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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호우잉 - '사람아 아, 사람아!'
깜냥 | 2009-10-01 17:45:33 | 조회 1700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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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호 젠후  / 손 유에, 이루어 내려면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돼.

 

   ...

   나는 동료 환자들에게 대답하고 병실로 돌아갔다. 만일 과거의 손 유에의 정열과 자연스러운 태도가 지금의 손 유에의 침착함과 서로 결합된다면... 그런 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원래 모두 자연의 아들인 것이다. 사회 생활이, 우리들이 지니고 태어난 천성에 끊임없이 제약과 개조를 가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이고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제약과 개조는 합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의 자각적 요구와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강제는 사람에게 억압을 느끼게 할 뿐이고 자기의 진심을 감추게 함으로써 드디어는 허위로 떨어지게 만든다. 사회가 허위에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고 순진한 것을 사악하고 기괴한 것으로 간주하게 되어 버린다면 소리없는 비극을 무수히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고 순진한 것을 좋아한다. 손 유에는 분명히 그녀의 자연과 순진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녀는 이미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고 있다. 단지 그런 자기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고 자신이 없을 뿐이다. 괜찮아, 손 유에. 괜찮다니까.

   너는 원래 피가 통하는 인간이다. 뛰는 심장을 갖고 있는 거야. 네 머리에는 뇌수가 가득 차 있어, 그러니까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네 자신의 감각이 갖다 주는 재료를 기초로 네 사상을 형성하고 네 판단을 내릴 수가 있는 거야. 네게는 입이 있어, 그러니까 자기의 마음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앵무새처럼 남의 흉내를 내지 않아도 좋은 거야. 과거에 너는 그것을 잊고 있었어. 그러나 지금은 너는 기억해 낸 거야. 아니, 발견한 거지. 너는 원래 그러한 본능을 지니고 그러한 요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

 

 

 

 

 

14. 손 유에   / 한한, 엄마는 신기한 꿈을 꾸었단다.

 

    ...

   그 이후 나는 절을 하는 것이 무서웠다. 다행히도 그 후 해방을 맞아 절하는 의식은 없어졌다. 그러나 꿈속의 그는 반드시 내가 무릎꿇고 기도하게 한다. 나는 그를 따르는 수밖에 없다.

   나는 너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몇 번이나 창문을 열어서 바람이 들어오게 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그에게 제지당했다.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차가운 유리에 얼굴을 대고 거리를 내다보았다.

   "거리에는 저렇게 많은 물건을 버렸어요. 저 사람들, 도대체 무엇을 버렸을까. 여보, 보러 가요!" 나는 계속 그를 "여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안 돼!" 그는 딱잘라 말했다.

   나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그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저길 봐요. 반짝반짝하는 게 비워(모피 안감이 달린 중국옷-역주) 같애. 지난 번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는데. 여보, 물건은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었죠. 내가 가서 주워 올께요."

   "그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창가로 와서 내다봤다.

   "분명히 비워군. 앞으로 다시 추워진다는데, 미치광이들! 좋아, 주워 와. 간 김에 다른 것들도 주워 와. 둘이서 잘 연구해 보기로 하지. 빨리 돌아와야 해. 어느 누구하고도 접촉해서는 안 돼."

   "알았어요!" 나는 신나게 대답하고는 그가 준 특대 여행용 가방을 양손으로 들고 뛰어나갔다.

   밖은 밝고 따뜻했다. 나는 옷을 벗고 마음껏 놀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얼굴을 유리창에 대고 이쪽을 보고 있다. 할 수 없이 손에 닿는 대로 주위의 물건들을 주워담았다. 그리고 곧 두 개의 가방을 가득 채워서 들고 돌아왔다. 문은 다시 꼭 잠겨졌다.

   나와 그는 주워 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조사해 나갔다. 각종 규격의 모자는 내가 써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 쓰게 해도 좋다. 갖가지 재료로 만든 지팡이는 등산 갈 때도 쓸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때릴 때도 쓸 수 있다. 비워, 다고아(무릎 아래까지 오는 원피스-역주), 코트, 침낭, 망토, 추운 지방이니까 이런 의류가 제일 많다. 게다가 목어(木魚), 책, 워토(옥수수 가루로 만든 일종의 빵-역주), 맥아유, 가죽신발, 색안경...

   나는 코트 주머니를 뒤지다가 호두처럼 딱딱한 것을 만지게 되었다. 꺼내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의 심장이 아닌가! 나는 비명을 질렀다. "심장이야, 여보. 심장이야!"

