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몽준'이라는 정치인을 보면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양김의 분열로 노태우에게 정권을 넘겨준 87년 선거당시 난 김영삼 후보의 이름을 목이터져라 불러대며 춘천 공설 운동장을 뛰어다녔었다. 당시 난 단 한 번도 그의 민주화 투쟁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곤 패배...안타까움과 분노를 삯였다.
정치에 뜻을 둔 것도 아니었으면서 왜 그렇게 감정을 쏟아넣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단 한번도 그의 국민에 대한 헌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 편이 옳고 양김 분열은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령병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3당 합당....
너무도 황당하여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조차 모를 정도로 판단이 서지 않았고, 한참을 지난 후에야 그것은 민주화로 포장된 '권력욕'으로 가득찬 가엾은 영혼의 초라하고 비겁한 선택이었었구나 하는 생각에 뒤늦은 절망과 허탈감이 밀려왔고, 그의 순수성을 단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던 내 자신의 미련함에 자괴감이 또 밀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네 탓이오하며 분노했던 상대가 참다운 순수함과 고결한 영혼을 소유한 위대한 지도자였구나하는 경외감이 내 온 몸을 감싸며 엄습해왔을때 한없는 부끄러움에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조차 없었다.
요즈음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보며 그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단지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이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 할때도 결코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결단에 칭송하지 않았고, 그의 지지자들에게 조금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조금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 정치인으로 한때 개혁세력을 통합하여 그를 받침대로하여 대권을 쥐고자 했던 그가, 이제 보수의 한 복판에서 개혁이라는 깃발을 내세우고, 또 외치고 있는 모습이, 김영삼의 소인배 권력욕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하는 씁쓸함이 일고 있다.
정몽준...그에게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치적 철학도 없이 자신의 권력욕만을 불태우고 있는 정치인이 권력을 잡았을때 그 폐단이 어떠한가를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데...
이제 그런 '부재'의 정치인이 잠시 양의 탈을 쓴 행보를 보인다고 하여 또 후덥한 인정과 아량을 베풀어 용서하고 믿는다면, 우리는 또 한번 그들의 볼모가 되어버리는 것은 자명할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예전에 김영삼을 오판한 '나'...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염려가 없어 다행으로 여기며 쓴웃음을 짓는다.
단심있는 정치인....
진정으로 국민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런사람을 골라낼 수 있는 혜안이 생겨 참으로 다행이고, 또 자식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이제라도 바른 길을 알려주는 아빠가 되어야 함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