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교 1학년이던 1987년도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투표권도 없던 대학1학년생이었다.
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노태우의 6.29선언으로 대통령직선제가 이루어지고 미국에 망명가계셨던 김대중대통령님이 한국에 들어 왔을 때 그야말로 온통 이른바 '후보단일화'에 대한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해서 하루를 끝나던 그시절에 철모르고 6월항쟁의 언저리에 항상 주변인으로 참석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대통령선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당시 김대중과 김영삼이라는 민주개혁진영의 두명의 거목의 정치인이 있어서 그야말로 누구를 찍어야 할지가 막막하던 시절에 나는 우연찮게 87년 9월인가에 연세대노천광장에서 열린 김대중대통령의 연설을 듣게 되었다.
수십만의 인파가 모이고 '김대중'을 연호하면서 두루마기차림의 절룩거리는 정치인이 단상에 올라왔다. 나는 그때 김대중이란 정치인이 왜 다리를 절고 있는지는 전혀 모른채 '그래도 한나라의 대통령인데 이왕이면 건강한 사람인 김영삼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김대중씨의 연설이 시작되고 나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김대중에게 열광하는가?'라는 측면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우리나라에서 '백기완선생'이 가장 연설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서 별로 기대도 안했었다.
그러나 김대중씨의 연설을 듣는 순간 '아 이사람은 그냥 단순이 원고를 써서 외워서 하는 연설이 아니며, 그야말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연설을 듣는 사람이 수십, 수백만일지라도 그들의 마음 곳곳에 깊숙이 침투하여 헤집어 놓는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라도 한번 제대로 들으면 그사람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박학다식의 전문성으로 빈틈없는 논리는 기본이고 말의 억양과 그 특유의 칼날손짓을 보면서 그야말로 독재정권의 끝을 끊어버리고야 말겠다는 쾌도난마의 그 힘찬연설은 그 이후로도 나를 김대중후보가 개최하는 선거유세장이었던 보라매 100만군중, 여의도 100만군중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참가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대중대통령의 연설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의 톤과 단어 등을 흉내내기도 하면서 선배들앞에서 재롱을 떨면서 귀여움을 받기도 하고 더러눈 막걸리잔이나 얻어먹기도 했다.
물론, 김영삼씨의 유세장에도 안가본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김영삼씨의 연설을 논하기는 좀 그렇지만 김영삼씨의 연설은 그야말로 '원고를 약간의 톤을 달리하여 읽고 있다'는 느낌외에는 너무나 단조로와서 재미와 감동이 없어 더이상 따라다니지 아니하였다.
87년도에는 투표권이 없어서 투표를 못했지만 그 이후로 선거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관련된 사람 및 선거에 있어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지지를 해왔던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의 개막식때에 이른바 '홍삼트리오'의 비리문제로 힘이빠져 있으시던 김대중대통령의 사진과 그 우울한 표정을 어떤 네티즌이 동영상으로 음악을 넣고 만든 그 유명한 '우울한대통령'이란 동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노무현대통령을 떠나보내고 가슴이 무너져 내려서 희망을 잃고 그나마 김대중대통령으로 인해서 절망은 안하고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아...이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이 엄슴할 것 같아서 참으로 넋이 나가있는 요즘이다.
이제 일요일이면 장례식을 치르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수 밖에 없는 나나들이 다가오겠지만, 이 허무함을 어찌 헤치면서 살아갈 것인가?
오늘 입관하시기전의 마지막사진을 보면서 '김대중대통령님의 참 편안한 모습'을 보면서 그나마 '참 편안히 좋은곳으로 가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란 생각으로 나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 할 뿐이다.
김대중대통령님! 당신께서 생전에 말씀하셨던 "노무현대통령님과의 저승에서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자"라는 약속은 벌써 이루셨겠지요?
부디 이승의 희노애락은 가벼이 던지시고 이제 편견없는 세상에서 그야말로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생전에 김대중대통령님 당신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활짝 핀 코스모스를 보면 당신께서 저를 향해 활짝 웃으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김대중대통령님!
당신께서 젊은날 포효하셨던 그 명연설을 이제 더이상 들을 수는 없지만 당신께서 평생 한번도 변치 않으시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실천해오신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그 신념 절대로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못다 이루신 꿈, 당신께서 말씀하셨듯이 이제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부디 고이 영면하시기를 다시 한번 기원드립니다.
정말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