   그도 깜짝 놀라 당황해하며 내 손에서 나꿔챘다. 그는 자세히 관찰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겁쟁이로군, 죽은 심장이잖아. 벌써 말라서 변색되었어."

   심장이 죽은 것이라고 해서 나의 공포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것이 누구의 심장이며 그것을 내가 손에 넣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코트를 뒤입어가며 조사했다. 갑자기 감전된 것처럼 손이 오그라들면서 코트를 떨어뜨렸다. 왜냐하면 그것이 호 젠후의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해에 그가 나를 만나러 집에까지 왔을 때 입고 있었던 것이 이 코트였다.

   "이건 호 젠후의 코트야. 호 젠후의 심장이야." 나는 그에게 말하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

   "여보, 그때 호 젠후가 주겠다던 선물이 무엇이었어요?"

   그는 일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이 심장이야. 그때는 살아 있었는데. 문밖에서 녀석이 이것을 내 손에 쥐어 주었지만 나는 곧 그의 코트 속에 도로 집어넣었지. 그런데 지금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이런 곳에 코트가?"

   ...

   내 눈물이 심장 위에 떨어졌다. 그러자 심장이 손 위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마음도 전기에 닿은 것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물끄러미 심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검게 말라 있던 것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의 심장도 격하게 고동을 쳤다. 당장이라도 목으로 뛰어나와서 손에 들고 있는 심장과 하나로 용해되려는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서 "앗!"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는 내 비명을 듣고 이쪽을 보았다. 나는 그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면서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외쳤다.

   "손 유에, 빨리! 그것을 밖으로 던져! 그 심장이 전염병을 갖고 왔을지도 몰라. 이번에는 우리들을 노리고 있어. 그것은 우리들을 원망하고 있어!"

   나는 그의 말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심장을 받쳐 든 채로 거기에 그냥 서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심장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발신기처럼 신호를 내기 시작했다. 나밖에 알지 못하는 신호이다.

   "아니야, 나는 너희들을 원망하지 않아. 나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 손 유에, 나를 먹어 버려. 나는 원래 네 거야!"

   나는 심장을 입으로 가져 갔다. 그는 미친 듯이 달려와서 그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심장은 입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것을 삼켜 버렸다.

   "손 유에가 전염병에 걸렸다!" 그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손을 뻗어서 나를 잡았다.

   나는 갑자기 힘이 용솟음쳐서 손을 한 번 내저어 그를 뿌리쳤다. 그리고 방으로 가서 과도를 집어들었다. 스테인레스 제품이다. 나는 그것으로 내 가슴을 절개했다...

   "손 유에가 전염병에 걸렸다!" 그의 외침이 한층 더 커졌다. 나는 그 사람이야말로 병자이며 정신착란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심장을 검사하고 있는데 왜 소란을 피운단 말인가.

   나는 내 심장을 꺼내서 구석구석까지 조사해 보았다. 돌기된 부분에 한 군데 상처가 나서 심하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곳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수도꼭지로 갖고 가서 깨끗이 씻었다.

   "상처를 어떻게 하면 좋아?" 나는 물었다.

   "원래 있던 곳에 그대로 놔 두면 자연히 낫게 돼." 호 젠후의 심장이 대답했다.

   나는 심장을 가슴 속에 다시 집어 넣었다.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았다. 나는 싱글벙글하면서 그에게 말했다. "어때요? 나, 멋지죠. 자, 당신 심장도 씻어 줄께요." 나는 과도를 그에게 갖다 댔다.

   그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뭐라구? 내게 심장이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거야? 당신을 인정도 없나?"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럼 당신의 심장은?..."

   "그 날, 호 젠후의 심장은 피가 떨어지고 있었지. 나는 기분이 나빠서 그 날 밤 토해 버렸는데 그때 심장의 절반을 토해 버리고 말았어."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럼, 나머지 절반은?" 나는 그가 가엾어졌다.

   "나머지 절반은 설사 때문에 없어져 버렸지." 그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도대체 어쩌다가?" 

   "너무 많이 먹었거든." 그의 얼굴에 불안한 빛이 나타났다. 오래 동안 같이 있으면서도 그의 이런 표정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점점 더 가엾어졌다.

   "거기가 텅빈 것 같지 않아?"

   "아니. 조금도 비지 않았어. 다른 것을 채워두었지. 자, 만져 봐. 다 채워져 있잖아."

