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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척추가 끊어졌다
예의지지자 | 2009-10-30 17:09:27 | 조회 380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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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가 관습헌법이라는 해괴한 결정 등 일련의 결정 이후, 또 한번의 이상한 결정으로 스스로 헌법에 먹칠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헌법재판결정인지, 어느 후진국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서론, 이번 결정은 나라의 품위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에서, 어느 노변호사가 제출한 최종변론서를 본적이 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 사건 재판은 우리 사회의 성격(Character)과 나라의 품위(Dignity)에 관한 재판입니다.

 

  이 사건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을 상상해 봅니다. 세계의 언론이 당장 그 결정을 번역합니다. 이 사건 혼돈국회 동영상과 함께 방영합니다. 한국에서는 대리투표하는 것을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법률안이 부결됐는데도 그 자리에서 바로 재투표케 하여도 적법한 것이 된다고 방영합니다. 나라의 품위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회의원이 대리투표를 해도 되는 나라로 굳어집니다. 국회의장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표결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언제까지라도 재투표케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국회의원들 성향을 시험하기 위한 시험투표도 가능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도 따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반장 선거하는 교실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번 사태는 아래의 세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의 사명을 저버렸다.

 

  헌법의 척추가 끊어졌다.

 

  입법권은 헌법의 척추와 같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입법권침해를 인정하면서도 미디어법의 무효는 기각하는 모순되는 결정을 하였다. 원인행위가 무효이면 결과는 당연히 무효로 되는 것이고, 전제가 무효이면 결론도 무효인 것이다. 특히, 심의표결권은 헌법상 입법권의 중핵이므로, 헌법위반의 중대명백한 하자에 의한 미디어법은 마땅히 무효로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헌재는 무효로 할 수 있는 헌법상 권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국적인 판단을 회피하였다.

 

  법률이나 공권력작용, 그 중 입법작용에 대하여 다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거나 재량권이 문제될 경우에는 법규정의 문언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헌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헌법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사명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정신, 헌법원리,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대한민국 통치구조의 척추인 입법권이 형해화되었다. 헌재는 이러한 중대명백한 헌법침해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할 사명을 저버림으로써, 헌법수호의 '사명으로부터의 도피'를 행하고 말았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미디어법의 유효를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헌재는 미디어법이 유효라고 한 적이 없다.

 

  당해 미디어법에 대한 효력에 대하여 9인의 재판관 중 3인은(조대현, 송두환, 김희옥) 무효를 인정하였다. 그리고 2인은(이강국, 이공현) "위헌위법상태의 시정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고 하였으며, 1인은(김종대) "사후의 조치는 오직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하여 해결할 영역에 속한다." 라고 하였다.

 

  즉 9인중 과반수를 더 넘어선 6인이 무효 내지 국회에 의한 최종결정을 위임한 것이다. 결국 9인중 3인만이(민형기, 목영준, 이동흡) 당해 미디어법에 대한 유효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즉 당해 미디어법의 효력은 아직 유동적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것이 확정적 유효라고 말할 권능이 없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의 입법권, 집행권, 사법권을 기속하는 헌법상 힘이 있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여 미디어법의 유,무효 여부에 대하여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여야 하는 헌법상 의무를 부여받았다. 물론 집행부도 근거법률의 유,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법률을 강행시행하여서는 아니될 의무가 있다.

 

셋째, 헌법재판제도 자체에 대하여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사명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가량의 헌정사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헌법파괴 행위에 대한 역사적 반성 및 사법부의 권력 예속이라는 치욕적 역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헌법재판제도는 도입되었다. 이는 87년 민주항쟁의 결과물로서, 헌법을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공화국을 지키라는 헌법권력자(국민)의 준엄한 명령 하에, 지난 반세기의 험난한 노정을 통하여 헌법재판소는 비로소 잉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막중한 사명의 크기에 비하여 그 민주적 정당성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집행부와 입법부는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하여 선출되지만 사법부는 그 특성상 극히 제한된 인적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단 일반사법부의 실질적 독립성 및 민주적 정당성은 차론으로 하고, 헌법재판소는 그 역사적 의미 및 막중한 사명에 비추어 그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실로 긴요하다.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의 직접선출, 국민소환제, 국민심사제, 국회에 의한 선출, 엄격한 청문절차, 인적구성의 다양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에 대하여 사회적 논의를 모아가야 한다.

 

추론, 헌법을 해방하라

 

  헌법을 제도 속에 갇힌 헌법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지금껏 헌재는 국가 내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하여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하여왔다. 오로지 9명의 재판관이 국가의 중요정책과 이념을 좌지우지함으로써 민주적, 정치적 해결기능을 축소시켜왔고, 스스로 헌법의 정신을 훼손함으로써 민주공화국 발전의 장애물로 기능하여 왔다. 이것이 과연 현대판 '섭정'이 아닌가 심히 의문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제도가 있을 때의 이익과 없을 때의 이익을 비교하여 후자가 더 크다면, 차라리 헌법제판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헌법의 생명력이 오로지 9명의 머리 속에 구속되어있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국민의 상상력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헌법정신은 감히 제도로만 구속하거나, 실정법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이 성문화되었든 아니든 헌재가 어떻게 결정하든지 무관하게, 그것이 국민의 의식과 유리된 것이라면 그것은 일부 권력담당자만의 '자의적 헌법해석'일 뿐, 이미 '국민의 헌법'이 아닌 것이다.

 

  헌법의 대정신은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헌법을 더 이상 부당히 구속하지 말라. 그러한 불의가 계속된다면, '헌법의 권위'를 지키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무시하는 새로운 헌법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헌법, 미디어법,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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