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엇을 해야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침묵모드를 선언한 유시민..
참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시간이 갈 수록 더한다.
신당은 민주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당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한계란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호남지역주의에 기대고 있는 지역주의정당이란 점, 둘째 민주당은 공천권을 비롯한 당권이 당원이 아닌 국회의원에게 있는, 비민주적인 정당구조를 갖춘 정당이라는 점, 셋째 중도우파가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는 중도우파 정당이란 점 등이라 할 것이다. 신당론자들은 이런 민주당으로는 노무현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진단을 토대로, 어떠한 지역주의에도 기대지 않는 반지역주의 전국정당, 실질적으로 당원이 당권을 보유,행사하는 상향식 민주정당, 확고한 중도좌파의 정책노선을 지향하는 정당을 건설해보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유시민이 정치입문이래 줄기차게 추구해왔던 정당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유시민은 언제나 그랬듯이 뜨거운 감자다. 정치에 입문한 이래 유시민은 우리정치의 가장 민감한 안테나였고, 바로미터였다. 전선은 유시민을 중심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구태정치와의 어설픈 타협을 거부하고,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합리적 개혁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누구보다 일관되게 주장해온 유시민이었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노무현이 그랬듯이 말이다. 신당논의또한 마찬가지로 흘러가고 있다. 유시민이 민주당복당을 택할 것인가 신당행을 택할 것인가에 따라 우리정치지형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민주당사람들도 신당사람들도 그리고 지켜보는 언론과 대중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유시민의 침묵모드끝에 나온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유시민의 신당행을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다. 노무현의 적자중 적자이자, 야당정치인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유시민이 신당행을 선택할 경우 민주당 지지율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한편으론 몹시나 불편하고 껄끄러운 존재인 유시민에게 어쩔 수 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유시민을 신당대신 자기품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자기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신당과 유사한 정당환경을 조성하려는 내부개혁없이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 필요성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민주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제 발로 민주당을 걸어나온 유시민을 다시 끌어안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결국, 신당행과 민주당복당행이란 두개의 선택지를 사이에 둔 유시민의 침묵모드는 민주당에 대해선 자기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대표의 기득권포기론, 안희정 최고의원의 정당개혁선행론 등은 모두 유시민의 침묵모드가 내포한 무언의 압력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달콤한 말만으로는 우리대장 똘돌이 유시민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당개혁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핵심은 당원이 당권을 보유,행사하는 상향식 민주정당이다. 상향식 민주정당구조로 정당의 생산라인을 바꾸기만 하면, 그 생산품인 호남지역주의문제나 정책노선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시민의 침묵모드는 민주당의 내부개혁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다. 민주당의 내부개혁이 유시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정도로 실질적으로 진척된다면, 유시민은 민주당복당행을 선택할 것이고 이는 민주당과 유시민의 윈-윈이 될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이 대통합을 이루면서 동시에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치 못할 경우 유시민은 마땅히 신당을 선택할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쉽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분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