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의 트라우마
열린우리당이 해체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당시 네티즌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를 받던 여당의 한 의원은 "저는 정말 지역에서 그분들을 이해하고고 감싸 안으려고 노력했지만 잘안되더군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네티즌 + 각 계파 정당 연합으로 탄생했던 열린우리당은 그렇게 해체를 맞았다.
아마 그 의원은 위 글자 그대로 네티즌들을 당의 우군으로만 생각해 진정 당의 주인이길 원했던 그들의 열망에 대해서는 잘이해하지 못한듯 했다. 그러나 그 의원의 말에도 일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열린우리당 출범 이 후 이른바 개혁당 등으로 대표되는(사실 개혁당은 일부였을 뿐 보다 넓은 의미의 네티즌들이 참여했다) 새 당원들과 기존 당원들과의 갈등과 마찰로 상당한 지역의 당원협의회가 파국으로 치달은 양상이었다. 이를 중재하던 의원들에게 이러한 연합 형태는 무척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분명 네티즌 편이었던 내가 들여다봐도 낯뜨겁고 부끄러운 일들이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기존 민주당원들의 지진한 의식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는 비상식적이고 정치적으로 비도의적인 일들이 판을 쳤다.
물론 땀과 눈물로 진지하게 참여했던 보다 많은 당원들이 있었다. 그 동지들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당원 중심, 정책 중심 등의 구호에 매몰되어 우리 정치판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노회찬은 '삼겹살 불판 교체론'으로 정치혐오에 빠진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우리 정치판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은 없었다. 때문에 이제 그의 말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앞서 노무현 시대가 열림과 동시에 신당에 참여했던 네티즌 세력들의 주된 마인드도 정치 혐오였고 이를 이용한 선전으로 한때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냈지만 금새 기운이 다했다. 남은 것은 노무현! 노무현! 구호 밖에 없었다.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신당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런 거시적인 면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다.
신당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가진 트라우마, 어두운 기억은 이른바 진상(진짜 이상한 놈들)들이다. 개혁당이 등장하자 기존 정당 공천 탈락자(이쯤이면 양호한편), 묻지마 정치혐오증 환자, 나대기병 환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당원협의회와 당게시판을 중심으로 신당을 흔들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신당의 신경계를 장악해버렸다. 오죽하면 곳곳에서 우리 지역은 진상규명위원회 보다 진상(진짜 이상한 놈들)처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개혁당은 열린우리당과 통합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자멸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길을 다시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 망설여진다. 한숨이 나온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 상황은 그 때보다 더 안좋다. 인물없이 우리끼리 정책으로 가자는 주장을 보면 억!소리만 나온다. 그러나 우리에겐 선택할 길이 별로 없다. 개혁세력 전체가 짊어질 부담이 너무나 컸기에 개인적으로 유 장관의 민주당 탈당에 반대했지만 그는 선택했고 그의 탈당과 함께 신당은 우리에게 운명이 되었다.
팬클럽의 트라우마
정치인과 팬클럽의 가장 효율적인 관계는 이심전심 관계다. 정치인의 눈빛과 말투 하나하나에 지지자들이 척척 손발을 맞추면 제일 좋다. 적절한 예를 들면 초기 노사모를 꼽을 수 있다. 지지자들도 신나고 정치인도 신나고 서로 신명에 어우러져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두번째로는 일방적인 관계다. 정치인이 숙고 끝에 말하면 믿고 따라가는 관계, 현재 박사모를 꼽을 수 있다. 정치인이 자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나갈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은 서로 힘빠지는 소통? 관계다. 팬클럽이 개판 되면 이를 지켜보는 정치인도 힘빠지고, 정치인이 힘빠지니 팬클럽은 더 개판되고 서로 쳐다보고 있으면 괴롭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시민광장 중게가 아무리 이상해도 비상시국이 되면 뭉칠 것이고 유 장관이 뜨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소될거라고. 때문에 우리끼리 지역 활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시민광장의 자화상이자 다 꿈같은 소리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단언컨데, 노짱님도 2004년 이 후 노사모 게시판을 봤다면 대권도전을 포기했을 것이다. 돈도 없고 세력도 없고 오직 지지자들만 믿고 가는 정치인이 폭파직전에 팬클럽으로 어떻게 소신있게 정치를 하겠는가. 현재 노사모 게시판은 시민광장 게시판의 미래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미래다. 정작 진상처리위원회가 필요한 곳이 이곳이 아니던가. 개인적인 결론은 차라리 대표 선거를 없애고 사단 법인화를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심전심 마음을 모을 수 밖에.
이 팬클럽을 통해 가지게 된 트라우마는 신당 논의와 관련이 있다.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사안조차 소수의 이전투구에 밀려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시민광장을 보며 이제 본격화될 신당논의가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