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읽어보진 않았다.
따라서 책 내용이 허접하다거나 뭐 그런 의미는 아니다.
선별한 책들이 곤경에 처한 지금의 유시민의 심중을 그대로 담고 있는듯하여,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노선적 전환을 모색하고자 하는듯하여 웃음이 나올뿐이다.
그가 추천한 열 권 남짓한 책들 가운데 좌우 및 보수진보의 색채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경제/경제사상 관련 서적은 모두 네 권이다. 언급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막쌩겔스의 <공산당 선언>
2. 멜서스의 <인구론>
3.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4.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굳이 이 책, 즉 유시민의 명저(?) '청춘의 독서'를 읽어보지 않아도 그가 저 책들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눈에 선하다. 내게 흥미롭게 보이는 부분은 저 책들을 읽은 유시민의 감상이 아니라, 저 책들의 성격과 언급된 순서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현실정치공학적 함의이다.
<공산당 선언>이야 워낙 유명한 책이니 뭐 딱히 할 말이 없다. 요즘 세상에 저 책을 추천한다고 빨갱이로 몰 또라이도 흔치 않을뿐더러 역으로 골수 좌파가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멜서스의 <인구론>도 마찬가지. 경제학설사적으로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지만 당시로서는 진화론과 같이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고전임에 틀림없다.
이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산당 선언>과 <인구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아마 유시민이 저 두 책을 앞에 세운 이유도 현재의 안락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하는 우파편향적 젊은이들에게 경고를 던지기 위함이리라. 그 다음은? 해결책의 제시가 따라야 한다. 과연 유시민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을까?
우습게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네오막시즘도 아니고 케인지언 방식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제3의 길도 아닌 과거로의 회귀이다. 빈곤이라는 눈앞의 처참한 현실에 분개하여 과학적 접근이라는 기본을 망각해버린 베블린의 <유한계급론>과 토지희년제라는 개독스러운 (여기 유빠분들이 혐오해마지않는 '개독'사상이다) 방안을 제시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유시민이 제시한 해결책이다.
나는 한편으로 우습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의아스럽다. 과연 유시민이, 현대의 좌파조차 조잡스럽다고 무시하고 있는 베블린과 조지의 생각을 대안사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즉 정말 본인이 책의 내용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라 정치적 메세지로서의 추천을 행하고 있다면, 과연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정치공학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잡은걸까?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마.
(피에스) 진짜 우끼는 거 하나 발견했다.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소개하면서 네번째 부제로 '노동하는 인간은 아름답다'라고 적고 있다. 이 대목에서 책을 사서 읽고 싶은 충동을 0.1그람 정도 느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책을 읽어본 이라면 또 솔제니친이 누구인지 아는 이라면 아마 키득거리는 웃음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누가 저 대목 좀 해석해줘라. 어떤 깊은 뜻이 숨어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