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편지를 쓴다는 흘러간 유행가의 노래말을 떠올리며 이 글을 씁니다.
친구를 기다리며 수서역 근처에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었습니다.
그러다 진보든 보수든 정치인이 되라는 유시민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새벽, 서울에 올라오기 전 대구에서 만났던 친구가 저에게 말한 '사람이 되라'는 충고도 떠올랐습니다.
사람...
사람 사는 세상...
저렇게 짧고 단순한 여섯 글자가 참으로 길고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라는 옛사람의 교훈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영전에서는 그저 산 자의 사치스러운 말장난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전에 고인의 삶이 또한 '사람 사는 세상'으로의 여정이었기에 남은 우리는 다시 한 번 사치를 부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인의 영정 앞에서 옛사람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다음과 같이 다짐해 봅니다.
'말' 하기 전에 사람이 되자, '글' 쓰기 전에 사람이 되자, '꿈' 꾸기 전에 사람이 되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이후 사람은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사람이기 위해 사람인 나를 가리는 옷을 입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옷을 입습니다.
입고 싶은 옷을 입기 위해 사람들은 참 바쁘게 살아갑니다. 좀 더 예쁘게 옷을 꾸미고 싶어하고, 더 좋은 옷을 찾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은 사람의 숙명이며, 더 좋은 옷을 입으려는 것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숙명을 따르고 본능에 충실하는 마음이 지나쳐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본질을 종종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입고 싶은 옷만 찾아서 그 옷만 입으면 세상을 잘 사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와 같은 옷에 대한 착각은 옷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옷에 대한 집착은 옷에 의한 사람을 만들어, 사람이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이 사람을 입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몸만 가리던 옷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습니다.
입을 가리는 옷은 아직 못 봤습니다. 전여오크가 그 증거입니다.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계신 회원님께서는 진정으로 유시민님과 '사람 사는 세상'을 원하신다면 빠른 시일내 입을 가리는 옷을 만들어 누구누구와 평생협찬을 맺어주시길 바랍니다. 그것만 하시면 저는 평생 님을 업고 다니겠다는 양해각서를 쓰겠습니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옷을 입어야 하고 또한 옷을 입기 위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사이즈와 형형색색의 옷은 옷일 뿐입니다. 옷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고 끊임없이 서로의 옷깃을 스쳐가며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주식회사 세상이 만들어 파는 다양한 옷의 가격표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오직 사람에게만 팝니다"
시민광장 회원 여러분...
우리 모두 사람이 됩시다.
눈팅족이든 논객이든, 껌정닉이든 분홍닉이든, 팬이든 지지자든, 신당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사람이 됩시다.
살아 숨쉬는 사람이 됩시다.
그리고 각자의 옷장 속에 유시민이란 같은 옷을 곱게 걸어놓은 우리는, 열심히 남의 옷장에 똑같은 옷을 넣어주는 이상한 도둑이 되고, 어느 날 그가 앞서서 나가면 살아 있는 산 자로서, 유시민이란 옷을 산 자로서, 열심히 그 뒤를 따릅시다.
12시도 안 되었는데 나가라고 빽빽거리는 여관 아줌마의 재촉으로 잠을 덜 자, 지하철에서 약 먹은 병아리 되었던 마나의 횡설수설이었습니다.
오늘도 가지 않으려는 여름의 투정이 참으로 심합니다.
시민광장 회원 여러분, 모두모두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