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유시민이란 분은...
처음은 이랬다. 아마 TV 모 인터뷰였던 것 같은데 그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들이 단순히 머리속에서, 이성안에서만 머무르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뭔가 가슴을 치고, 내 영혼을 떨리게 만든다는 느낌.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땐 "아 정말 말 잘한다, 똑똑하다" 라는 정도, 그 정도로만 느낌을 정리하고 곧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그를 본 건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후 추모방송에서 노무현에 대한 평을 유시민씨가 하는 인터뷰였다. 아주 짧은 인터뷰였는데도 또다시 내 가슴을 울리는, 뭔가 전율 비슷한 그 무언가를 느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자료와 보도, 책을 찾아 읽어보면서, 참 알면 알수록,
보통 처음 느낌이 좋으면 뒤로 갈수록 깎아먹는게 일반적인데, 이 분은 처음도 좋았는데 알면 알수록 더 호감이 가는 분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왤까 생각해 봈는데 이런 것 같다. 유시민씨는 자기성찰이 된 분이다라는 것이다. 자기성찰은 매우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고, 또는 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가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문제의 본질을 과감하게 말하고, 국회에 캐쥬얼한 청바지를 입고, 기존의 부당한 가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서는 것들은 자기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것이다. 유시민씨가 참 자기성찰이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게 가장 큰 것 같다. 그렇게 자기성찰이 되어있는 사람을 난 좋아한다. 여기에 더불어 그는 굉장한 지능과 지식까지 갖추었고, 외적인 면도 자사함과 냉철함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그 한마디 한마디의 진실성, 무게, 깊이... 이게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뭔가를 자극한다.
유시민씨의 말하기를 들어보면 한마디 한마디가 빈말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좀 자기가 "뛰어나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전문용어도 섞고 하면서 말을 굉장히 빨리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말의 내용은 있되, 불순물들이 많고, 문장의 호응, 단어의 적절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반해 유시민씨의 말하기는 빠르지 않다. 보통 말을 주고 받는 상대방이, 그것도 논쟁적 성격의 토론이라면, 상대방이 말을 빠르게 하면 자신도 그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말을 빨리하는데 이분은 항상 자기 속도가 있다. 그리고 말에 불순문이 거의 없고 , 어휘의 선택이 매우 적당하고 어휘의 활용폭도 굉장히 크며, 문장의 호응, 문장의 마무리도 아주 깔끔하다. 즉 말을 빨리하는 사람은 생각나는데로 입이 움직이는 것이고, 그렇기에 듣기에 번잡하지만, 유시민씨의 말은 항상 생각이 느껴지고, 깊이가 있고, 그래서 진정성이 느껴지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래서 난 유시민씨가 좋다.