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감 까묵다가 갑자기 하게된 잡생각입니다. 토론꺼리도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십시요. 그리고 잡생각이라 독백식으로 적다보니 경어체가 아닌 점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언제부터인가 시민이란 단어가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오래전(?) 중학교 교실에서 그 단어와 처음 만났던 까까머리 촌놈에게 그 단어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시 한 번 촌놈임을 자각하는 불쾌함만 주는 참 기분나쁜 단어일 뿐이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불쾌함조차 유통기한이 채 하루가 되지 않았다. 촌놈의 눈을 스쳐간, 지금은 기억도 나지않는 교과서 속 수많은 단어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까까머리 촌놈이 조금 큰 동네로 유학을 가서, 머리도 조금은 길게 기를 수 있었던 시절 시민이란 단어는 조금 다른 형태로 다시 찾아왔다.
어떤 존경받는 어른이 어릴적 책 살 돈이 없어 서점에서 매일 조금씩 읽는 식으로 책을 읽었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어린 마음에 그 어른 흉내를 쫌 내고 다녔는데(물론 단순히 흉내만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야~ 이 책은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용돈 모아서(= 담배 쫌 줄였다는 말 ㅎㅎ) 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산 최초의 책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향수병에 시름하고, 텃세에 전전긍긍하며, 실연에 아파하던 외로운 유학생에게 그 책의 내용은 잠시나마 당면과제를 잊게 해주는 일종의 재미있는 '야사'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책을 볼 때 저자와 머릿말을 먼저 보는 습관이 생기기 전이라 그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나름 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날, 100분 토론을 진행하는 말라깽이 똑똑이 아저씨를 만났을 때도 몰랐다.
그러나 '가가 가다!(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의 경상도식 낮춤말, 모든 아저씨들은 내 속에서는 나와 평등하다 ㅎㅎ)라는 말을 어쩌다 줏어 듣고 비로소 그의 정체(?)를 알게된 날에도 책장을 뒤져 오래전 그 책을 찾아 '맞네!'라고 확인하는 일 외에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음... 시작부터 지대로 옆길로 빠졌네
다시 시작...
아마도 시민이란 말과의 접촉빈도가 늘기 시작한 것은 시민단체라는 말이 뉴스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후인 것 같다. 최소한 주민등록법상 시민이었던 적이 없었던 나에게는 그랬다. 그렇게 시작해서 몇 년동안을 의미없이 귓가를 스쳐지나가던 그 말이 지금은 온통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고, 급기야 시민이란 두 글자에 대해 뜬금없이 사색아닌 사색까지 하게 되었다.
왜 시민일까? 왜 시민단체일까? 왜 시민주권일까?...
위와 같은 질문 속에는 '왜 국민이라고 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포함되어 있기에, 그 대답은 국민과 시민이란 두 단어의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국가가 먼저냐 국민이 먼저냐는 애국심 논쟁도 해야 되고, 도시국가 이야기도 나오고, 프랑스 혁명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고도 혹 여력이 있으면 백성도 꺼집어내서 야는 또 뭐꼬?도 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머리에 쥐나고 손가락이 오그라든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그럴 깜냥도 없고 애시당초 그런 의도의 잡생각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밀감 껍질 까면서 시작했고, 조금전 끝난 챔피언스리그 32강, 박지성의 맨유가 터키원정으로 치룬 첫경기를 보면서도 틈틈히 했던 잡생각은 이렇다.
국민은 왠지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반대로 시민은 적극적인 느낌이다.
국민은 주인자리마저도 남한테서 받은 것 같고, 시민은 스스로 주인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국민은 징발되고 동원되고 끌려가는 것 같은데, 시민은 자발적으로 앞장서는 것 같다.
그리고 소리내어 읽어보면 국민은 무겁고 우울하지만(후후처럼), 그러나 시민은 밝고 가볍다(히히처럼, '경박하잖아'라고 하는 아저씨와 누나들께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 '쫌~'. 무슨 뜻인지 모르시는 분은 가까운 경상도분께 문의하세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장난 한 번 더 하자면...
내가 알기로 이 곳 시민광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군민도 있고 읍민도 있다. 따라서 시민광장의 시민은 市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광장의 시민은 是民이 맞을 것 같다. 이러면 또 왠 껌정닉들이 그럼 시민광장 회원 아니면 틀린거냐?라며 생지랄할지 모르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하고싶은 말 하련다. 시민광장은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른 생활을 하고 바른 세상을 꿈꾸는 바른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어울리고 맘껏 뛰어노는 광장이라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쓰잘데기 없는 잡글을 끝까지 정독하신 님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是民이십니다. 히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