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포위 전략
흔히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대하여 <쌍팔년도 이야기>라고 치부한다. 1988년 시절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이른바 long long time ago)로 여기는 소치다. 그럼에도 지금 쌍팔년도 이야기들이 다시 리얼리티를 얻어가고 있으니 나름 흥미롭다.
그런데, 쌍팔년도 이야기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이승만 시절에 자유당 정권이 즐겨 쓰던 슬로건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슬로건이 그것이다.
사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단결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슬로건이다. 힘없는 약자, 소수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결외에는 답이 없다는 점에서 맞는 소리다. 마르크스도 힘없는 다수인 노동자계급의 무기는 단결 밖에 없다고 한 바 있다. 자연계에서도 약자인 초식동물들은 떼를 지어서 자기 집단을 보호한다. 뭉쳐서 움직이는 것은 분명 약자들의 생존 전략이다.
그런데, 소수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결이 매우 중요함을 인정하더라도, 구체적 전략까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로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페스트가 유행하던 중세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슬로건에 따라 교회에 떼를 지어 모인 사람들이 집단 폐사했다는 것은 훌륭한 반증이다. 페스트가 창궐하는 시기에는 각자 따로 가는 것이 모두 사는 방법이었다.
정작, 떼를 지어 뭉쳐다니는 것이 공격에도 유리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현대의 전쟁 전략을 돌아보면, <소수자의 기동전>이 먹히는 경향이 있다. 군사를 분산하여 양동작전을 폄으로서 소위 성동격서를 성공시키거나, 선택과 집중의 계에 따라 한곳만을 집중적으로 때림으로서 적의 전략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예도 많다.
한나라당에 대항한 민주개혁세력의 전략에도 역시 현대전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간 이들이 보여준 전략은 초식 동물의 <떼지어 몰려다는 전략>으로서, 방어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공격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다. 2007년 대선 즈음에 민주당은 사실상 여당이면서도 한나라당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에게 처참하게 패했다. 다만 그들은 2008년 4.9.총선에서 (대통령 선거 당선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들고 공격해들어오는) 여당 한나라당의 공격을 야당으로서 간신히 방어했을 뿐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인사들이 아직도 초식동물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여전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외친다. 그들은 <대통합>이라는 논리로 머리 수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다. 친노와 다시 합치면 지지도가 올라가고 경쟁력이 생긴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이 친노와 합친다고 하여 장기적으로 세력이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1+1=2가 될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이지만, 유감스럽게도 1+1=1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로 전락되듯이, 친노는 민주당에 다시 들어오는 즉시 그냥 민주당사람으로 전락될 것이기 때문이다.
친노는 민주당 외곽에 있을 때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지, 민주당에 다시 복당하여 제도화되어버리면 더이상 친노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친노의 가치를 살리면서도 모두가 이익을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각 주체들이 적당히 흩어져서 각각 진영을 구축하되 적당한 시점에 만나 공동전술을 펴는 것이 답이다. 각자가 가진 개성과 달란트를 최대한 활용하여 각각 자기의 포지션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선거등 결정적인 순간에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2009년 이 시점에서 친노의 사명은 각별하다. 친노는 전국 정당을 표방하되 PK를 주된 거점으로 삼는 친노 정당을 창당할 필요가 있다. 그 친노 정당의 사명은 당연히 영남을 PK와 TK로 나누는 것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전략은 <2012년 영호남 연합정권>이라는 말로 도식화될 수 있다. 호남과 PK가 연대하여 한나라당을 TK로 한정시키는, 이른바 [TK 포위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2012년 영호남 연합정권>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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