앙 레짐의 벽을 들이받는 에너지도 높아진다. 얻어맞으면 얻어맞을수록 유시민의 상징적 가치는 올라간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란 컬럼]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 소회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4-03 15:06]    
요 몇 해, 봄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온다.

농부는 하늘을 바라보고, 땅을 들여다본다. 그의 몸은 이미 알고 있다. 봄이 진작에 와 있다는 것.

그런데, 참, 왜 이렇게 봄은 분명한 징후를 늦게 드러내는 것일까. 그는 진작에 농구들을 다 손보아 두었다. 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봄이 와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비만 한 차례 내려주면 될텐데....

농부는 아직 파삭한 땅 위에 무릎을 꿇고 가만가만 흙을 만져본다.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본다. 작은 풀들이 벌써 수줍게 여기저기 솟아나와 있다. 풀들은 농부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신이 옳아요. 그러니 초조해 하지 말아요. 보세요. 우리가 벌써 봄을 구현하고 있잖아요.

소란스러웠던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개혁진영의 상당한 약진으로 드러났다. 무슨 수를 쓰든 움켜쥔 당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이미 확보하고 있는 2007년 대선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변화의 물꼬를 차단하려고 가지고 있는 카드란 카드는 다 보여주면서 완전히 벌거벗고 뛴 구당권파는 그 노골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혁세력의 대표인 유시민과 재야파의 맏형인 장영달의 진입을 막지 못했다. 유시민에게 올인한 네티즌들이 집중포화를 뚫고 유시민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혹자는 초반에 문희상 의원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갔던 유시민이 간신히 턱걸이로 중앙상임위원으로 선발되었다는 것, 그리고 김두관 전장관의 석패를 이유로 들어 개혁진영의 패배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처음부터 개혁진영이 원하는 완전한 승리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복기해 보면, 힘의 분포 자체가 처음부터 게임이 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모두들 그럴듯한 <개혁>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386들까지 결국 구당권파 뒤에 서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는가. 그들은 유시민을 죽어도 울타리 안에 들여놓지 않겠다고 각오하고 “배제투표”라는 지극히 비민주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서 떨구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유시민 죽이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싱겁게 집안잔치로 끝낼 수 있었을, 추악한 모양을 보여주지 않고도 <개혁>의 가면을 쓰고 자신들의 권력을 우아하게 다시 확보할 수 있었을 이 강자들은 허겁지겁 가면을 벗었다. 대단한 광경이었다. 관객들은 입을 떡 벌리고 그 모양을 바라보았다. 벌어진 입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어떻게 저들이... 수많은 민주화 투쟁 학우들의 피의 값을 챙겨 대표성을 획득한 저들이 어떻게 저런 짓거리를....

그뿐인가, 구당권파는 연청이라는 기왕의 막강한 조직과 국참연이라는 노사모 정신을 권력욕과 바꿔치기 한 세력까지 끌어들여야 했다. 거기에 지역감정이라는 낡은 정치세력의 구식 무기까지 동원했다. 가지고 있는 화력이란 화력은 몽땅 쏟아부은 것이다. 그 지독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일병과 장영달 병장은 살아남았다.

안타깝게도 김두관 일병이 유탄을 맞았다. 그러나 그는 살아돌아올 것이다. 그는 명분을 잃지 않았으며, 경선이 치러지는 동안 내내, 그 온화한 단호함으로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했으므로, 개혁 세력 안에서의 그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어쨌든 하나의 변곡점을 형성할 것이다. 앞으로 또다시 기간당원 제도를 후퇴시키려는 시도가 있을지도 모르고, 소위 <상생>이라는 핑계로 개혁법안들을 한나라당과 우물딱쭈물딱해서 후퇴시키려는 시도도 예상되고, 대거 열린우리당 내로 진입했다고 하는 연청 조직이 다시 당을 지역당으로 회귀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겉으로라도 개혁적인 체하는 흉내는 계속 내야 할 것이다.

