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이해찬 전 총리 초청강연회를 참석하기 위해 천도교 수운회관으로 갔습니다.
시민광장창립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광장 주최로 열렸지만 대장붱 카페분들을 포함해 수운회관 안에는 많은 분들이 좌석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특정 계층도, 성별도 구분이 어려웠습니다. 미취학 어린아이부터 칠순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까지 보였습니다.
총리님은 구글해찬이라는 별칭답게 천도교(天道敎)에 대해서도 한 말씀하셨습니다. 민족 종교인 동학(東學)이 반봉건적인 사상과 평등사상으로 일제에 반기를 들자 혁명을 일으킬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천도교를 핍박하고 제제함으로 지금은 교세가 기울어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참조-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전봉준이 이끈 동학농민운동의 이념임)
저는 2년 전 8월 18일에 총리님을 킨텍스에서 뵌 기억이 있습니다. 그 날은 첨맘님이 대선 후보 출정식을 하는 날이었지요. 하지만 그 날은 또한 열리우리당이 간판을 내리는 날이기도 했지요. 이 날 연설에서 총리님이 상기된 표정과 울먹거리는 음성으로 민주개혁세력의 역사적인 막중한 책임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한 기억이 납니다.
"저는 유시민 장관과 함께 온 몸을 던져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이 나라의 통일을 위해서, 한 번 뒷걸음치지 않고 앞으로만 앞으로만 매진해 왔습니다. 주어지는 역사의 당면과제에 대해서 우리는 한 번도 피해 본 적이 없습니다. 1980년 봄, 그 민주화 투쟁을 함께 했고, 6월 항쟁을 함께 했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함께 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을 함께해 왔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모든 책임을 져 왔습니다. 이제는 잃어버린 10년을 몸부림치는 저 수구보수 호전세력에 대해서 우리가 힘을 합쳐서 단칼에 승리를 움켜 쥐어야 할 때입니다."
그 후 2년이 지났습니다. 수운회관에서도 총리님께서는 유시민 장관은 학생때부터 시작해 저와 정치적 동지로 30년을 함께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시민장관이 젊었을 때 우리집에서 함께 지낸 적도 있다고 말씀하시며 첨맘님의 두 자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씀했지요.
그런데 첨맘님과의 절친 관계를 너무 자세히 묘사하다 보니 "유시민 장관집에 숫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까지 말씀하셨는데,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대장붱 회원 한 분이 "유시민 전 장관집에는 숫가락이 몇 개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는 바람에 매우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시며 답변하시는 총리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총리님은 이 날 강연회에서 최근 미디어법 통과와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정부 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 보다는 적절한 윗트로 강연에 참석한 분들을 한바탕 웃기게까지 하셨지요.
강연회와 질의응답시간이 모두 끝나고 사회자가 뒤풀이 장소인 '여자만' 장소를 소개할 때 "여자만에는 여자만 갈 수 있고 남자는 갈 수 없습니다."라는 농담까지 던져 참석자들의 폭소를 터뜨리게 했고요.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외모에 저마저 선입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대장붱 카페의 삼국녀들이 부르는 '섹시한 도시남자'에 '유머감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여야 할 것 같네요.^^
강연회중에는 지난 10년의 민주정부 동안 제대로된 언론과 제대로된 정당을 만들지 못한 점을 많이 아쉬워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기 위해 온 몸을 던져 노력하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열린우리당의 간판을 내릴 때 얼마나 비통해하고 슬퍼하셨는지는 우리가 직접 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제대로된 언론을 위해 노무현대통령님께서 기자실 개혁과 브리핑 제도 개선을 위해 날카로운 비수로 찔러대는 언론의 논조를 견뎌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언론과 제대로된 정당을 만들지 못한 것은 이제 더이상 총리님의 책임이 아닙니다. 제대로된 정당을 지키지 못하고 언론의 비수를 막아내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입니다. 이제 우리가 그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강연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유독 신당참여와 친노세력 결집에 관련된 질문이 많았습니다. 총리님께서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내가 강연회에 왔다고 말씀하시며 신당을 지지하거나 참여와 같은 즉답은 회피하셨습니다.
신당 관련해 친노라는 프레임으로 묶으려 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따끔한 어투로 반대하셨고, 그런 신당 보다는 우선하여 연대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서 말씀하셨고, 그런 의미에서 시민광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시청앞 서울광장 문을 여는 문제나 우리의 교육 문제도 우리가 연대하여 뽑은 후보가 당선만 된다면 해결될 문제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시민광장의 저력이 기대가 됩니다.
저는 강연 참석자들의 다양함에 놀라웠고요. 총리님에 대한 선입관이 깨져 기뻤고요. 절망 가운데서 희망을 발견한 매우 좋은 강연이었습니다. 이상으로 강연회 참석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