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직히 민주 개혁진영 게시판들이 조금 힘들다.
여기엔 도무지 현실적 분석과 판단 그리고 냉철한 평가는 없고
온갖 장광설에, 우주론에, 도덕적 선언, 역사적 민족적 횡설수설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금 한국 정치 지형은 단순하다. MB 는 대통령이지만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박근혜 오세훈 정몽준 정동영 따위는 지금 MB 하고 대선 치러도 한방에 나가 떨어질
것이다. MB 는 수도권 신흥 부자들, 중상류층들을 대변한다. 조기유학에 대출아파트들,
명품족과 대기업 종사자들에게 매혹적인 정책들을 내놓는다.
박근혜 오세훈 정동영의 문제는 그들이 가진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추구하는 이상이 무엇인지, 누구를 대변하는지 누구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DJ 가 민주진영에서 괜히 장기 집권한게 아니다.
DJ 보다 나은 정치인이 없어서 였다.
MB를 잡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MB 의 대항마를 내 놓아서 MB 와 맞서게 하는 것이다.
박정희가 DJ 를 죽이려 한 이유가 무엇인가? 박정희의 권좌를 DJ 가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DJ 가 박정희에게 대항해서가 아니다. DJ가 박정희 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박정희가 가진 정치적 색깔을 잠식하지 못했다.
오직 DJ 의 스타성만이 박정희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민주주의는 일종의 초인정치로서, 완전무결한 개인을 이미 제도안에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인물됨, 스타성은 현대 민주국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뜻이 옳으면 무엇이든 함께해요" 가 아니란 말이다.
한나라당은 썩어빠진 쓰레기 집단이지만 선거에서는 프로다.
그들은 지지율과 스타성은 철저히 보호해 준다. 지지율이 높은 한,
한나라당에서는 그 어느누구도 무시하거나 비토하지 않는다.
민주개혁진영의 유일무이한 스타는 유시민이다.
그러나 민주개혁진영은 유시민을 죽이기 위해 모두가 일치 단결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친노 진영 마저도 유시민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흠집부터 낼까 고심하는 것 처럼 보인다.
"유시민만 옳다고 하지 말고 가치를 먼저보라"
이 무슨 쓰레기 같은 소리인가?
유시민 자체가 가치다. 유시민은 자신이 지향하는 정책과 그 실현 방법
구체적인 프로파겐다의 흐름까지 명확하게 표현 해놓은 정치인이다.
정책과 정치인과 그것을 실천하는 워크 플로우,
그보다 상위의 가치가 있단 말인가?????
정치는 정치일 뿐 종교가 아니다.
우주론과 장광설과 역사적 횡설수설을 얘기하면서
그깟 예산 따위 풋... 그깟 정책 따위...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치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곳이 아니다. 도덕과 윤리와
선악의 문제를 다루는 곳이 아니다. 어째서 필요이상의 가치판단이
이토록 횡행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박근혜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녀의 정치적 지향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동영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가 매우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누구보다 더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 의도에서는 선하다.
그러나 그들의 실천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사고방식은 너무나 자기중심적이다.
한마디로 수준이 떨어지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열심이고 매우매우 진지하며 진정성을 갖고 일한다.
그때문에 그 모든 바보짓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여전히 당당하며
우리가 자신들을 잘 모른다며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정치는 선악을 구분짓고 도덕적 판결을 하는 곳이 아니다.
누가 더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고 누가 더 세심한 정책과
효과적인 운영을 할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더 나은 인물을 가려내고 더 정확하고 더 빠르며 더 체계적인
정책과 시스템을 운용할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작업이다.
그러나 민주진영은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며 역사적 선의
편이라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내가 민주화 운동을 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어떤 것에 대해서도
함부로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장 서프에만 가도 운영진들의 유시민에 대한 교묘한 비토가 보인다.
친노진영 상층부의 상당수가 강운태 김두관 김혁규등의 보좌관이거나
주변인물들이다. 이들의 내적인 심리 상태가 서프나 노사모 게시판에서
심각할 정도로 내 비쳐진다.
어쩌면 장광설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 장광설과 우주론이
대부분 정치인들의 비루한 정치적 목표를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것이 문제인 것이다.
MB 는 경제를 살리자 라는 슬로건으로 대선에서 이겼다.
경제는 죽어있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컸던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 아젠다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그 아젠다가 성공적이었다기 보다는 다른 정치세력들이
아예 아젠다세팅을 하지 않았거나 너무 관념적인 이슈파이팅을
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정치 초짜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대선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아마츄어리즘은 민주개혁세력
전체에 걸쳐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정책따위가 중요하니? 역사의 정방향에 서야해"
"우리는 승리나 패배보다는 도덕적 우위에 서야해"
그러나 이 모든 우주론 장광설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다 무슨 소용인가?
가장 스타성 있고 티켓파워와 힘을 가진 유력후보를 비토하면서
무슨 역사와 우주론 타령인가?
민주개혁진영은 집권과 정책적 힘보다는 우물에서 골목대장하려는
토호들의 준동으로 사상 최고로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집단이 되어 가고 있다.
민주세력이 이토록 사회적 발언권이 미약했던 적은 해방이후 단 한차례도 없었다.
민주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될 수록 오가는 담론들의
스케일은 점점 커지고, 주장들의 비현실성 맹목성은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
이런 바보짓이 계속되는 한 민주진영의 미래는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