유시민이 이제는 평당원의 자격이 아니라 중앙상임위원의 자격으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고, <조직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은 네티즌들이 서서히 당으로 흡수되어 들어가 오프에서 조직화될 것이고, 재야파와의 연대도 강고해질 것이므로 <도로민주당>으로의 회귀 시도는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다시 조직을 이용하여 종이당원들을 확보해서 물타기를 시도하겠지만, 그 시도는 점점더 힘들어질 것이다. 경선주자들은 경선 내내 <기간당원제는 훼손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온 국민 앞에서 확언했다. 물론 거짓말하는 것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인들이고 보면, 또 무슨 핑계를 대며 원칙을 훼손하려 들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내놓고 원칙 훼손을 주장할 수 없는 곳까지는 온 것이다.

유시민 의원이 당권을 장악하지 못한 이유를 놓고, 정동영 장관 계보와 선을 그은 한겨레 인터뷰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럴까? 나는 유시민이 섣불리 그런 인터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당내에서 실제로 당을 <도로민주당>으로 되돌리려는 가짜 개혁세력의 시도가 있다는 것을 진작에 간파했기 때문에(그것은 구 당권파의 기간당원제 폐기 시도로 일단 가시화되었다), 이번 당의장 선거에서 당권 장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대로 당권을 장악할 경우(그 가능성도 희박했지만), 당이 “개혁 세력”의 가면을 쓴 세력에 의해 안으로부터 썩어들어갈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본다. 당의장 선거처럼 세력의 분포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아니면, 그러한 실상을 국민을 상대로 보일 방법은 없다. 구태의연한 권력투쟁으로 보이기 십상일터이므로, 물 속에서의 싸움처럼 힘겨울 것이다.

누가 어떻게 당을 거꾸로 돌리려고 하는지, 누가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거짓 제스츄어만 쓸 뿐, 실제로는 유린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전선 드러내기는 정치공학적으로는 서투른 판단이었을지 모르지만, 원칙적으로는 옳은 판단이었다고 본다. 결국 당내와 당외 모두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었다.

386들은 문희상 후보를 호위하면서 전격적으로 커밍아웃했다. 그 인터뷰가 있기 전부터 유시민을 물어뜯던 386들은 그 인터뷰가 나간 뒤, 건수를 잡았다는 듯이 공격을 개시했다. 점잖은 줄 알았던 임종석 의원까지 이빨을 드러냈다. 그가 유시민을 향해 “재야에 있는 게 좋겠다”라고 일갈하는 광경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온갖 과격한 방식으로 전두환 정권과 싸웠던 그가, 단지, 오로지 합리적이기만 할 뿐인 동료 정치인을 “급진주의자”로 몰아붙이며 마타를 내뱉어내는 광경이라니! 확보한 밥그릇을 움켜쥐고 으르렁대는 모양새가 참으로 가관이었다.

요컨대 임종석의 말은 이런 뜻이다. 기간당원-마당쇠들 끌어들이지 말아라, 정치는 우리 귀족들이 하는 것이다. 진짜 공화주의자인 너 때문에 가짜 공화주의자들인 우리가 피곤해 미치겠다, 너만 아니면 다음에는 우리가 안전하게 해먹을 차례인데 왜 기간당원-마당쇠들 끌어들여서 우리 나와바리를 위험하게 만드느냐, 정치라는 게 다 그렇고 그런 건데, 너 때문에 원칙을 고수해야 하게 생겼다, 그러니 마당쇠들에게로 꺼져라.

오, “X가지(죄송)”(오해 없으시기를. 나는 김영춘 의원의 말을 김영춘 의원에게 그대로 돌려드리는 것 뿐이다) 없는 386들이여, 구경 한 번 잘 했다. 그렇게 집단으로 달겨들어서 실컷 난도질해대고 나서 “술이나 한 잔 먹자”고? 정말 시쳇말로 “놀고 있다”.

이번 당의장 선거는 하나의 민주 정당의 당내 개혁이 명분을 표방한다고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확인시켜 주었다. 지나치게 절망할 것도, 또 자기 위안 삼아 지나친 낙관주의에 매몰될 이유도 없다.

사회의 합리화란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열린우리당의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를 원하는 지지자들 모두 당원이 되어 목소리를 내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 그것 외에는 종이당원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지금처럼 실제 지지자의 목소리를 대의원들이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된 정치적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 예외적인 몇 명의 정치인을 제외하면 어느 정치인도 진정으로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줄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다시 출발하면 된다.

