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야당 의원들이 정치적 항거의 표시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적은 몇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당 차원에서 의원직 사퇴가 거론되는 것은 워낙 오랜만의 일이기 때문에, 생소하게 들리기도 하고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만약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를 결의하고 행동에 옮기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따져보자.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사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국회법 제135조는 의원의 사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국회는 그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중에는 의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②의원이 사직하고자 할 때에는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③사직의 허가여부는 토론을 하지 아니하고 표결한다.
그러니까 의원이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도 의장이 허가하지 않거나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되면 사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게 참 이상하다. 본인이 국회의원을 그만 두겠다고 사퇴서를 제출했는데 다른 의원들이 표결해서 그 여부를 결정하다니.....
민주당 의원들이 사퇴서를 제출한다 해도 여기서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정국의 파국을 막기 위해 김형오 의장은 사직을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에서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끝까지 사퇴의사를 고수한다면 그 때는 의장이 도리없이 사퇴를 허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해당 선거구들에서는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문제는 아예 국회가 해산되어 총선거가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사퇴한 선거구에서만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는 것.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등에 업고 선거를 치른다해도 민주당은 의석 수로는 아무리 잘해도 지금 이상을 확보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러한 과정까지 가는 것의 정치적 파장과 의미는 의석 수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 정도 상황까지 간다면 이 나라의 정치는 이미 절단났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원직 사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정치쇼’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사퇴서를 내려면 정말 그만 두려는 마음을 먹고 던져야 하는, 진정성이 따라야 하는 행위이다.
민주당 의원들이라고 해서 어디 이를 모르고 의원직 사퇴를 거론하고 있을까. 그만큼 절박하고 비장하다는 징표일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총사퇴하는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 그것은 이미 우리 정치가 갈 곳까지 가버렸음을 말해주는 장면이 된다. 그 지경까지 가면 여당 의원들도 정국파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함께 사퇴하는 것이 옳다.
마음 같아서는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는 여당 의원들까지 사퇴시키고 국회의원 선거를 다시 치러 국민의 심판을 구했으면 좋겠다. 과거 시절에나 들었던 의원직 총사퇴 얘기를 다시 듣는 우리의 심정이 처연해진다.
http://blog.ohmynews.com/yuchangseon/289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