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마지막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현재 신당 추진파에 속해서 창당 준비에 열심인 천호선 전대변인이 일부 언론과 한 인터뷰가 '이상한' 파장을 낳는 것 같습니다.
핵심은 '지금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는 찌라시들의 제목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천대변인의 말을 잘 읽어 보면, 찌라시들이 제목놀이 하는 것과는 그 맥락이 상당히 다른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론'이 나온 것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신당에 반감을 가진 측이나, 신당을 애정어린 우려의 눈으로 보는 분들께는 이런 어법 자체가 '위험'하다거나, '반감'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겠지만, 제대로 다 읽어 본 분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말해도 무방한 게 사실입니다. 그 동안 민주당과 동일시되었던 DJ라는 큰 우산은 사라졌고, 국민경선으로 침몰하던 민주당에게 재집권이라는 신화를 안겨준 노대통령도 돌아가신 후에, 지금 민주당은 당 내부 어떤인물도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0%에도 못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당 지지율 자체가 이 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정당을 하던 동안, 혹은 열린우리당 시절 처럼 잠시 외연을 확장했던 시절이나 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시절을 통털어서, 당원들의 자부심이나 정체성은 가장 혼란스럽고, 내부 분열도 심하며, 외연 확장도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만큼 혼돈에 빠져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천대변인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인데, 이걸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정당'이라는 뉘앙스를 주도록 제목질을 하고, 거기 부화뇌동해서 민주당을 깎아내리는 언동으로 간주해서 반감을 증폭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려스러울 뿐입니다.
전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왜냐하면 저의 신당에 대한 기대치가 무지 낮기 때문이지요. 집권해야 성공이라든가, 제1당이 되어야 성공이라든가, 하다 못해 원내 교섭단체나 자치단체장을 배출해야 성공이라든가 하는 기준은 황당할 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지자제 선거에서 각급 의회에 비례대표를 배출하는 것이고,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해서 의미있는 의석을 얻는 것이며 - 단 한 석도 물론 의미 있습니다 -, 대선에서 노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못 다 이룬 과제들을 아젠다로 제기하고, 그걸 이슈로 만들어내며, 그걸 수용하는 후보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목표라면 신당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첨맘님이 참여정부가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최고의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참여정부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해 온 개혁을 완성하고, 쥐새끼가 망쳐놓은 대한민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며, 나아가 향후 100년 동안 번영할 대한민국호의 토대를 굳건한 반석 위에 세워 놓을 수 있는 자질과 능력, 그리고 자격을 갖춘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첨맘님 혼자서는 결코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첨맘님보다 더 많은 '득점'을 쌓아 놓고 있던 노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일을 첨맘님이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의 바지사장으로라도 일단 집권하고, 이후 당을 체질개선해서 국민형 정당으로 만들어 가면서 개혁해 보자는 일부의 논의들을 단호히 배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다시 첨맘님마저 노대통령처럼 잃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말이지요. 그 모델은 이미 수명을 다 했고, 비극적 결말로 종결됨을 두 눈으로 목도했기에, 결코 다시 그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다른 길을 가자는 것이지요.
그 다른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좋은 당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많은 성과에도 흡족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를 언론이라고 보는 저로서는, 그 언론의 패악질을 막아 주지 못하고 대통령 뒤로 숨어 버린 여당의 문제점 역시 그 못지 않게 무겁게 보고 있습니다. 담론의 장에서 언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언론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버린 허약하고, 명망가 중심의 구태 여당이 결국 참여정부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결국 이 비통한 참극을 맞이하게 한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첨맘님이 제가 기대하는 대로 성과를 거두는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면,
노대통령께서 끝까지 내려 놓지 않았던 필생의 과업인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그런 정치,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가 균형감있게 대국민 경쟁을 하는 그런 정치,
그 속에서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해 나가는 그런 정치를 앞장 서서 주도하고, 그런 가치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더 높이 놓을 수 있는 그런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에 분열되지 않는 정당,
공화국의 원리가 정당 운영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정당,
정치인들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과 시민들이 주인되는 그런 정당을 만들지 않고서는,
대통령을 동지가 아니라, 궁물의 원천이라 생각하는 이 저급한 풍토는 결코 개선될 수 없으며,
그런 풍토 속에서는 첨맘님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하더라도,
결코 참여정부의 비극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라도,
'결코 실패할 리 없는' 이 신당, 더 넓게 말하면 '좋은 정당 만들기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지요...
집권, 중요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당 없는 집권은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고도 학습하지 못하면서, 다시 '집권'만을 향해 달려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리고 '집권' 자체도 어려워지는 일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으리라 믿으니까요...
지지율 1%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원칙을 저버리지 않고 뚜벅뚜벅 걸었더니, 역대 최다득표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신당도 너무 크게 보지 맙시다.
작게 시작하고, 작은 성공을 감사하며, 더 큰 성공을 준비합시다.
너무 욕심 내지 맙시다.
노대통령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유연하게 연대하고, 대의와 대세가 같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고 너무 미워하지 맙시다.
이제 증오보다는, 미움보다는, 이해와 연대를 쌓아야 할 때입니다.
원수처럼 사는 가족보다는,
친구처럼 지내는 이웃이 더 나은 법입니다.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될 때,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못 다 이룬 꿈은 더 빨리 현실이 될 것입니다...
작은 걸음부터 시작합시다.
다시는 대통령도 여당의 소수파로 전락되는 이 비극을 만들지 맙시다.
우리도 이제 이런 주장을 펴는 대통령이, 그리고 그 대통령과 같은 꿈을 꾸는 당원이 다수파가 되는 그런 정당 하나 만들어 봅시다.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