   나는 만져 보았다. 확실히 빵빵하게 차 있다. 아아. 이렇게도 오래 동안 심장이 없는 사람을 따르고 있었다니. 어째서 이런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단 말인가.

   "알았어. 우리 헤어져요. 난 심장이 없는 사람과는 살 수 없어요. 아니면 호 젠후의 심장을 토해 내서 당신에게 줄까."

   "싫어! 그 자식 심장 같은 건!"

   그러나 그렇게 외치자마자 그는 마법에 걸린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윗입술이 코에 닿을 정도로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내 몸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보았다. 앗, 얼굴이 달라져 있다. 흰 머리가 없어지고 눈언저리의 주름살도 사라졌다. 다시 한번 청춘이 되돌아온 것이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내 가슴이 마치 반짝거리는 휘장을 단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심장을 삼켰기 때문일까.

   놀란 나머지 망연히 서 있었다.

   "손 유에가 전염병에 걸렸다!" 그가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나는 당황해서 내 머리를 두손으로 감쌌다. 사람들이 본다면 물들였다고 할 테니까.

   "손 유에가 전염병에 걸렸다!"

   이것은 누구의 목소리인가. 여자 목소리 같다. 나는 당황해서 베일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사람들이 본다면 분을 발랐다고 할 테니까.

   "손 유에가 전염병에 걸렸다!"

   "손 유에가 전염병에 걸렸다!"

   온갖 비명이 일제히 일어났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두려워서 가슴의 빛을 손으로 감추었다.

   사람들이 창문을 둘러쌌다. 어릴 때 우리가 미친 사람을 보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소와 연민, 공포와 경계심이 뒤섞인 눈길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발병 경위를 어떻게 한 마디로 말하는 모양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화의 근원은 삼켜 버린 심장이다. 심장을 끄집어내라!" 그가 나를 손가락질하며 징그럽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들이 창문으로, 문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외쳤다. "끄집어내라! 심장을 끄집어내라!" "휘장을 만들 수 있어!" "내가 가질 거야!" "아니야, 내가 필요해!"

   스테인레스 과도가 내 가슴을 향해서 들어왔다. 아까의 그 칼인가. 나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위를 향해서 뛰어오르자 천정을 부수고 튀어나가 지붕 위에 섰다. 나를 쫓아 오는 사람도 있고 지붕을 부수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명령했다.

   "날아라!"

   동시에 양 다리로 지붕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나는 날 수 있는 것이다. 무협 소설에서 배운 비행술이다. 그러나 오늘의 비행은 여러 가지 건축물들이 발에 닿을 정도로 너무 낮다. 그리고 같은 곳을 빙빙 돌 뿐 속도도 너무 느리다.

   피곤하다. 너무나 피곤하다. 점점 아래로 떨어져 이젠 발바닥이 땅에 닿을 정도다. 나는 체념했다. "이젠 끝났다. 저 사람들에게 심장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그때 깨달았다.

   "이것은 꿈이다. 꿈 속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잖아!" 나는 나 자신에게 명령했다.

   "높이 날아라! 모든 장애를 뛰어넘어서 구천 하늘로 날아 올라라!" 그러나 안 된다. 아무리 땅을 차도 날아 오르지 못한다.

   나는 얌전히 잡힐 각오를 했다. 그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 손 유에가 왔다!"

   순간, 상쾌한 기분이 들면서 하늘 높이 가볍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의 빛이 더욱 찬란한 광휘를 발하고 있다. 나는 작은 위성이 되어 드넓은 우주를 날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호 젠후가 장성에서 보았던 유성처럼 어딘가에 떨어질 것이다. 우주는 한없이 넓고 대지는 그지없이 조용하다...   

   ...

 

 

 

 

 

* 다이 호우잉 - <사람아 아, 사람아!> 중에서

 

 

 

**

 

"... 그 이후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을 분석하고 인간을 표현하는 것이 나의 창작에 있어서의 자각적 추구로 되었던 것이다... 나는 여기서 나의 비판자들에 대하여 '먼저 자기자신을 정시하기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인간에 대해...

인간다움에 대해...

인간의 심장 간직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그리고

소중하게 지켜온 어제의 바탕 위에서 일궈온

오늘의 꿈들 함께 내일로 건네고 있는 

사람들 

뛰는 가슴

따스한 손에 대해...

 

 

 

 

 

 

 

     

다이 호우잉, 사람아 아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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