우리는 아주 먼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 길은 성공적인 공화국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서구 사회가 걸어온 길에 비하면 그렇게 먼 길도 아니다. 서구가 수세기에 걸쳐 이루어왔던 민주화를 우리는 반세기 정도 되는 시기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가고 있다. 그 사이에 우리는 힘겹게 반동적인 흐름들을 차단해 왔다. 그만하면 대한민국은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최근에 보이고 있는 행태는 소위 개혁 세력 스스로 반동적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두렵게 느껴진다.

원칙을 버리고 쉬운 성공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이 그 동안 민주화 시대에 쌓아올린 경력을 기화로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된 정치 자영업자 조직에 편승하려는 반시대적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거기에 개인적인 상실감을 정치적으로 빨리 보상받고 싶어하는 듯한 국참연같은 순진한 조직이 힘을 거들 경우, 그 사이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힘겹게 밀어온 당내 개혁 세력의 노력은 무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노무현을 만들어낸 정신 자체가 완전히 실종되어 버리는 것이다.

삶을 구성하는 가치들은 그것이 극심한 투쟁을 거쳐 얻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안전한 맥락 위에 실려있지 않다. 그것은 시대의 특수성이라는 선을 따라 끊임없이 흔들린다.

상황의 의미를 통시적 관점에서 통찰하되, 그것을 공시적 관점으로 꾸준히 미세조정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 내의 특정 계파가 작금에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반동적 행태로 퇴행할 위험이 언제나 있다. 개미들이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눈 앞에 둔 자들은 갑자기 근시가 된다. 그들을 각성시키는 것은, 개미들의 부지런한 깨물기 뿐이다. 이번 열린 우리당 당의장 선거 결과에 경각심을 느낀 개미들은 당장 기간당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것이 반동적 흐름을 차단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비관주의에 매몰되지 말자. 그러나 낙관주의 또한 금물이다. 지진은 아주 작은 흔들림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1980년 광주의 비참을 지켜보며, 나는 그렇게 썼었다.

“그들이 우리의 낙관주의 쪽으로 먼저 문을 닫아 걸었다”

 

 

 

이제는 아프지 않은 나의 캡틴, 평안하소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75661

를 읽다가 예전 생각이 났어요. 저 시절! 지금도? 여전히?

     

