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글의 총론에 대해서는 크게 동감도, 그렇다고 크게 반감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칼 융님의 글 중 몇 부분에 대해서 제 생각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만 코멘트를 하고자 합니다.
제목에 칼 융님 닉네임을 거론한 것은 이 글이 칼 융님 글에 대한 반론임을 밝히기 위함이니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상대방의 글 중 일부분들을 발췌해서 반론하는 스타일의 글쓰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는 칼 융님 글의 길이가 좀 길기도 하고, 또 총론이 아니라 각론에 대한 반론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그런 글쓰기 방식을 사용하겠습니다.
색칠된 부분이 칼 융님의 글이고, 그 밑 부분이 제 글입니다.
1. 그래서 한줌도 안되는 뻔한 친노세력을 놓고 나눠먹기한다는 둥, 헤게모니 싸움을 한다는 둥, 비아냥이 나오는 거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국민 다수가 관심도 없고 오히려 분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거다. 이러니 "친노의 따로 똑같이"라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외쳐도 돌아오는 민심의 메아리는 분열이다.
저는 위와 같은 글을 쓰신게 어떠한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말씀하신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칼 융님의 자의적 판단에 가깝다고 보는데, 위와 같이 판단하고 계시는 근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에게 민심의 메아리가 다르게 들린다는 뜻이 아니라, 분열이라는 민심의 메아리가 제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말씀)
2.그리고 친노세력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는 통합과 연대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시민주권운동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친노세력을 모두 아우루는 시민주권모임을 선언하고 발기인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보다는 깨어있는 시민을 만들어내는 것에 방점을 찍고 그것을 위해서 다양한 시민주권운동을 전개할 모양이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하는 거다.
제가 알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라는 것입니다. 또한, 시민주권모임에 관심이 많고 참여의지가 높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이해찬 전 총리의 의중이 "조직된 힘"보다 "깨어있는 시민을 만들어내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그리고 그것이 노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칼 융님의 지적에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물론 선후관계가 있긴 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 후에 조직되어야 하고 그 후에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시민주권모임이나 이해찬 총리의 취지가 깨어있는 시민들을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려 한다는 님의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이해찬 총리가 천명한 시민주권모임의 첫번째 사업이 "양산 재선거 지원" 아닙니까? 이 부분은 "깨어있는 시민"에 가까울까요? "조직된 힘"에 가까울까요? 전 후자 쪽이라고 봅니다.
3. 다만 앞서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 두 친노세력이 따로 똑같이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신당 주력도 시민주권모임에 발기인으로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분열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여하튼 시민주권모임은 정당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치세력의 통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정당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부분은 제가 별도의 글로 풀어 볼 예정인데, 제가 보기에는 시민주권모임도 궁극적으로는 정당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그것은 시민주권모임의 조직체계와 참여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단기간 내에 추진하려는 의지가 없을 뿐입니다. (이 부분만으로도 따로 긴 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 정도 예고편만 내놓습니다)
4. 다시 신당으로 돌아가서 신당창당 제안문을 발표한 그 다음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서거를 하셨다. 정치는 타이밍과 명분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런데 명분은 관두고라도 타이밍이 이렇다면 참 난감하다. 이것만 봐도 신당 측에서 너무 조급하게 서두른다는 항간의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이 부분은 좀 과도한 해석이 아니실까 합니다. 사실 저 자신도 서울시민광장 청년동호회 창립날짜를 8월 19일로 잡고 일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바로 전날에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서거하셔서 결국 창립을 뒤로 미룬 일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추진한 시민광장 안의 일개 동호회와 새로운 정당의 창당제안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위상이나 무게감이 다르긴 합니다만,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볼 때,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 시점까지 예측하며 일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많은 여권인사들의 조문이 있고 나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병세가 완화되었다는 여러 보도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신당 측이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언제 있을지 모르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만 기다리며 창당제안날짜를 잡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또한 도리에도 맞지 않는 처사가 아니겠습니까?
5. 그리고 두번째 명분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져있는 지금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는 거다. 지금의 제도권 정당 중에 민의를 대변할 당이 없기에 신당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과 의원 서너명 있는 민노당, 진보신당은 민의를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건데, 그럼 신당은 무엇으로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걸까? 금뺏지 하나 없는 신당인데 말이다.
예전 개혁당도 처음에는 금뺏지 하나 없는 당으로 출발했었습니다. 하지만 개혁당은 수많은 이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당이었습니다. 금뺏지 많은 당들도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금뺏지 하나조차 없는 당이 민의를 대변할 수 없다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신당이 민의를 대변하느냐 마느냐는 금뺏지의 유무가 아니라 신당의 향후 행보가 결정할 것입니다.
6. 그런데 거기에다가 민주당의 모습은 악어의 눈물이고 지역당이라서 믿을 수 없다며 우리가 진짜 민주개혁세력의 중심이라며 지지해달라고 한다면 다수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 "그럼 니들 신당은 왜 믿어야 되는데"라고 묻지 않겠는가? 결국 민주당이나 신당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오십보 백보라는 거다.
제가 여태까지 봐온 신당 측의 레토릭들을 보면 "우리가 진짜 민주개혁세력의 중심"이라며 지지해달라는 논리나 움직임같은 것은 거의 없는 걸로 아는데 이 부분은 칼 융님이 과도하게 자의적으로 신당의 홍보전략이나 창당제안을 해석하신 게 아닌가 합니다.
7. 왜냐하면 선거연대에 있어 유리한 쪽은 기존 정당이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당근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당은 창당제안을 하면서 이미 백기투항을 해버린다. 이러니 기존 정당에서 위기의식을 못느끼는 거다.
민주당과 선거연대 할 수 있다라는 신당 측의 언술을 두고 "백기투항"이라고 정의내리시는 것은 과도한 처사인 것 같습니다. 현 시국에서 "선거연대"는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를 제외한 범야권의 의무이자 선거승리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심지어 자유선진당과도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부분적 선거공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분열"의 레토릭으로 신당을 공격하는 민주당 측의 행동에 대해서 신당 측이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러면 신당창당하면서 "우리는 민주당과의 어떠한 형태의 선거연대도 거부한다. 필요하다면 수도권에서 공멸하는 것도 고려해보겠다"라고 쎄게 나가야 민주당에 백기투항을 하지 않는 것일까요?
8. 그래서 하는 말이다. 신당의 목적, 지향하는 바가 정확하게 무엇인가? 이게 모호하기 때문에 연대니 통합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거다. 이게 명확해야 나중에 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그때 당원들이 충격을 덜 받을 것 아니겠는가. 지금 당원들의 다수는 멀리 보고 100년가는 정당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아는 것도 그렇고, 밖에서 비쳐지는 것도 그렇고, 신당의 목적, 지향하는 바는 "국민참여정당"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리고 국민들이 보기에도 비교적 명확하게 보이는 부분이 칼 융님에게는 왜 모호하게 보이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도, 신당의 선명성이 이 부분에서밖에 보이지 않기에, 지금 신당의 초기 추진동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어찌됐든 신당은 정책적 차별성도, 또는 범노무현세력의 대표성도 현재로선 띄고 있지 못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