덧글쓰기 | 전체글 0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38672 노무현 다시 읽기 2- <아! 노무현>   2 소금눈물 09-07-13 5 0 855
38671 노무현 다시 읽기 1- <여보 나좀 도와줘>   3 소금눈물 09-07-13 7 0 947
38670 기뻐하십시요. 드디어 LG가 지난 일요일 삼성을 눌럿습니다.   5 찬우물 09-07-13 7 0 1068
38669 스님 에쿠스 근사하네요   2 또한번 뭥미? 09-07-13 0 10 806
38668 성철스님에게 딸이?   8 푸헉!뭐임? 09-07-13 0 10 1169
38667 대통령노무현 추모강연회(7/21(화) 18:30분,안동시 청소년수..   4 중앙선 09-07-13 4 0 860
38666 삼성불매 1인시위 언소주와 평군의 즐거운 무한도전 해병대편..   33 찬우물 09-07-13 12 0 951
38665 사사세에 아들 사진이 다시 올라왔네요...다시,바람이 분다(..   25 서민 09-07-13 17 0 1394
38664 경제학 카페를 읽다 여름숲 09-07-13 4 0 768
38663 [참여광장개설신청] 낚시카페 <시민붕어>를 창립하고자 합니..   34 팔복이 09-07-13 14 0 7782
38662 천성관이라는 사람!!   6 세바 09-07-13 2 0 1097
38661 [집행부통신 20호] 49재, 추모제 및 봉하방문 조사   9 시민광장 09-07-13 2 0 4267
38660 노무현 분열정치가 정권상실 자진서거 불렀다.   6 이런 칼럼 09-07-13 0 10 993
38659 <시민광장 유리지갑> 2009년 6월 재정 및 CMS 정기회비현황..   26 시민광장 09-07-13 11 0 2654
38658 내게는 영원히 대통령일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사람... 그 사..   2 무극이아빠 09-07-13 5 0 1089
38657 예전에 노사모 회원이였던 미키루크라는분   8 김은상 09-07-13 6 0 1633
38656 <다시, 바람이 분다> 대전- 늦은 후기   7 소금눈물 09-07-13 10 0 764
38655 어느 노빠의 회한   11 무극이아빠 09-07-13 33 0 1485
38654 7월14일 서초광장 정모있습니다.   4 다정무심 09-07-13 5 0 692
38653 무덤 조차 그분을 닮아...   5 무극이아빠 09-07-13 10 0 1107
38652 미디어 법과 조중동, 한나라당의 음모? 킹사이다 09-07-13 5 0 839
38651 봉하 가던날   5 겨울바다에서 09-07-13 16 0 897
38650 이제는아프지 않는 나의 캡틴, 평안하소서   39 구축함 09-07-13 35 0 5203
38649 당신은 부활하고 있습니다 / <서울역 분향소에서>-'유시민' 경상도민 09-07-13 3 0 877
38648 [7월 18일] 세계 최초 정치인 팬클럽 야구대회 "U-리그"를 개..   148 山仁 09-07-13 63 1 8606
다시보는 유시민의 수난시대(2005년, 김정란 칼럼) njbora 09-07-13 5 0 1095
38646 故노무현 대통령님 49재 잘 못 다녀왔습니다.   14 찬우물 09-07-13 8 0 1393
38645 자발적 세금 내듯 재정적 후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1 삼척동자 09-07-13 4 0 565
38644 =========== 전체 화면으로 보시면 글자가 선명하.. 우리 함께.. 09-07-13 6 0 685
38643 ●● 만평 종합 2009. 07. 13 월요일...다시 바람이 분다!!!   1 순수 09-07-13 4 0 743
38642 수구꼴통보수들로부터 폭력을 당한 청주 진알시팀   3 대 한 민 국 09-07-13 6 0 755
38641 노무현 추모의 밤(토론토) 사진   1 kimchiman 09-07-13 12 0 1052
38640 이회창 지지자분들께   6 허벅지 09-07-13 2 6 907
38639 합리적인 토론을 위하여 '가면토론회' 를 제안합니다   7 前겸사복 09-07-13 4 4 714
38638 국민은 무언에 의해서 감시받고있다! 나는 살고싶다! 09-07-13 3 0 477
38637 김영삼은 PK 매향노(?)   1 jjj 09-07-13 0 0 671
38636 회원님들중에 크리스탈액자관련 종사자를 간절히 찾습니다... buang 09-07-13 2 0 735
38635 영남친노는 영남 친노신당 창당해야   5 jjj 09-07-13 0 2 708
38634 2012년 영호남 연합정권   4 jjj 09-07-13 1 2 756
38633 분위기 안맞지만] SBS스페셜 금융패권에 대해서 나왔네요.^^..   1 안사마 09-07-13 0 0 598
38632 용산참사 반년, 범국민 추모주간[7.11~7.20] 타잔 09-07-13 1 0 543
38631 [안내] 7.13~7.16 언론악법저지 촛불문화제   6 찬이 09-07-13 13 1 1088
38630 다시 바람이 분다!! 반드시   1 순수 09-07-13 3 0 610
38629 xxx들. 49재 다녀와서 맨정신에는 도저히 살수가 없어요..   3 buang 09-07-13 5 0 848
38628 이번 다짐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1 가슴에꿈 09-07-12 3 0 559
38627 성웅盧   2 이무현 09-07-12 4 0 746
38626 13일 제주 추모강연회 '노무현의 추억' 김성현 09-07-12 3 0 866
38625 [성남] 49재 및 추모 문화제   33 미사리 09-07-12 28 0 1271
38624 전국지역에 자원봉사 센터 연락처를 올립니다. 모닥불 09-07-12 0 0 1408
38623 작년 7월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의 서재를 찍은 사진입..   1 아름드리 09-07-12 6 0 1322
38622 펌)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비 반대궐기대회 ???   3 묵인된침묵 09-07-12 4 0 1152
38621 미국야후가 현정권 비판글삭제와 찬반수 조작한다 독립군 09-07-12 1 0 1321
38620 ================ 보십시요...... 우리 함께.. 09-07-12 2 0 826
38619 ★★★★ 일산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콘서트 - 생방송 ★★★.. 코드프리 09-07-12 2 0 17560
38618 바람에게 '그 길'을 묻기로 합니다   1 깜냥 09-07-12 2 0 848
38617 한국에서의 左翼(좌익)과 右翼(우익)   1 좌우익 09-07-12 0 0 704
621622623624625626627628629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